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각각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Global+Local의 합성어) 대학 열 곳을 발표한 것은 가까이는 정부 수립 이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제도가 도입된 10세기 이후 고착된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관습에 대한 일대 혁신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제도 하의 교육 목표와 목적은 개개인의 입신양명(立身揚名), 쉽게 말해서 출세를 통한 신분 세탁이었다. 또 조선이 군국 일본제국에 나라를 빼앗긴 뒤 선각자와 외국 선교사가 신학문 도장으로서의 학교 설립에 주력한 것은 주권을 되찾자는, 즉 독립운동의 동력 확보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신학문을 배운 대다수는 독립운동이 아닌 개개인의 생계유지, 직업확보에 이를 이용했다. 지금도 친일파 논쟁을 유발하는 ‘일제 때 무엇을 한 사람’이라는 딱지가 바로 신교육의 후유증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이 후유증은 이승만 대통령의 대한민국 출범과 동시에 정부 기능 향상에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다. 이승만 대통령이 이른바 반민특위를 사실상 해체하면서까지 일제에 협조한 관리, 특히 수사 사법인력 대부분을 흡수한 것은 신생 정부의 중추 요원을 확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 86세대 중심으로 이승만 정부를 친일로 몰아간 ‘해방 전후사’ 사관이 논리적으로 합당한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정치는 다름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입신양명을 위한 교육열은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중에도 식지 않아 대지주는 자신의 토지로 재단을 만들어 대학을 설립, 인재 양성에 앞장을 섰다. 유명한 경주 최부자의 대구대학(현 영남대학의 진신)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휴전 이후에는 군 당국이 현역군인을 대학에 위탁하여 고급인력으로 양성하기도 했다. 50~60년대 농촌의 유일한 부의 상징인 소까지 팔아 자식 교육에 올인한다 하여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 우골탑이 양성한 인재를 십분 활용한 것이 바로 박정희 군사정권이 불을 붙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었다. 그 이후 압축성장 원동력의 한 부분을 차지 한 것이 우골탑에서 나온 인재였다. 자본과 기술은 외국에 의존했으나 인력만은 국내조달이 가능했던 것은 입신양명의 교육열이 만든 우골탑 출신들이었다.
그리고 70년, 지금은 입신양명만을 목표로 한 인력으로는 글로벌 경쟁에 맞설 수 없는 시대를 맞았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은, 특히 대학교육은 과거시대(科擧時代) 전통에서 한발도 제대로 내어 딛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대표적 상징이 수능에 온 나라가 목을 매는 풍조라 할 것이다. 한때는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학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학위를 주지 않는 학사 시험 제도를, 또는 졸업정원제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았다. 대학입시 학력고사 수능시험 등은 어디 까지나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교육은 인간이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후천적인 경험과 융합, 동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자 목표다. 이를 수학능력 시험이라는 한가지 올가미에 씌워 획일화하는 것은 ‘첨단산업 혁명’기인 지금,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성을 십분 살려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력이다. 학교는 개개인이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최저한의 조건을 갖추게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로컬 대학 육성계획은 교육부가 밝힌 것처럼 앞으로 적어도 20년을 내다본 포석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지금은 반도체에서는 나노(10억분의 1m)를 추구하는 시대인 동시에 다른 행성으로 이주까지 설계하는 인류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다. 따라서 인재 양성도 이에 맞추어 나가야 비로소 글로벌 경쟁에 살아남을 수 있다. 글로컬 대학은 아마도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시대를 바로 읽고 내놓은 대책으로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정된 10곳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대학도 이 대열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도리라 할 것이다. 서울에 집중된 유명대학 역시 이러한 시대적 추세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혁신해 나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 혁명의 작은 불씨를 살려 나가는 데 동참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자 의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관련기사
- [이원두 時事寶鑑]글로벌리즘 위기, 한국경제 설 자리는?
- [이원두 時事寶鑑]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언제 연착륙 하나
- [이원두 時事寶鑑] '균형 ⁃ 견제' 실종이 국가위기 가중 시킨다
- [이원두 時事寶鑑 ]격동의 반도체, 죽창가로는 대응 못한다
- [이원두 時事寶鑑]‘킹달러 횡포’ 걱정만 하고 있을 때 아니다
- [이원두 時事寶鑑]말 잘하는 이재명 누른 유동규 말 솜씨
- [이원두 時事寶鑑]‘순간적 이성 상실’이 이태원 참사 불렀다
- [이원두 時事寶鑑]이태원 참사, 사법 리스크 빙패삼을 건가
- [이원두 時事寶鑑]윤정부 6개월, ‘정치복원’ 통큰 결단을
- [이원두 時事寶鑑] 빈 살만이 푼 선물 보따리와 일본 패싱
- [이원두 時事寶鑑] 예산안 볼모, ‘보복 입법’에 민생은 산으로
- [이원두 時事寶鑑] 연금⁃건보⁃노동개혁, ‘옹졸 정치’도 청산을
- [이원두 時事寶鑑] ‘대기업이 국가 경쟁력’, 민주당만 모른다
- [이원두 時事寶鑑] '섣달 그믐‘에 뒤통수 맞은 반도체 지원법
- [이원두 時事寶鑑] 윤 정부 2년차, 엇갈리는 기대와 불안
- [이원두 時事寶鑑]무인기 교훈, “안보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 [이원두 時事寶鑑] 물가에서 경기로… 금리정책 표적 바뀌나
- [이원두 時事寶鑑] 마스크 해금, 정부가 더 분발해야할 까닭
- [이원두 時事寶鑑] ‘검찰 패싱’ 전략 접고 합리적 출구 마련을
- [이원두 時事寶鑑] 서울시장은 ‘지하철 적자 요인 잘못 짚었다
- [이원두 時事寶鑑] 중앙권한 대폭 이양, ‘지방자치 시즌 2’로
- [이원두 時事寶鑑] 회계 불투명 노조에 ‘노랑봉투’ 훈장주나
- [이원두 時事寶鑑] 미의 당근과 채찍에 휘둘리는 한국 반도체
- [이원두 時事寶鑑] 방치된 국민연금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 [이원두 時事寶鑑] 경상수지 최대 적자에도 '방탄'만 급급하나
- [이원두 時事寶鑑]일본, 결단의 용기도 비전 제시도 없었다
- [이원두 時事寶鑑] MZ ‘변협’ ⁃노조, 유스 퀘이크로 이어지나
- [이원두 時事寶鑑] 연금개혁, 프랑스가 부러운 두 가지 이유
- [이원두 時事寶鑑] 삼성반도체 감산 ‘전진을 위한 후퇴’이길
- [이원두 時事寶鑑] 바이든 세계경제 흔들기 종점은 어딘가
- [이원두 時事寶鑑]‘86세대 무오류’가 사법 리스크 불렀다
- [이원두 時事寶鑑] 워싱턴엔 있고 서울엔 없는 ‘여유와 유머’
- [이원두 時事寶鑑]코로나 비상 해제는 경제 복원 시그널이다
- [이원두 時事寶鑑] 변곡점의 민노총, 투쟁보다 반성이 먼저다
- [이원두 時事寶鑑]히로시마. 78년 걸린 한일 정상의 ‘10초 묵념’
- [이원두 時事寶鑑] 미중 협공에 한국반도체 출구 쉽지 않다
- [이원두 時事寶鑑] '재정준칙’ 딴지걸면서 ‘민생’을 말하는가
- [이원두 時事寶鑑] 'KBS 발전방향’이 대통령 직보 사항인가
- [이원두 時事寶鑑] 이재명의 선택, 오염수 장외투쟁 다음은?
- [이원두 時事寶鑑] ‘괴담 정치’는 증오와 몰염치를 먹고 큰다
- [이원두 時事寶鑑]혼돈의 반도체, 칼 뽑은 삼성 충력 지원을
- [이원두 時事寶鑑]‘새마을 금고 위기’, 한고비 넘겼다지만…
- [이원두 時事寶鑑] 오죽하면 한은 총재가 기득권을 성토할까
- [이원두 時事寶鑑] 그렇게 키운 아이, 뭣이 될지 생각해 봤나
- [이원두 時事寶鑑] 경기 바닥쳤다지만 아직도 첩첩산중
- [이원두 時事寶鑑] LH 그냥 두고는 ‘이권 카르텔’ 못 잡는다
- [이원두 時事寶鑑]중국 관광, 이란 자금해제, 성장 탄력 받나?
- [이원두 時事寶鑑] 韓美日 삼각 경제동맹, 시진핑이 자초했다
- [이원두 時事寶鑑] 라임사태가 ‘검수완박’ 빌미도 되었는가
- [이원두 時事寶鑑]국민연금 개혁, 출산률 정상화가 답이다
- [이원두 時事寶鑑] 고유가 속 체감물가 4% 잡을 자신 있나
- [이원두 時事寶鑑] ‘통계왜곡’이 ‘감사조작’이라면 근거 밝히길
- [이원두 時事寶鑑]글로벌 사우스, 세계경제 견인할 수있을까
- [이원두 時事寶鑑] 북 ‘핵 개헌’, 내부 단속용 또는 새로운 배수진
- [이원두 時事寶鑑] ‘新3高’에 움츠린 경제, 하마스 충격까지
- [이원두 時事寶鑑]선관위 이 상태로 총선거 관리 가능할까
- [이원두 時事寶鑑]카카오 위기, 자본시장 후진성도 일조했다
- [이원두 時事寶鑑] 리커창 사망, ‘중국 시장경제’ 막 내렸다
- [이원두 時事寶鑑]악수 않은 ‘협치’… 화이부동, 영원한 숙제인가
- [이원두 時事寶鑑] ‘외날개 파업’ 민노총 노선 재점검할 때다
- [이원두 時事寶鑑]더불어민주당은 왜 ‘탄핵놀이’에 올인하나
- [이원두 時事寶鑑] 미⁃유럽 금리인하, 경기⁃고용 살릴 열쇠로
- [이원두 時事寶鑑] 간병비 지원, 복지 시스템 강화로 뒷받침을
- [이원두 時事寶鑑]선거와 전쟁 뒤얽힌 지구촌, 북은 ‘남한 평정’
- [이원두 時事寶鑑]‘정쟁 입법 vs 거부권 정치’, 민생 설곳 잃었다
- [이원두 時事寶鑑] 비트코인 상장, ‘디지털 경제대응’ 서둘러야
- [이원두 時事寶鑑] 반도체 초격차 우위, 골든 타임은 더 짧다
- [이원두 時事寶鑑]재해법 ⁃ 택배노조 판결, 기업은 고달프다
- [이원두 時事寶鑑]‘힘들다는 핑계’, 정치는 손흥민에게 배워야
- [이원두 時事寶鑑]‘세계 4위 방위산업, 국가 안보 초석이다
- [이원두 時事寶鑑] 김정은 시진핑 푸틴의 유일한 공통점은…
- [이원두 時事寶鑑] 출산율 감소, 원인 알면서 처방엔 인색하다
- [이원두 時事寶鑑]의사파업이 몰고 온 의료개혁, 뒷걸음 없길
- [이원두 時事寶鑑]중국 이커머스의 무차별 공세 심상치 않다
- [이원두 時事寶鑑]위기의 마트 백화점, 이커머스와 맞서려면
- [이원두 이슈 분석] ‘과천 주택 취소’, 밀어붙이기 시대 끝났다
- 타이완 지진, 세계 반도체 판도도 흔들리나
- [이원두 時事寶鑑] ‘라인’창업자 네이버 밀어내려는 일본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