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문제해결, 난임 치료를 위한 바우처 정책·예산 도입 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18년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문제해결, 난임 치료를 위한 바우처 정책·예산 도입 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작년(2023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 세계 최저 수준이다. 당사국인 우리뿐만 아니라 선진국 전체가 충격을 받은 수준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사실은 출산율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4분기 출산율은 00.65명이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자녀 수를 말한다. 합계 출산율 0.72(또는 0.65)는 부부 1백 쌍(2백 명)의 자녀가 72명(또는 65명)이라는 뜻이다. 세대가 내려감에 ‘따라 인구가 그만큼 줄어듦을 알 수 있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50년 뒤인 2072년엔 한국 인구가 3천 6백만 명대로 줄어들게 되며 그 절반이 63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되는 것이다. 이른바 ‘한국 소멸론’의 배경이다.

합계 출산율이 2명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84년이다. 그 뒤 1997년 외환위기 영향으로 젊은 층의 취업난이 겹쳐 2005년부터는 0.9로 급락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당시 노무현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 방어에 나섰다. 뒤를 이은 이명박 정부의 ’기업 보육 시설 설치 의무화‘. 박근혜 정부의 ’불임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근무형태 개혁과 아동수당 지급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늘 돌봄 제도 신설 등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18년간 정부는 3백 8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줄곧 줄어들고 있는 것은 각종 대책이 비효율적이었음을 말한다.

합계 출산율이 감소하는 나라는 대체로 선진국이다. 경제성장에 따라 개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른 현상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우선 여성이 아이를 낳겠다는 바람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함께 ‘아이를 낳지 않겠다, 낳기 싫다’는 인식이 누적된 결과가 저출산 인구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인권존중, 민주주의, 사생활 존중 등 풍조는 개개인의 인식과 선택이 사회제도와 가치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나라일수록 다양한 형태의 삶을 인정함과 동시에 각자가 자기 방식대로 서로 돕고 도우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사회’는 가족 형태나 종류에도 나타난다. 덴마크의 인구 통계에는 가족 형태가 무려 37종류에 이른다. 부부동거, 남편이나 아내가 데리고 온 자녀와의 동거 등등이다. 배우자 관계도 이성 간의 결혼뿐만 아니라 동성 간, 등록 파트너, 미혼부와 미혼모 등 다섯 종류나 된다. 덴마크와 프랑스의 경우 혼외자 비율이 1960년대에는 10%가 채 되지 않았으나 2017년에는 50%를 넘는다. 가족 형태의 다양화에 대응하여 행정서비스 역시 다양해져 차별이 없다.

한국의 합계 출생률의 급격한 저하는 전통적 가족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미혼모에 대한 차별적 인식 때문만이 아니겠지만 2010년~2022년 사이에 사라진 아기가 7백 18명이나 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출생이 보고되지 않은 아동이 9천 6백 3명이며 그 가운데 5%에 해당하는 4백 69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생사 확인이 안 되는 2천 5백 47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결혼도 점점 어려워지는 풍조다. 월수입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결혼 자체를 생각지 않을 정도로 지금 한국 젊은이들의 생활은 팍팍하다. 근무형태 변화와 아동수당 지급을 내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부동산이 급격하게 올라 이런 풍조에 기름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산율 높이기에 2022년에만 15조 원을 투입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한 원인의 하나가 부동산 급등에 있다고 봐야 한다. 역대 정부의 효과 없는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은 윤석열 정부는 장단기 투트랙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함과 동시에 각급 학교를 돌봄 시설로 이용하는 방안이 단기적 대책이라면 장기적으로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삶을 보장하는 제도 마련이다

지금까지 한국뿐만 아니라 각국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여러 대책을 제시했으나 아직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과 그 원인에 대한 분석과 진단은 다양하게 나왔으나 이를 다스릴 처방전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결혼과 출산을 행정 명령이나 법률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정부와 사회 전반이 급변하는 가족제도와 가치관에 인내심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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