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국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했다. 23세 이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이 10.42파운드에서 최소 11파운드로 인상된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며 감세를 배제. 매년 10만명의 사람들이 노동시장을 떠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근로능력평가를 대체하고 사회복지에 대한 제재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재레미 헌트 장관 @뉴시스
영국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국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했다. 23세 이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이 10.42파운드에서 최소 11파운드로 인상된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며 감세를 배제. 매년 10만명의 사람들이 노동시장을 떠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근로능력평가를 대체하고 사회복지에 대한 제재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재레미 헌트 장관 @뉴시스

저성장 늪에서 허덕이는 영국은 법인세를 사상 최대수준으로 감면, 기업부담을 연간 1백 50억 파운드 (약 2백 50조 원) 줄이는 등 경기 살리기에 나섰다. 또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려던 IT 장비와 생산설비투자액의 25% 세액 공제도 영구화했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은 연간 약 1백 10억 파운드(약 1백 83조 원)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영국이 이처럼 대담한 감세 정책을 들고나온 것은 경제성장률이 유럽지역에서는 독일 다음으로 낮은, 0%대로 떨어진 이래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성장률이 정체된 독일 역시 제조업 전기료를 97%나 깎아주는 등 기업 기 살리기에 나섰으며 일본도 감세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각국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감세를 들고나온 것은 경기를 살리는 데 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나 국민이 감세를 무조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기시다 내각은 감세 정책을 거론하자마자 인기가 폭락, 수상 퇴진론이 힘을 얻을 정도다. 영국 역시 두 달 전만 하더라도 감세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 대한 비판과 함께 주가가 급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유일한 탈원전 국가로서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무장집단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산유국과 국내 기업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산업용 전기료 97% 인하는 ‘울며 겨자 먹기’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증세는 말할 것도 없고 감세라 하더라도 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것’이면 환영받지 못함을 영국과 일본이 잘 보여주는 셈이다.

비록 시장과 국민이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감세는 혹세(酷稅)보다 훨씬 낫다. 교훈적인 고사(古事)도 많다. 시아버지 남편 아들이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 험지(險地)이지만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없어 떠나지 못한다는 사자성어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가렴주구의 뜻은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어드리고 혹독한 형벌로 재산을 빼앗아가는 횡포를 뜻한다. 현대적인 용어로는 직권남용, 권력 횡포다. 

우리나라 가렴주구의 전형적 사례는 조선 말 전라북도 고부에서 불길이 오른 동학 농민 혁명이다. 토지 수탈과 수세(水稅) 등의 가혹함이 임계선을 넘은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 농민 혁명 시발점이 경상도나 충청도 강원도, 평안도, 함경도도 아니라 전라도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연관하여 조선 역사적 인물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이가 충무공 이순신임을 알지 못하고 있는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충무공을 상징하는 ‘생즉사,사즉생(生卽死,死卽生)과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판옥선:전함)가 있다‘는 말을 누구나, 아무 데서나 인용한다. 열 배가 넘는 일본 수군을 맞아 나라를 지키려는 결사의 충정이 서려있으며 후손이라면 모두가 이어받아야 할 우국충정이 서린 말이다. 그러나 충무공의 이러한 우국충정은 당시 조정이나 임금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나라와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표본적 수사학이다. 

울돌목 공원에는 충무공의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곧 나라도 없다)’가 새겨진 기념비가 서 있다. 호남은 농본(農本)시대 국가 산업의 핵심기지임을 오직 충무공만이 알고 있었으며 기간산업 없이 국가가 존립할 수 없음을 6백여 년 전에 충무공만이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충무공이 역사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보는 이유다. 충무공을 바로 평가할 수 있다면 동학 농민 혁명이 전라도에서 일어난 필연성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봉건왕조 가치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횡재세 신설론이나 법인세 세율 인하에 인색한 마음으로는 충무공 앞에 바로 서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우리 경쟁국이 반발을 무릅쓰고 법인세 세율 인하로 기업 살리기에 나선 지금,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은 오직 하나뿐이다. ‘호남이 없으면 곧 나라도 없다(若無湖南是無國家)’. 충무공이 말한 호남은 지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농본국가의 기간산업기지인 호남평야를 가리킨 것임을 모르면 이 시대를 살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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