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1년, 코로나 펜데믹도 종식됨으로써 경제에 숨통이 트이고 있는 낌새가 보인다. 여전히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무역수지도 5월 들어 거의 1년 만에 적자 규모가 줄어들었다. 5월 물가 역시 19개월 만에 최저수준인 3.3% 상승에 그쳤다. 정치 쪽이 정략적인 ‘딴지’를 걸지 않으면 이를 바탕으로 순조롭게 ‘저성장 늪’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 시점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쪽은 여전히 ‘삼류 또는 사류’수준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재정과 통화로 저성장을 해결하려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소리 높여 경고했다.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평가도 야속할 정도로 냉철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성장률 전망을 0.2%포인트 낮춘 1.5%로 전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전직 경제수장 31명의 진단과 충고도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상황이며 고강도의 노동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출구도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연관하여 현재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일탈이 살얼음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민생‘을 앞세워 장외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현실 호도를 통해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겠다는 것으로만 읽힌다.

국회 입법권을 마음대로 흔들 수 있는 거대 야당이, 이재명 민주당이 진실로 민생과 나라를 걱정한다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 국회 통과에 흔쾌하게 협력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은 재정준칙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사회적 경제 기본법(사경법)’ 제정을 내걸고 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재정준칙’은 연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하되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넘으면 이를 2% 이내로 관리한다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가 ‘문재인 정권의 일탈이 살얼음 위기를 불렀다’고 질타한 것은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이 재정준칙 입법 조건으로 내건 ‘사경법’은 정부가 공공조달을 할 때 (문 정권이 ‘육성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에 전체 규모의 10%(연간 약 7조 원)를 의무적으로 구입하라는 내용이다. 지난 5년간 무리하게 ‘육성’한 것도 모자라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당근을 마련하겠다는 욕심스러운 정략이다.

그렇지 않아도 선진국은 의료, 환경, 국방 등의 수요 증대로 정부 총지출이 200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어도 7%포인트 급증할 추세라는 예측도 있다(스위스 재정 컨설턴트 마크 로빈슨). 여기에 코로나 펜데믹 후유증까지 겹쳐 짐은 더욱 무거워진 상황이다. 특히 환경과 관련,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카본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4조 달러 이상을 2030년까지 투자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금세기 후반에 이르면 선진국은 인구의 25%가 65세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화에 따라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과 사회간접자본 재원이 필요하게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과 남중국해 그리고 북한 리스크 증대로 인한 군비지출 규모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추세다.

우리로서는 어느 하나 만만하지 않다. 그런데도 지난 5년간의 방만한 재정 운용 계산서가 돌아오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에 국고를 틀어 특혜를 줄 여유가 없다. 여유가 있다면 부동산 실정으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전세 난민’을 한 가구라도 더 구하는 데 쓰는 것이 생산적이다. 따라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은 이쯤 해서 진정한 민생 살리기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이 사법 리스크 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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