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는 곧 인프라"라며 "미국에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검토를 지시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삼성, TSMC, 인텔 등이 반도체 생산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사진은 반도체를 들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는 곧 인프라"라며 "미국에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검토를 지시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삼성, TSMC, 인텔 등이 반도체 생산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사진은 반도체를 들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초점은 대만 TSMC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파운드리, 그중에서도 그래픽처리장치(GPU) 부문을 누가 얼마나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느냐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확산, 특히 엔비디아의 챗GPT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GPU 공급 부족이 일상화되는 상황까지 맞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실리콘 밸리서 연 ‘삼성전자 파운드리 포럼 2023’을 통해 반격의 칼을 뽑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7일 열린 이 포럼에서 2025년부터 2나노 mm(1나노 mm는 10억분의 1m) 칩(모바일용) 양산과 함께 8인치 질화갈륨 전력반도체(파워 반도체) 생산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부동의 점유율 1위인 삼성이 비메모리,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의 TSMC에 크게 뒤진 것은 이 분야에서 삼성이 자사 휴대전화용 칩 생산에 중점을 둔, 다시 말하면 자사용 이외 분야는 소홀히 한 결과다. 따라서 이번 포럼을 통해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선두업체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삼성이 2년 뒤에 양산체제를 갖추겠다고 선언한 질화갈륨 파워 반도체는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고온 고압 환경에 대한 내구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여기에 더하여 6세대 (6G) 통신용 5mm RF (Radio Frequency) 공정도 2025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근 들어 중요성이 가중되고 있는 후공정(패키징)경쟁력을 강화, 최첨단 패키징 협의체인 MDI 연합을 구성, 중앙처리장치(CPU)와 GPU 등의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도 갖춘다는 것이 삼성이 내놓은 전략이다. 고도의 정밀 미세공정인 패키징 분야에서 삼성이 턴키베이스 서비스 능력을 확보한다면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리더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공급망 재편에 들어간, ‘혼돈의 반도체 시장’에 칼을 뽑은 것은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미국의 어드밴스 마이크로 디바이스 (AMD)의 최신형 AI MI300X는 복잡한 데이터를 병렬(竝列)로 계산하는 GPU 반도체이다. 대부분의 AI는 대량의 반도체를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 서버에서 개발과 운용을 동시에 추진 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가 한 질문에 AI가 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추론을 유도하자는 것이 MI 300X를 앞세운 AMD의 노림이다. 이르면 연내 도입이 가능할 수도 있는 이 새로운 반도체는 챗 GPT로 선두를 질주하는 엔비디아에 맞서기 위한 비장의 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AMD는 PC 등의 CPU 부문에서 인텔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핸드프린팅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핸드프린팅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일본의 ‘정중동(靜中動)’도 만만치 않다. 전력제어용 반도체(파워 반도체)에 다이어몬드 사용 기술개발에 상당한 진전을 과시한다. 차세대 파워 반도체로 불리는 다이어몬드 반도체는 탄화규소(SiC)나 질화갈륨 제품 대비 전력손실이 5만분의 1에 지나지 않아 2050년엔 인공위성의 필수품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믿고 있다. 파워 반도체에 대한 일본의 정책적 관심은 상당히 높다. 반도체 분야 재기의 발판을 파워 반도체에서 찾고 있을 정도다. 

현재 이 부문의 세계점유율은 독일의 인피니온 테크노롤지가 20.9%로 1위에 올라 있다, 그 뒤로 미국의 온세미, 스위스의 ST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에 이어 일본의 미츠비시 전기, 후지 전기, 도시바가 뒤를 쫓고 있다, 일본 3개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15.6%나 되어 1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온 테크놀롤리지와 겨룰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 계 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가 포토레지스트(감광재) 업체인 JSR을 매수, 사실상 국유화함으로써 이 분야의 발언권을 강화를 노리고 있다. JSR은 감광재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28%를 차지하는 일본의 대표적 반도체 소재 업체다. 이 분야에서는 미국의 듀퐁(15%)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일본 기업인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이 반격의 칼을 뽑은 것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미국 일본 기업 역시 대만 TSMC와 미국 챗 GPT의 엔비디아에 대한 견제력을 높이고 있어 반도체 시장은 또 다른 의미에서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것이나 다름 없다. 문제는 이 혼돈기를 극복, 살아남는 기업만이 차세대 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동시에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승부는 기술력에서 갈린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반격의 칼을 뽑은 삼성전자의 기술력 제고 지원에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