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2일,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개별 면담하고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현대차그룹
2022년 5월 22일,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개별 면담하고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 그룹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오토랜드화성)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생산 라인 건설을 비롯하여 총 24조원을 투자, 3백 6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화성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현대차 투자로 경기 남부지역은 한국 테크 산업의 핵심기지로 떠오르게 되었다. 용인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와 판교의 소프트웨어 콘텐츠와 함께 화성은 전기차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를 앞세운 자율주행 등 이른바 모빌리티 혁명에 선도역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차 그룹의 대형 국내 투자는 무려 29년 만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의 대형 투자계획에 이어 LG그룹이 새만금에 중국과 합작으로 배터리 소재 공장을 짓기로 한 것 역시 긍정적 신호로 평가할 수 있다. 이미 미국 현지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해 온 삼성전자나 현대차 그룹이 국내에 대형 투자계획을 밝힌 것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에 부응함과 동시에 국내 거점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려는 고단위 정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LG의 한중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역시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에 따른 출구 확보와 함께 국내 4위 그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결의도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율이 5.8%에 지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바이든의 이러한 정책 변화는 또 다른 세계 경제 흔들기에 속한다. 

바이든이 이처럼 반도체, 전기 자동차 바이오산업 등 첨단 제조 분야 유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는 데 있다. 이른바 경제의 글로벌화는 선진국과 개도국, 또는 산업화에 성공한 그룹으로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은 제조업 대신에 서비스 분야, 개도국과 산업화 성공 그룹은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 역시 나뉘었다. 일부에서는 국내 총생산(GDP)이 더는 경제 지표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제조업 쇠퇴는 물건(상품)을 만들지 않음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이로 인해 선진국은 무역적자, 개도국과 산업화 성공 그룹은 무역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생산 대신에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를 주도하는 것이 선진국이며 그 중심에 미국이 있다는 뜻이다.

갈등과 대림이 없다면 글로벌 경제, 글로벌 공급망의 폐해가 크지 않으며 무역적자 국과 흑자국이 공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경제력을 구축한 중국의 패권주의는 미국이 제조업, 특히 첨단테크 제조업에 손을 놓고 있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각국은 앞을 다투어 미국 정책에 대응 또는 부응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기차 선두를 질주하는 테슬라의 머스크가 중국에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 공장을 짓겠다고 나선 점이다. 중국 견제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 정부에 역행하는 결정이다. 특히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중국의 바이두(BYD)와 혈투를 벌이는 머스크가 즉흥적으로 결정한 투자로고는 보기 어렵다, 

바이든이 신차의 67%까지 전기자동차로 대체하겠다는 2032년은 1909년 포드 T형 자동차가 불러온 1차 모빌리티혁명(1909년) 이래 1백 20년 만에 맞는 2차 혁명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미국과 중국의 양강을 한국이 뒤쫓는 구도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선두 업체인 일본 도요다는 하이브리드를 고집하느라고 상당히 뒤진 상태다. 여기에 현대차 그룹이 세계 3강을 목표로 대형투자에 나선 것은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성공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모빌리티 혁명 주도 대열에 참여, IT테크산업 주도권을 잡는 지름길인 동시에 바이든이 뒤흔드는 세계경제 혼돈     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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