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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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년’의 가장 충격적인 것은 통계 조작이며 당시의 청와대 정책실장 전원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22명을 수사 의뢰한 사실일 것이다. 적어도 감사원 감사 중간발표에 따르면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인 양극화 축소와 취업률 높이기의 핵심 동력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부동산 정책의 성과가 예상을 빗나가자 관련 통계 마사지에 나섰다는 것이 감사원이 내린 중간 결론이다, 수사 의뢰를 한 22명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운용한 핵심 라인이다. 따라서 이들을 수사해야 할 정도로 ‘위법’이 광범하게 이루어졌다면 문재인 정부 5년 자체가 문제가 되는, 헌정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다.

집값 폭등이 이어지던 기간에 국토부 장관이 앞장을 서서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를 ‘속보치’라는 이름으로 사전에 받아보고 가격변동률을 낮추는 등 임의로 ‘요리’했다. 문재인 시절 집값 상승률이 한국부동산원과 국민은행의 조사결과가 끔찍할 정도로 차이가 난 배경이 이제야 밝혀진 것이다.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집값 상승률이 11%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조사결과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61%였다. 민간기관인 국민은행과 국책기관과의 조사결과가 이처럼 차이가 난 배경에는 국토부를 비롯하여 청와대 관계 라인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결과다. 

문 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것은 94회나 된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사실이라면 문 정부 출범 두 달 뒤부터 통계 마사지가 시작되어 퇴임할 때까지 5년간 94회라고 한다면 1년 평균 18.8회, 한 달에 1건 이상임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거의 일상적으로 통계를 입맛에 맞추어 재생산했다는 뜻이다.

통계는 경제 사회현상을 통계적으로 고찰 분석하여 자료의 배경이 되는 생성 메커니즘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통계자료가 임의로 마사지를 한 것이라면 그것을 이용한 모든 결과는 허공에 뜬구름과 다를 것이 없다. 이 이론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하나같이 뜬구름에 지나지 않는다. 2019년 신년회견 자리에서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경기방송 여기자의 질문이 파문을 일으킨 상황도 감사원 중간발표를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됨을 본다. 그 뒤 경기방송이 자진 폐업을 했다가 재허가로 살아난 사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거듭되는 실정을 덮기 위해 ‘감사 조작’에 나선 결과라고 반박한다. 이른바 ‘조작론’은 원내 최대의석을 과시하는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으로 전락한 뒤부터 전가의 보도(傳家寶刀:대대로 내려오는 칼. 비장의 무기라는 듯)로 쓰고 있는 유일한 논리다. 이재명 대표 수사는 ‘검찰의 조작’이며 통계 마사지는 감사원 조작이라는 단세포적인 논리에 얽매어 있음을 본다. 현재 야당의 핵심 세력인 86세대를 향해 ‘우리 정치사상 가장 지적 수준이 낮은 집단‘이라고 비판한 운동권 1세대 선배의 성토가 설득력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적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할 말이 없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을 정무적으로 호도하는 과정에 부각된 군색한 장면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집권 동안 함께했던 정책실장 5명이 모두 수사 의뢰 대상이라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쯤 해서 진솔하게 한마디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봐야 한다. 통계 조작은 대통령실이 밝힌 것처럼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회계 분식’이며, 한국 주주인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 투자한 해외 경제인들까지 속인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이 수사를 받게 되면 다른 사건과 달리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수사가 된다. 따라서 조작 감사라면 당당하게 그 증거를 내어놓으면서 억울함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측근들도 그것이 바로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임을 모르지 않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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