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과 가짜뉴스는 ‘거기가 거기일 정도’로 닮았다. 적어도 한국적 정치 현실에서는. 그러나 괴담과 가짜뉴스는 염연히 구별된다. 사전적 의미부터가 다르다. 가짜뉴스는 ‘언론형식을 빌려 퍼뜨리는 거짓 뉴스’이며 괴담은 ‘괴상하고 야릇한 이야기’이다. 적어도 괴담에는 팩트가 존재할 수도 있음을 사전적 의미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적 정치 현실, 특히 진보정치 그룹이 생산 주재하는 괴담에는 처음부터 팩트가 없는, 가짜뉴스에 근거한 괴상하고 야릇한 이야기가 판을 칠 뿐이다.
‘괴담 정치’ 원조로는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광우병 촛불시위가 꼽힌다. 미국에 광우병이 번짐에 따라 8개월 미만의 어린 소만 수입하겠다고 하자 이를 사실상 전면 개방으로 과장, ‘미국 소고기보다는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 는 괴담이 온 나라를 휩쓸었다. 견디다 못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알다시피 미국 소고기로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고 지금도 전 국민이 없어서, 비싸서 못 사 먹을 뿐 광우병 걱정은 하지 않는다. 사태가 이렇게 종결되자 시위를 주도한 당시 야당인 진보 정치세력은 ‘광우병보다는 이명박 실정을 규탄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변명을 내세우고 있다. 취임 서너 달밖에 되지 않는 대통령이 실정을 했으면 얼마나 했을 것이며 치적을 쌓았으면 또 얼마나 쌓았을까? 어느 쪽이든 군색하기 짝이 없는 ‘사후 합리화’일 뿐이다.
그다음 타자는 2017년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면서 일기 시작한 전파 유해론이다. 성주 참외가 전파에 튀겨진다, 사람도 전파에 튀김이 된다는 등등 살벌한 괴담에 ‘안보전략’은 실종했다. 운영하던 골프장을 사드 기지로 제공한 롯데는 중국에 잘나가던 백화점을 닫고 철수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중국에 대해 이른바 3불 정책을 약속, 시종일관 저자세 외교로 일관한 것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6년 만에 나온 환경영향평가의 결론은 전자파가 기준치의 0.19%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믿을 수 없다는 한마디로 꿋꿋함을 자랑했고 이재명 대표는 ‘그렇다면 다행’이라고 남의 말 하듯 눙친 것이 고작이다.
세 번째 타자로 등장한 것이 지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 수 (민주당은 핵 폐수로 부른다) 방류를 둘러싼 괴담이다. 앞의 두 가지 사례와 다른 점은 오염수 괴담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탈당은 했으나)의 코인 스캔들을 덮어버리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역습의 무기로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전가의 보도 (傳家寶刀: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칼)인 괴담의 효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태평양 도서국에 ‘연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다고 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적어도 2백여 개국이 존재한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출석한 국제박람회기구만 하더라도 회원이 1백 79개국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연대하려는 국가가 겨우 태평양 도서국뿐이라면 말이 되는가? 후쿠시마 오염처리 수 방류에 직접 노출되는 하와이를 비롯한 북아메리카 대륙과는 왜 연대하지 못하는가? 이유는 오직 하나, 하와이 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믿을 뿐 한국 더불어민주당이 목소리를 높이는 괴담에 전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더불어민주당 발 괴담에 그나마 귀를 기울여 줄 상대는 태평양 도서국뿐이라는 뜻이다. 한국이 G8로 분류되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오직 태평양 도서국에 명운을 걸고 있다면 참으로 초라하고 가엽지 않는가.
괴담은, 적어도 한국 정치판에서의 괴담은 정권을 빼앗아간 (사실은 잃은 것이지만)데 대한 증오심과 그 증오심이 깊어짐에 따라 마비되기 시작한 이성을 먹고 자라면서 퍼지는 것이 아닐까? 가짜뉴스로 마을 주민을 속이며 즐기던 ‘양치기 소년’이 끝판에 가서는 어느 누구도 돌아봐 주지 않는 외톨이가 되어 사나운 늑대 떼와 맞서지 않았던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괴담에 떠는 순진한 국민의 모습을 즐기는 ‘정치’는 이쯤 해서 멈추고 이솝우화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오늘의 한국 진보정치세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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