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뉴시스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경제실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은 몹씨 섭섭한 모양이다. 지난 6일 서울 코엑스서 열린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 치사를 통해 ‘무역의 힘으로 선진국이 된 소중한 성과마저도 오로지 부정하고 비난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대목이 이를 대변한다. 사흘 뒤인 9일 ‘2022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성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분배지표 개선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혁신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강조함으로써 치적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서운하거나 자부심을 내세우더라도 경제 형편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무역 1조 달러는 세계 8위에 해당하는 규모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로지 관련 기업의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일 뿐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른 성과라고 보기 힘든 면이 강하다. 다시 말하면 현 정부는 실물경제 성과에 자부심이나 자랑하려는 자체가 면구스러운 면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정부는 경제 전반에 걸쳐, 특히 기업정책에서는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한 경향이 짙다. 현실보다 이상을 추구할 경우, 그 결과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기업이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면 이는 오로지 ‘천운’이거나 기업의 피나는 노력의 대가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정책의 결과로 봐주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서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경제에 브레이크를 거는 각종 정책을 서슴없이 제시하고 추진했다. 소득주도 성장이 그렇고 탈원전, 4대강 보 철거 역시 기업환경 훼손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했기 때문에 이제는 신물이 날 정도이지만 ‘소주성’은 전체 고용시장을 왜곡시킨 치명적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탈원전 역시 ‘탄소 제로’의 짐을 떠 안은 기업에 또 하나의 족쇄로 작용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대통령 임기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4대강 보 해체와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무런 사전 설명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탈원전으로 한국전력은 흑자에서 적자기업으로 추락했으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서둔 바람에 관련자들이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재판에 회부 되었다. 그 이면에는 감사원 감사가 결정적 요임으로 작용했다. 이번에 보 해체 개방 정책 역시 감사원이 적절성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원전과 4대강 보 해체는 한마디로 줄여 말하면 ‘전 정권의 실적’에 대한 현 정권의 평가절하 내지는 시기심의 발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른 고통은어렵사리 1조 달러 무역 국가의 위상을 굳힌 주체인 기업 몫으로 남는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이상을 추구하는 정부는 탈 탄소에서도 과욕을 부려  기업의 짐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지난 10월 말 영국 글래스코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를 2018년 기준 40%라고 공식 발표했다. 처음 감축 목표가 26.3%였다는 점, 다른 1백 43개국의 평균 감축 목표가 9%라는 것을 생각할 때 40% 감축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가는 쉽게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일부에서는 포스코만한 기업 세 곳이 가동을 멈추어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 근거다. 

이뿐 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탄소 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를 열어 저탄소를 통한 신(新)통상 르네상스를 열겠다면서 4년간 94조 원을 투입한다는 결의를 밝혔다. 정부가 마중물로 61조 원을 대고 현대자동차 등 11개 에너지 선도기업이 33조 원을 부담하자는 내용이다. 

또 에너지 다소비 대기업 등 사업자 4천 7백여 곳은 2023년부터 태양광 연료전지 등 분산 에너지 시설을 설치토록 했다. 국가 경제의 뿌리를 흔들 수도 있는 이러한 엄청난 정책을 임기 말에, 

더군다나 뒤를 이어 국정을 맡을 여야 후보 진영과는 사전 협의 없이 결정한다는 것은 정치도의에 맞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오히려 대못 받기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대통령은, 임기 말 대통령은 좀 더 신중하고 겸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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