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뒷전인 채 방탄 등으로 공전하는 국회에 빨간 불이 켜져 있는 모습 @뉴시스
민생은 뒷전인 채 방탄 등으로 공전하는 국회에 빨간 불이 켜져 있는 모습 @뉴시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경상수지 적자가 45억 2천만 달러나 된다.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80년)이래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상황 (2020년 4월) 때의 40억 2천만 달러, 2008년 8월 세계금융위기 때의 38억 4천 5백만 달러보다 크다. 무역을 비롯하여 해외투자, 서비스 교역 등 모든 경제영역을 통해 국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쓴 돈 (지불한 것)보다 적다는 뜻이다. 나라 살림이 온통 빚으로 충당되고 있음을 말한다. 

그런 데도, 경상수지 적자 폭이 사상 최대 규모인 데도 누구 하나 앞장서서 걱정하거나 대책에 골몰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오직 윤석열 대통령 혼자 ‘경제에 올인’하자고 독려하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울 뿐이다. 올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 경제에 탄력을 불어넣겠다고 한 정부 방침도 석 달이 거의 지난 현시점에서 볼 때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예산 집중 집행만으로는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내외 환경이 나쁘다는 증거다. 첨단산업 발상지이자 스타트업 생태계 핵심인 SVB (실리콘밸리 뱅크)가 파산할 줄 누가 알았을까. 고금리로 촉발된 국제경제 환경은 이처럼 각박하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수출 주 업종인 반도체 출하 규모는 이미 반 토막이 되었고 코로나로 해외 관광길이 트였으나 인바운드 (한국입국) 보다 아웃바운드가 훨씬 큰 데다가 중국이 단체관광 송출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서기 위해 유럽 연합 (EU)도 비슷한 법을 마련, 수입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력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국회는 여전히 ‘이재명 방탄’에 정력을 소모하는 모양새다. 투자 세액공제를 상향 조정하는 반도체 지원법 은 아직도 더불어민주당에 발목을 잡힌 채로 있으며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부동산 규제 완화조치도 관계법 개정이 안 되는 바람에 허공에 뜬 상태다. 수출이 부진하면 그 원인을 찾아 업계를 지원하는 것이 정부 몫임에도 불구하고 관계법을 마련할 입법부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에 몰려 다른 것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이 모든 짐은 각종 악재와 싸워가면서 돈을 벌어와야 하는 기업과 경상수지 적자의 직격탄에 신음할 가계(家計)가 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줄이면 국민만 가여운 신세가 되었다는 뜻이다.

경상수지 적자 폭 확대는 원화 가치 하락 (환율 상승)으로,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키운다. 수출 가격경쟁력도 떨어진다. 기업과 가계를 살리려면 기본적으로 국가가 모든 경제영역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팔짱만 끼고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사태를 방관만 하더라도 돈이 저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님을 우리 정치인들만 모르고 있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알고도 눈을 감는다면, 그러한 위선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도체 지원에만 인색한 것이 아니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지원 규모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한번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6조 3천억 원을 들여 신공장을 지으면서 받을 인센티브가 최대 2조 5천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울산에 2조 원을 투입한 전기차 새 공장 건설로 받을 보조금은 고작 4백 22억 원에 불과하다. 투자 세액 공제도 한국은 1%인데 반해 미국은 최대 30%까지 적용된다. ‘애국심’이 없다면 어느 누가 한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나설 것인가?

기업이나 국민의 애국심은 국가가 보상해 주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상황이다. 그러면서 입법부를 지배하는 더불어민주당 주류 세력인 86세대는 여전히 386시대에 멈춘 상태다. 국가적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이 시점에서 86세대는 격변하는 시대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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