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경제(판매)가 아니라 정치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최근 들어 중국의 이커머스가 저질의 짝퉁(가짜 위조 상품)뿐만 아니라 성인용품과 의료기기까지 무차별 공세에 나선 것이 심상치 않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정부가 마침내 칼을 뽑았다. 정부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 도 국내법을 적용하여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소비자보호원은 해외 플랫폼과 핫라인을 구축하여 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을 처리할 창구 운영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그리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중국 업체, 특히 알리가  한국 내 전용 물류 인프라 구축에 나선 데 따른 대응이다.

한국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 익스프레스를 위조 약품 포르노 유통 협의로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대형 플랫폼 등의 가짜정보, 불법 콘텐츠 거래를 의무적으로 단속 하도록 규정한 EU의 디지털 서비스법(DSA)에 따른 것이다. 작년 11월에 알리 익스프레스에 요구한 거래 상황보고가 불충실하다고 판단, 정식 조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테무는 미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지난번 수퍼 볼 광고에 수백억 원을 투입했고 쉬인은 남미에 의류공장을 지어 저가상품 공급기지를 확보하는 등 전방위, 전 세계적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저가상품을 앞세운 상대국 시장 공략으로 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야심, 특히 아시아와 남미 개도국 등을 상대로 한 경제 공략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진핑 중국이 주력해 온 이른바 ‘일대일로’가 참여국의 경제 파탄과 이에 따른 정치적 갈등 등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사실상 실패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일대일로를 대신할 새로운 정치적 야심-국제적 발언권 강화와 중국에 동조할 국가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이커머스를 앞세워 저가 물량 공세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저가 물량 공세로 상대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은 이를 감당할만한 저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간을 줄이고 투입 자금 부담도 덜기 위해서는 각종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 짝퉁과 포르노 불법 의약품도 마다하지 않는 배경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시진핑 정권이 ‘중국 경제 광명론’을 앞세워 국내 여론을 호도할 정도로 좋지 못하다. ‘경제 광명론’은 작년 12월 중순에 열린 중앙경제 공작 회의에서 정식으로 채택한 홍보전략이다. 바닥을 헤매는 부동산 경기와 소비부진으로 상징되는 중국 경제의 탈출구를 마련할 묘책이 마땅하지 않자 경제가 나쁘지 않음을 국민 뇌리에 새겨넣기 위한 공산당 특유의 프로파간다에 나선 것이다. 바꾸어 표현하자면 가스라이팅에 나선이다. 이 ‘경제 광명론’의 정치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국 경제 쇠퇴론이라는 진부한 표현’은 외국에서 퍼뜨리는 유언비어라며 시장교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한 외국 스파이 적발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알리가 2억 달러를 들여 국내 물류기지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얼마간은 할인해서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커머스 인프라가 세계서 가장 잘 갖추어진 나라다. 중국이 저가 저품질 공세를 벌이는 것도 가성비가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이 연간 6천 2백억 원을 들여 지난 10여 년간 구축한 인프라와 시장을 상당 부분 무임승차하려는 노림도 없지 않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무임승차 부분을 대담하게 잘라내야 할 것이다. 무역마찰을 유발하지 않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이커머스 거래 상품의 통관을 철저히 함으로써 ‘신속 배송’이라는 장점을 퇴색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포르노 관련 상품과 검증되지 않는 의료기기와 약품, 그리고 지적 재산권 보호(짝퉁 단속) 등 당당한 명분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여건상 보복을 유발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저가 공세를 차단함과 동시에 중국에 보복의 명분을 주지 않도록 슬기롭게 추진해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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