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비즈니스 스쿨 ISSE 총장인 프랜츠 호이캠프(Franz Heukamp)는 한 인터뷰에서 주주 이익만이 아닌, 사원 거래처 소비자 지역주민 등 이해 관계자 (스테이크홀더 stakeholder))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신자본주의’‘를 제창했다. 호이캠프 총장이 말하는 이해 관계자에는 미래세대도 포함된다. 단기적인 이익 추구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신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세대 간의 문제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젊은 세대의 영향력을 유스퀘이크(youth+quake)로 표현하고 있음을 그는 지적한다.
유스퀘이크는 1969년 보그지 편집장이 창안한 신조어이다. 단순히 패션 분야의 젊은이 취향의 급변을 표현한 이 말이 지금은 경제 정치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세대 간의 대림 갈등 화합 등 영향력, 특히 젊은 세대의 영향력 증대 현상을 표현할 때 쓰이며 ’반란‘이라는 뜻이 강하다. 세계적인 저출산 현상에 따라, 또 인터넷과 스마트 폰 등 디지털과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젊은 세대의 영향력은 겉으로 나타난 것 이상으로 파괴력이 함축되어 있다. 이 유스퀘이크는 사회 전반의 리뉴얼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기성세대, 이른바 시니어의 이해력이나 적응력은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압력단체로는 노조와 변호사단체 그리고 의료인 단체를 꼽는데 별다른 저항이 없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이 가운데 노조와 법조(변호사단체)계에서만 유독 MZ 세대가 정체성 회복을 내걸고 기존 단체와 각을 세우고 있음을 본다. MZ 세대란 쉽게 말해서 1981~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이들의 특징은 최초의 글로벌, 인터넷 세대라는 점, 그리고 Z세대는 여기서 한 걸은 더 나아가 메타버스 가상세계의 아바타로 생활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성세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정체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자주 충돌한다. 양대 노총의 불‘합리성’에 반기를 들고 MZ 노조를 결성한 것이나, 이념을 앞세우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반발하여 새로운 변호사회를 결성한 것은 그들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양대 노총이 이 사회에 가하는 압력은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데 반하여 법조(변호사회)의 압력은 무형의 간접적이라는 점이다. 어느 것이든 당사자의 실생활에는 막대한, 때로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정치적 파워는 날로 커져 ‘제2 압력’의 크기와 강도도 높아진다. 재야의 변호사회뿐만 아니라 재조 법조, 사법부의 일탈도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최근 국민적 관심으로 떠오른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의 위헌 여부를 가름해달라는 헌소(憲訴)를 기각한 헌재 결정을 두고 일부에서는 ‘과정은 잘못되었는데 결과는 정당 하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법률은, 특히 헌법소원을 포함한 모든 재판은 법률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공정하고 명쾌한 논리의 뒷 맏침이 있어야 설득력이 있다. 패소하더라도 억울함이 없다.
노조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운동이, 근로자 권익보호가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강성투쟁이 필요악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동활동이 보장된 지 40여 년, 민노총과 교원노조도 합법화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정치투쟁을 일삼는 것은 일종의 타성일 수 밖에 없다. 급기야 노총 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그대로 움직인 사실이 당국 조사로 밝혀졌다. 이런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양대 노총은 근로자, 노동자로부터 외면을 받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지금 MZ세대 노조와 변호사회가 주장하는 것은 특정 이념과 정치성을 배제하고 변호사회, 노조의 정체성 확립, 제자리를 찾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집단이나 단체가 해야 할 일까지 노조나 변호사가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자는 것이 MZ 세대 주장이다. 이를 외면한다면 유스퀘이크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게 될지도 모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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