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의 서울지하철 1~8호선 한시적인 파업에 한국노총과 MZ 세대 노조인 올바른 노조가 불참함으로써 ‘민노총만의 외날개 파업’이 되었다. 그런데도 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는 노⁃사간의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능시험(16일)이 끝나면 2차 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같은 직장의 복수 노조 가운데 민노총이 비록 수적 우세를 확보하고 있더라도 ‘동료 노조’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사회 상식이며 공존의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시적 파업이 끝난, 그리고 올해 들어 첫 추위가 몰아닥친 주말(11일) 노동자 대회는 양대 노총이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불변의 단결’을 과시한 것은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서울 서대문역 일대서 5만 명(주최자 측 주장), 한국노총은 국회가 있는 여의대로에서 6만 명(주최자 측 주장)이 모인 대규모 노동자 대회로 기세를 올렸다. 주말 일반 시민이 겪는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오로지 ‘노동자 권익’ 수호를 위한 집회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노동자 대회와는 달리 이날 집회는 기세가 등등했어도 양대 노총이 안고 있는 투쟁 노선과 방향에 대한 내부 고민이 진하게 묻어나는 집회로 읽힌다.

주말 대회 주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시행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엔 ‘문제가 많다’고 일단 포기한 것을 야당이 되자, 그리고 총선이 다가오자 다시 불을 붙여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 가운데 하나가 노란봉투법이다. 핵심은 파업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이른바 ‘파업 조장법’이다. 내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노총으로는 ‘자다가 떡이 생긴’ 법임으로 대규모 집회를 통해서라도 ‘거부권 행사’를 말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한 것은, 국가 경제 그리고 기업활동이 노동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는 약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나 지금 양대 노총은 약자가 아니라 새로운 귀족으로 신분이 급상승한 계층이다. 최근 30여 년에 걸친 노동운동의 결과이며 이 과정에서 희생된 계층도 적지 않다.

양대 노총, 특히 민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는 집단적인 탄압 대상으로 지목하여 공사현장 일용직도 구할 수 없게 되었고 화물연대 소속 아닌 화물차주는 집단 린치에 가까운 따돌림을 받아 왔다. 그런 가운데 양대 노총은 연간 천억 원에 이르는 조합비를 불투명하게 사용해 왔으며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각종 보조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를 바로 잡으려고 각종 대책을 제시했으나 하나같이 모두 거부한 것이 양대 노총이다. 급기야 조합비에 대한 노조원의 세액공제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서야 가까스로 회계 공개에 나섰다. 그뿐이 아니다. 강성 노선을 견디다 못해 민노총 탈퇴를 시도한 단위노조가 한두 곳이 아니며 젊은 층인 MZ 세대 중심의 제3 노조 결성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래도 민노총은 꿈쩍도 않는다. 민노총이 노동자 권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른바 민중(노동)해방을 표방하는 PD(Peopl’s Democracy), 민족주의적인 해방을 부르짖는 NL(ional Liberation)파로 갈린 이념투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치단체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까지 적지 않게 발각되었다.

오죽했으면 전 대변인 출신 인사가 ‘민노총 주류는 민주당의 하청기관이 되어 민주당을 위한 투쟁’을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을까. 이번 서울지하철 파업만 하더라도 한노총과 MZ 노조는 사용자 측이 제시한 증원과 복지 확대에 대해 ‘그만하면 되는데 왜 거부하는가?’고 반발했다. 말하자면 한노총과 올바른 노조와는 달리 민노총은 노동자 권익이 아니라 정치이념을 관철하기 위해, 민주당의 하청 노릇에 충실하기 위해 파업을 강행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노동현장에서도 기득권(예를 들면 강성 민노총과 한노총) 비판이 드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에 ‘노동 귀족’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도 양대 노총, 특히 강성 민노총 지도부는 귓등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그 결과가 이번 서울지하철 파업이 반쪽으로 끝난 것이다. 따라서 이쯤 해서 양대 노총, 특히 이념을 앞세우고 있는 민노총은 투쟁 노선을 재점검, 노동현장 실정에 맞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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