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나빠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반등에 자신하고 있다. 정책당국이 허둥대는 것보다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 훨씬 믿음직스러울 뿐만이 아니라 시장의 지나친 비관과 그 후유증을 잠재우는 효과도 있다. 더군다나 새해 예산안을 ‘긴축 기조’로 편성한 정부가 경제 흐름을 낙관하는 것은 오히려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각종 지표를 살펴볼 때 정책당국의 이러한 낙관론에 한가닥 불안이 남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국제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것이 수입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데 문제가 있다. 올 4월까지 적자를 이어온 국제수지가 5월부터 거의 1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요인이 수출증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수입 감소, 다시 말하면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써야 할 돈을 쓰지 않는 데 따른 것이어서 걱정스러운 흑자라는 뜻이다. 수출이 늘어나면 불황형 흑자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번 흑자로 바뀔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보고 있으나 과연 믿을만한 예측일까?
한은 발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 발을 맞추어 석유 감산 기조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 당 1백 달러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선 것처럼 시장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반기 수출증대를 손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유가 이외에도 수출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유럽 연합(EU)의 핵심국가인 독일이 경기 부진에 경디다 못해 역성장 해결책으로 앞으로 4년간 법인세를 3백 20억 유로(약 40조 원) 줄여주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시 말하면 우리 상품을 팔아야 할 상대, 사 주어야 할 상대의 경제 형편이 좋지 못하다는 뜻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은 국내 여건도 최악이지만 미국과의 대립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도 우호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미국대로 실업률과 물가 상승세가 바이든 정부를 옥죄고 있다. 한국의 3대 수출시장의 여건이 하나같이 좋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지표도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은 0.6%(잠정치) 성장했으나 총소득(GNI)은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기는 했으나 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줄었다는 뜻이다, 그 원인은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국외 순 수취요소소득이 준 데다가 수입품 가격이 수출품 가격보다 비싸진 탓으로 분석한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물가는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랐다. 체감물가는 4%로 보기도 한다. 특히 추석물가는 ‘밥상머리 여론’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총서을 눈앞에 둔 정치권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긴축 기조’로 편성한 데 불만이 큰 더불어민주당은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데 반해 정부는 ‘포퓰리즘은 나 잘살자고 다음 세대를 쥐어짜는 격’이라고 반박한다. 그 대신 정부가 내놓은 경기대책은 수출지원을 위해 무역금융 1백 81조 원 공급과 함께 기간 첨단 산업 지원책으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지, 유턴 기업 투자 지원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 온 기초소득 보장과 관련된 지원이 세수 부족에 따른 재원 조달 길이 막혀 성남시 등에서 중단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듣기에 좋은 복지 정책’은 한계가 있다. 유럽에서도 인심 좋게 돈을 뿌린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 구제금융으로 연명한 데 반해 독일은 법인세 대폭 감면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음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은 정부나 한국은행, 국제기구(OECD, IMF)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민간 기구(JP모건, HSBC)도 하나같이 1.0~1.5%대로 전망하고 있다. 오직 세계은행만 2.1%로 높은 예측치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력을 밑돌기 시작한 지 오래이기 때문에 수치의 높고 낮음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1%대 성장에 만족할 것인지 정책당국을 비롯하여 실물경제 주체는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유가와 함께 글로벌 시스템이 붕괴 재편되는 지금이 스스로를 되돌아볼 적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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