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김건희·대장동 특검 거부 규탄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김건희·대장동 특검 거부 규탄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뉴시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또는 자동차)는 어느 한쪽이 방향을 틀지 않는 한 충돌하게 마련이다. 지금 한국 정치가 여기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그래서 매 순간이 ‘위기’다. 그러면서도 여와 야는 기회만 있으면, 또 입만 열면 ‘민생’이다. 불경기와 인플레이션, 고금리 속에서 피를 말리는 것은 국민이다. ‘정치 부재’ 속에 시달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정치의 꽃이라는 국회의원을 뽑아주는 주권자다. 총선거를 겨우 90여 일을 남긴 이 시점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아집의 정치’에 정신을 저당 잡힌 채 민생을 외치고 있다. 이들이 외치는 민생이 국민 생활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구두선(口頭禪:행동이 따르지 않는 입발림 소리)일 뿐이다.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정략적인 입법, 또는 다수당의 ‘입법 독재’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이 맞부딪치는, 평행선 충돌 현상은 ‘아집의 정치’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이른바 쌍 특검으로 불리는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안’과 ‘화천 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안’ 역시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입법 공세다. 예상대로 정부는 법안이 국회 통과 8일 만에, 이송된 하루 만에 헌법 53조에 규정된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모두 여덟 건이 되었다. 취임 17개월 만에 8건이라면 산술적 평균으로는 두 달에 한 건꼴이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라는 양곡관리법(2023년 4월)을 시작으로 간호법 개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방송 3법 개정안 등에 이어 이번 쌍 특검법에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부권으로 알고 있으나 입법권과 행정권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헌법 53조가 규정한 표현은 재의 요구권이다. 건국 이래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을 행사한 것은 모두 65건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43건으로 가장 많고 박정희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이 각 7회, 노무현 대통령 6회,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각 1회다. 이 가운데 31건은 국회의 재의결로 법안이 확정되었으며 30건은 재의에 실패 폐기되었다. 두 번은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철회했다. 

이런 통계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일종의 고도의 정치인 동시에 국민이 이해할 상식선에서 절충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거의 두 달에 한 번꼴로 거부권이 행사된 것은 거대 야당이 유도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양곡관리법만 하더라도 과잉 생산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으로) 매입하라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허무는 과잉 입법이며, 노란봉투법은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노조와 노동자에게 배상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다. 간호사법 개정안 역시 의료종사자 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쌍 특검법 역시 상식에서 벗어난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로 적시했으나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결혼하기 12년 전의 일이며 ‘윤석열 검찰총장 밀어내기’ 과정에서 문재인 검찰이 장기간 수사했으나 소환, 또는 서면 조사조차 하지 못한 수준의 ‘사건’이다. 또 야당만이 추천하게 한 것도 문제다.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체포 동의한 설명을 피의사실 공표라고 격렬하게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에서는 매일 공개 브리핑을 하도록 한 것도 상식에서 벗어난 조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리는 점은 김건희 특검을 통해 4월 총선 투표일까지 날마다 야당이 단독 선정한 특검의 ‘수사 상황’을 공표함으로써 득을 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특검을 수용하라는 것은 총선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재의 요구 쌍 특검법을 즉각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헌재 권한 쟁의 심판 운운’ 하면서 2월까지 기다리자는 것은 국민의 힘 공천에서 탈락할 현역 의원의 ‘홧김의 찬성’표에 기대하자는 얄팍한 계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술수를 쓰지 않으면 총선거에 임할 수 없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인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인 재의에 나서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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