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대를 뛰어넘은 생산 ⁃ 소비 ⁃ 투자의 ‘트리플 상승세’는 상당히 고무적임에 틀림이 없다. 통계청이 발표(28일)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지수가 5월 (1.1%)에 이어 6월(0.1%)에도 증가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비판매액지수는 5월의 0.4% 증가에 이어 6월에는 1% 증가, 설비투자 역시 0.2% 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예상을 앞지른 두 달 연속 트리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비록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대폭 축소되었으나 그래도 반도체 생산이 1분기 (1~3월) 대비 20.6%나 증가한 데 따른 덕을 본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의 상승세 역시 일시적일 수 있게 마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만 살아난다면 경기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KDI가 반도체 수요 회복 여부에 따라 경기 반등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우리 경제가 현실적으로 이른바 ‘V자형 반등’보다는 완만한 곡선의 ‘나이키 형’이 될 개연성과 가능성이 상당히 짙다는 것, 그리고 그 열쇠는 반도체가 쥐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올 하반기나 연말부터 반도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보지만 실상은 빨라도 내년 2분기나 되어야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반도체가 제 몫을 할 때까지는 비록 트리플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론 자동차가 예상을 뛰어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데다가 방산과 조선 바이오 등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어 기대감을 키우고 있으나 반도체의 비중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악재와 등을 밀어줄 긍정적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요인으로는 당연히 미국의 고금리, 다시 말하면 한국과의 금리 차가 커진 만큼 자본 유출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은행이 다음번 금통위를 통해 금리를 올리면 이러한 우려는 줄어든다. 그러나 가계부채 규모 등을 미루어 볼 때 과연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미국 금리보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일본이 지난 10여 년간 유지해온 제로 금리를 앞세운 금융완화 기조에서 벗어나 ‘정책 수정’에 나선 점이다. 일본은행이 장단기 금리조작(YCC: Yield Curve Control) 운용에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10년 장기국채 이율이 상한인 0.5%를 뛰어넘은 0.505%를 기록하는 등 금리 인상이 다가섰음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현재 장단기 금리조작 한도가 무너진 것만으로도 세계 금융계는 해외로 나갔던 약 5백31조 엔에 이르는 막대한 일본자금의 일본 회귀가 이루어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자금의 ‘일본 귀향’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미국 유럽과는 대조적으로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전지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은 수요 증가가 아니라 원가 상승에 따른 것임으로 노동시장 역시 큰 압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 역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단계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지난 몇 달 동안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주춤거리는 등 부정적 요인도 없지 않으나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유럽을 앞지르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모건 스탠리의 홍콩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 경제 역시 아시아 지역의 성장세에 올라탈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V자 반등도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비록 반도체 수요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악재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반도체 타령만 할 것인가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의 반경제적인 경제정책 폐해를 씻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현 정부는 우선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부터 대담하게 풀어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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