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국회에 해당)는 지난달 26~27일 열린 제14기 9차 회의에서 그들의 헌법에 ‘핵병기 보유에 관한 정책 방침을 명기하는 안’을 채택했다. ‘국가 생존과 권리를 담보하여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평화⁃안정을 지키기 위해 핵 능력(무기) 발전을 고도화 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북한은 2012년에 핵 보유를 명기한 이래 두 번째 ‘핵 개헌’을 실시한 것이다. 북한은 최근 10년 사이 탄도미사일 등 발사는 8.4배(18회서 151회), 보유 핵탄두는 3배(6~8개서 20개 정도)로 늘었으며 차량, 철도, 잠수함 등 발사대의 은밀성과 즉시성도 엄청나게 향상되었다.

북한의 핵확장 정책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핵 사용 땐 한미 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정권을 종식 시킬 것’임을 경고해 왔다. 북한의 개헌 발표가 있기 이틀 전 서울 도심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신무기 중심 퍼레이드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뜻의 경고를 날렸다. 이번 북한의 핵 개헌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할 말은 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책으로도 비치는 면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삶은 소대가리’ 등 듣지 못할 소리를 참으면서 ‘김여정 하명 입법’ 등의 순(굴)종을 통한 평화는 북한이 약점을 메워 대남 대결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벌기 전략에 동조하는 데 지나지 않음이 이미 현실적으로 증명된 것이나 다르지 않다.

북한 집권층은 그들이 자랑하는 이른바 ‘백두혈통’ 3대가 그들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이 1953년 7월 휴전협정으로 마무리됨과 동시에 새로운 대남도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1962년 12월 노동당 제4기 5차 전원회의에서 결의한 4대 군사 노선(준 국토의 요새화, 전군의 간부화, 전군의 현대화, 전 인민의 무장화) 실현을 계기로 무장공비의 남파(1⁃21 김신조 일당 청와대 습격 미수, 울진 삼척 무장공비 습격 등)로 기세를 올렸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위기를 느낀 나머지 국정 방향을 핵 개발과 중화학 공업화(방위산업 육성)로 돌린 배경이다. 그러나 북한의 국력(경제력)은 이때가 정점이었으며 그 이후 한국에 따라잡혀 오늘에 이르고 있음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경제력과 국방력에 열세를 느낀 북한은 주민의 굶주림에는 눈을 감고 핵 개발에 생사를 걸었다. 김일성 시대의 이른바 아사자(굶어 죽음)를 양산한 ‘고난의 대 행군’을 비롯하여 경제적인 빈곤에 허덕이면서도 마침내 김정일은 핵 개발에, 대를 이은 김정은은 탄도탄 개발에도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속임수 외교로 호도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핵 강국 정책’에 대한 세계 각국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들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조차 유엔안보리 제재에 동참하기도 했다.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해협 문제 등으로 북한 제재에 중국과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그것이 곧 북한 핵 강화를 용인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유엔 북한 대사가 총회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 때문에 핵전쟁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하자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즉각적으로 ‘북한은 21세기에 유일하게 핵실험을 강행한 국가’라고 맞받아쳤다. 또 ‘핵 확장 개헌’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갈 길은 오직 외교뿐’이라면서 핵 무력 고도화 개헌은 글로벌 비확산에 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핵 능력 확대 개헌이 한국 안보와 세계평화에 끼치는 악영향이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 ‘핵 협의 그룹’을 구축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미 핵 협의 그룹’은 지난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에 유럽 동맹국이 동요하자 당시의 서독 등에 핵 운반을 위탁하는 길을 연 ‘핵 공유’시스템 이후 동맹국과 맺은 최강의 핵 협력체제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 종말을 앞당길 뿐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경고가 단순한 외교적 수사학이 아님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주민의 굶주림 속에 핵 능력 강화에 전력투구하는 북한의 이번 개헌은 북한 내부 특히 김정은 측근 군부에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미국의 전면적인 핵 보복을 당하면 군부가 살아남을 확률이 0인데 반해 김정은에 반기를 든다면 그래도 1%의 생존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핵 개헌은 ‘양날의 칼’이거나 출구 없는 배수진이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얻을 것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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