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우한폐렴의 원산지 중국이 국경을 차단, 입국금지에 나섬으로써 세계는 한마디로 ‘갈라파고스 경제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계의 공장이며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의 중심이기도 한 중국은 외국인 입국 차단, 인도는 국내 봉쇄에 나서 글로벌기업은 셧다운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세계경제는 글로벌화가 아니라 로컬화만이 유일한 생존수단이 된 셈이다. 이 경우 로컬화는 바로 갈라파고스화를 의미한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날 다시 원상복구가 되겠지만 현시점에서는 그 날이 언제일지 단정하기 어렵다. 각국이 갈라파고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극단의 대책’, 돈 풀기 경쟁에 나선 이유다.

돈 풀기에 앞장을 선 것은 트럼프의 미국이다. 연방준비제도(FRB)를 윽박질러 한 달에 두 번이나 금리를 내린 트럼프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 마침내 국내총생산(GDP)의 10%인 2조 달러의 경기대책 자금을 마련했다. 이 돈은 기업과 개인의 ‘안전망’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쉽게 말해서 생계가 막막한 서민과 한계상황에 놓인 기업의 ‘연명자금’이라는 뜻이다. 트럼프의 경기대책을 모범답안으로 삼은 것일까, 한국과 일본도 대담한 돈 풀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 회의는 1백조 원을 긴급 투입키로 결정했고 아베 일본도 2008년 금융위기 대책으로 집행된 56조 8천억 엔을 초과하는 규모의 긴급경제대책을 지시했다. 정확한 액수는 4월 초의 보정예산(추경)에 반영될 것이지만 적어도 국민총생산의 10%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역시 13년 만에 특별국채(적자구채)를 발행할 방침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GDP대비 2.8%인 재정적자를 3%까지 대폭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이 이처럼 앞다투어 돈 풀기에 나선 것은 코로나 내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다. 정확하게 말하면 코로나 이후에 대처할 힘을 비축하기 위한 대증요법이다. 경제가 입은 코로나 내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글로벌 기업이 겪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경영난과 이에 연유한 고용률 저하, 실업자의 양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경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 격리로 인한 인적 물적 이동 차단은 경제활동 정체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여행, 외식, 레저 수요의 실종으로 숙박업, 항공업 등 운송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중요 3개 지역에서만 전체 고용자의 25%에 해단하는 1억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다. 우리 역시 실업대란의 폭풍에 휘말려 들었다. 3월 19일 현재 실업급여 신규신청자가 10만 3천명이다. 여기에 이동제한에 걸려 신청하지 못한 대구 경북 지역을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얼마가 될지 예측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실업자뿐만 아니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의 해외공장도 가동을 멈추었다. 제조업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관광 레저의 실종으로 항공사의 곤경은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저가항공 가운데는 이미 영업을 중단, 사실상 폐업한 곳도 있다. 오죽했으면 국제항공운수협회(IATA)가 항공업에 대해 최저 6개월간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서함을 보냈을까.

코로나19 내상 치료가 언제 효과를 볼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도 엇갈린다. 금융위기 때 FRB의장이었던 버냉키는 빠른 회복의 V자형 반등을 예건하는 반면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I자형의 끝없는 추락을 예견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경제가 0.1~0.6%의 저성장 또는 역성장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돈 풀기 경쟁력에서 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이 GDP의 10%를 푸는 반면 한국은 5%선에 머물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의 힘으로 2%성장을 달성한 한국과 그 동안 상대적인 장기호황으로 힘을 비축해 온 미국 일본과는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처럼 미국FRB와 일본중앙은행도 돈을 풀고 있지만 이 역시 힘의 차이가 뚜렷하다. ‘법인세 감면 론’을 우리 사회서는 터부로 보는 부류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이 소득세 법인세 사회적 보험료 감면이나 유예도 난국 극복책으로 들고 나오는 데서도 상당  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갈라파고스 경제’가 끝나고 무엇이 살아남을지는 결국 경제를 운용하는 정책당국의 발상과 인식 변환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미 잠재성장률을 상당부분 까먹은 상황에서 ‘이념적인 실험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는 동북아의 갈라파고스로 남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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