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국회)에서 올 경제성장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비록 코로나 19의 최초 발생국이기는 하지만 세계 경제의 한 중심축인 중국이 성장목표치조차 밝힐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함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중국뿐만 아니다.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신생국까지 방역과 경제를 병행해야 할 궁지에 몰려있다. 미국 질병대책센터(CDC)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3차 가이드라인을 발표, ‘경제 재개’에 나섰다. 그러나 이 지침이 나오기 이전부터 50개 주가 일부 완화 조치를 했으나 그 가운데 24개 주에서는 감염이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여름휴가 여행시즌이 시작되는 25일 이후의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의 경제재개 리스크가 심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각국이 경제재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임계점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 위기와 비공식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서 50억 이상의 인구가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도시(지역)봉쇄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16억에 이르는 저소득 노동자는 생계가 막혀 ‘굶어 죽거나 감염으로 병사 하거나’ 기로에 몰려있다고 밝혔다.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야 하는 빈곤 노동자가 올해는 4천만~6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방역에 몰두한 나머지 도시(지역)봉쇄로 인한 경제활동 차단이 이어질 때 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그만큼 좁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지금 각국이 서둘고 있는 방역과 경제의 동시 추진은 빈곤층 노동자의 생계를 열어주는 단기적인 대책과 함께 유럽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는 ‘최저한의 소득 보상’(Basic Income)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 닦기라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를 비롯한 팬데믹은 결과적으로 소득 격차를 좁히는 효과가 있었다. 역병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노동력 공급 부족이 임금의 급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는 오히려 격차를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 정책연구소(IPS)의 한 보고서는 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빌리어네어가 코로나19 창궐기인 지난 3월18일~4월10일 사이에 25명이나 증가한 6백 29명, 자산 총액도 10%나 늘어난 3조 2천 2백 90억 달러라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상위 8명의 빌리어네어가 모두 아마존, 테슬라 등 IT첨단 산업체의 최고경영자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 19 이후의 경제를 지배할 이들 첨단 산업은 대량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 노동력 공급 부족은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고전적 제조업 분야에서의 임금상승 요인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지금 신생국까지 각국 정부가 재정을 퍼부어가면서 경제의 불씨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현재 방역과 경제의 효율적인 양립을 위해 각국은 온갖 지혜를 다 쏟아내고 있다. 태국은 대형 백화점 출입을 스마트 폰으로 체크, 점내 머문 시간까지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은 고객이 한 번 입어 본 옷은 하루 동안 ‘점외로 격리’하고 미국과 독일은 공장 작업라인도 1.5~1,8 미터 거리 두기로 재조정했다. 중국은 모든 것을 로봇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른바 뉴 노멀이 곳곳에서 현실화 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감염대책이 최대의 경영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경제비상시국에 정치가 뛰어들어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중국책임론을 명분 삼아 한동안 수면 아래로 들어갔던 중국과의 경제마찰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대중국 봉쇄 블록에 힘을 보태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나 이른바 서플라이 체인 경제 체제에서나 중국과 완전히 등을 돌리 수 없는, 그렇다고 미국과도 담을 쌓을 수 없는 우리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까지 번질 개연성이 높은 ‘최저한의 소득 보상’도 새로운 짐이다. 스페인은 한 걸음 앞서 이 제도 도입을 본격 검토 단계라고 알려져 있다. 이미 재난 지원금 형식으로 소득과는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린 우리다. 앞으로 저소득층의 기대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 재원은 또 무슨 수로 확보할 것인가, 정부 여당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감당하기 벅찬 짐이다. 여기에 ‘이익 공유’를 슬로건으로 내건 노동계의 강경한 입장과 그들의 파워 역시 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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