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천장이 무너진 사건은 발주사와 시공사 이름만 보면 누구도 믿지 않을 사고다. 발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시공은 ‘자이’ 브랜드로 고급주택시장을 주름잡는 GS건설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거의 즉각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도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면서 강경한 방침을 밝힌 이유다. 발주자인 LH는 준공 단지별 입주 현황과 시공지구를 전수 조사한 끝에 74곳을 수사 의뢰를 했고 시공사인 GS는 전면 재시공 방침을 밝히는 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이번 역시 임시변통으로 끝날 우려가 강하다.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강경한 태도로 건설업계 정화와 개혁에 나서더라도 실천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관련 업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관련 업체 하나하나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건설 카르텔은 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른바 문제의 엘피아(LH+마피아) 뿌리는 더욱 넓고 깊게 박힐 것으로 봐야한다.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은 무량판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알고도 ‘설마’에 기대한 때문이다. 무량판 구조는 천장이나 바닥을 받쳐주는 대들보(梁) 없이 철근 엮음만으로 하중을 버티게 하는 공법이다. 그런데도 시공과정에서 그 철근을 몽땅 빼먹거나 설계가 요구한 것에서 많은 양을 누락시킨 것이 원인이다. 하중을 버틸 힘을 빼먹었는데도 무너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현상이다.

 이처럼 ‘무식한 시공’이 가능하게 한 원인은 건설업계 관행과 시스템 때문이다. 건설은 설계, 시공, 감리의 세 박자가 완벽하게 돌아갈 때 비로소 안전한 구조물이 만들어 진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건설업계는 이 세 박자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할뿐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근본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LH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아 지나침이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는 그 명칭에서 보듯이 공공 토지와 주택을 다루는 공기업이다. 작년 말 기준 자산이 2백13조 원, 직원 8천 8백 85명, 올해 발주한 공사 총액이 10조 원에 이르는 공룡기업이다. 외형적 규모보다 더욱 위력을 발하는 것은 업종 자체가 실물경제의 핵심 기둥인 부동산, 그것도 공공개발 부동산을 다루는 공기업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그룹의 주택 건설사가 눈치를 볼 정도로 발주 물량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대로 LH 역시 바람 잘 날이 없는 공룡급이다. 2년 전에 사내정보를 이용한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이 터진 것 역시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증거다. 그때도 LH는 환골탈태(換骨奪胎: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결의를 요란하게 밝혔으나 바뀐 것은 거의 없다.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뉴시스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뉴시스

사내정보를 통한 직원의 땅 투기는 이번 사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가볍다고 볼 수 있다. 공사현장에서 필수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철근을 일부 또는 전부 빼먹는 것은 심하게 말해서 ‘간접 살인’에 가까운 중대 범죄다. 우리나라 아파트 첫 번째 붕괴사고인 와우아파트(1970년 4월) 때 사망자는 33명, 서울 성수대교 붕괴 (1994년 10월) 때는 32명이, 삼풍아파트 붕괴(1995년 6월) 때는 사망 실종 5백7명, 부상자 9백 37명이다. 이를 우리나라 3대 붕괴 참사로 친다. 원인은 모두 부실공사와 사후관리 부실이다. 이 가운데 삼풍아파트 붕괴 부분은 이번처럼 무량판 공법이다.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무량판 구조 아파트 2백 93개 단지(25만 가구)의 철근 누락 여부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입주자와 계약자에 대한 배상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 그 후유증이 어디까지 확산될 지 지금은 가늠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LH 퇴직자를 고용한 이름만의 감리업체의 척결이다. 동시에 일단 수주한 시공사 (대기업)가 일정 부분 금액을 떼고 하청업체에 넘기면 이를 다시 재하청 주는 관행 시정도 서둘 필요가 있다. 재하청 또는 재 재하청을 받는 업체는 영세 기입일 수밖에 없다. 중간 단계에서 두 번 세 번 떼인 원가에서 이익을 남기려면, 사실상 감리 부재 현실에서 철근이라도 빼먹을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건설 현장에 감리 부재를 부채질한 것은 LH의 전관예우다. 따라서 이익 카르텔 타파와 건설 현장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LH의 환골탈태가 이번에는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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