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뉴시스
11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교육부가 각각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Global+Local의 합성어) 대학 열 곳을 발표한 것은 가까이는 정부 수립 이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제도가 도입된 10세기 이후 고착된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관습에 대한 일대 혁신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제도 하의 교육 목표와 목적은 개개인의 입신양명(立身揚名), 쉽게 말해서 출세를 통한 신분 세탁이었다. 또 조선이 군국 일본제국에 나라를 빼앗긴 뒤 선각자와 외국 선교사가 신학문 도장으로서의 학교 설립에 주력한 것은 주권을 되찾자는, 즉 독립운동의 동력 확보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신학문을 배운 대다수는 독립운동이 아닌 개개인의 생계유지, 직업확보에 이를 이용했다. 지금도 친일파 논쟁을 유발하는 ‘일제 때 무엇을 한 사람’이라는 딱지가 바로 신교육의 후유증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이 후유증은 이승만 대통령의 대한민국 출범과 동시에 정부 기능 향상에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다. 이승만 대통령이 이른바 반민특위를 사실상 해체하면서까지 일제에 협조한 관리, 특히 수사 사법인력 대부분을 흡수한 것은 신생 정부의 중추 요원을 확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 86세대 중심으로 이승만 정부를 친일로 몰아간 ‘해방 전후사’ 사관이 논리적으로 합당한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정치는 다름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입신양명을 위한 교육열은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중에도 식지 않아 대지주는 자신의 토지로 재단을 만들어 대학을 설립, 인재 양성에 앞장을 섰다. 유명한 경주 최부자의 대구대학(현 영남대학의 진신)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휴전 이후에는 군 당국이 현역군인을 대학에 위탁하여 고급인력으로 양성하기도 했다. 50~60년대 농촌의 유일한 부의 상징인 소까지 팔아 자식 교육에 올인한다 하여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 우골탑이 양성한 인재를 십분 활용한 것이 바로 박정희 군사정권이 불을 붙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었다. 그 이후 압축성장 원동력의 한 부분을 차지 한 것이 우골탑에서 나온 인재였다. 자본과 기술은 외국에 의존했으나 인력만은 국내조달이 가능했던 것은 입신양명의 교육열이 만든 우골탑 출신들이었다.

그리고 70년, 지금은 입신양명만을 목표로 한 인력으로는 글로벌 경쟁에 맞설 수 없는 시대를 맞았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은, 특히 대학교육은 과거시대(科擧時代) 전통에서 한발도 제대로 내어 딛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대표적 상징이 수능에 온 나라가 목을 매는 풍조라 할 것이다. 한때는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학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학위를 주지 않는 학사 시험 제도를, 또는 졸업정원제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았다. 대학입시 학력고사 수능시험 등은 어디 까지나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교육은 인간이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후천적인 경험과 융합, 동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자 목표다. 이를 수학능력 시험이라는 한가지 올가미에 씌워 획일화하는 것은 ‘첨단산업 혁명’기인 지금,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성을 십분 살려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력이다. 학교는 개개인이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최저한의 조건을 갖추게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로컬 대학 육성계획은 교육부가 밝힌 것처럼 앞으로 적어도 20년을 내다본 포석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지금은 반도체에서는 나노(10억분의 1m)를 추구하는 시대인 동시에 다른 행성으로 이주까지 설계하는 인류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다. 따라서 인재 양성도 이에 맞추어 나가야 비로소 글로벌 경쟁에 살아남을 수 있다. 글로컬 대학은 아마도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시대를 바로 읽고 내놓은 대책으로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정된 10곳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대학도 이 대열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도리라 할 것이다. 서울에 집중된 유명대학 역시 이러한 시대적 추세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혁신해 나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 혁명의 작은 불씨를 살려 나가는 데 동참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자 의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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