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파동이 절정일 때(지금도 같은 상황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은 ‘지나친 불안감을 가지지 마시기를 당부 드린다’였다. 거의 때를 같이하여 청와대 ‘관계자’는 ‘요소가 비료인 줄로만 알았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가 경제라인 인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문제가 될 발언인데 만약 ‘그 관계자가 경제 라인’이라면 아주 심각하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보고를 못 받아 몰라서 그랬다는 외교부 장관의 국회 답변 역시 같은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대통령이나 ‘관계자’ 그리고 외교부 장관이 하나같이 그 심각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국민 여론 다독거리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전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요소의 연간 수입 규모는 1억2천만 달러.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3%다. 힘 있는 지도급 인사나 외교 통상 라인이 무시했다고 해서 나무랄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요소에 증류수를 탄 요소수는 전 산업의 필수적인 핵심 소모성 소재다. 소금이 생명 유지에 필수 요소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소금을 경시하거나 없어도 된다는 식으로 가볍게 보는 사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지도자급과 외교 통상 라인은 요소수라는 전산업의 핵심 소모품의 존재와 가치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국가 경제를 운용하고 있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까 중국 언론(그것도 관제 언론)으로부터 ‘한국 정부의 무능과 위기관리 능력 부족도 원인의 하나’라는 비판과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의 거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주장 앞에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본이 반도체 관련 소부장의 수출제한 조치 때는 ’죽창가‘를 소리 높이 부르던 것과는 극히 대조적인 장면이다.

요소수는 운송업과 제조업의 오염물질 배출을 낮추어주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건설 철강 화학을 비롯하여 디젤 트럭과 대중교통, 발전소, 쓰레기 소각장은 요소수 없이는 가동할 수 없다. 법으로 규제된 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트럭, 건설장비 등은 운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내연기관의 일정 부분을 개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소금과 같은 요소수의 현 재고량은 한 달 치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골든타임을  다 놓친 뒤에야 ’매점매석 단속‘ 엄포를 놓는 한편으로 대책을 세운다고 새로운 수입선 찾기와 찔끔 수입 등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효과는 ’없는 것보다는 낫다‘ 정도이다. 군용 요소의 민간 전용과 긴급 수입 물량을 주유소에서만 판매한다고 밝혔으나 초기에는 당사자인 주유소도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허둥대는 실정이다.

요소수는

전 산업의 필수적인 핵심 소모성 소재다.

소금이 생명 유지에 필수 요소임과 다르지 않다.

경시하고 없어도 된다는 식으로 가볍게 봤다.

존재와 가치를 파악하지도 못했다.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들의 경영 철학도 국민을

요소수처럼  경시하는 그 태도를 닮아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정책 후유증을 수습한다고 은행 대출을 조였다.

관제 금융이 금융시장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고용과 산업구조에 중대한 장애를 유발했다.

 경제와 정치를 구별하지 못한 한국판 (문재인 판)

정경일치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

이런 자세로 지금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인플레 광풍을 이겨낼 수 있을까?

요소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 후유증을 수습한다고 은행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자 제2금융권과 신용도가 낮은 수요자의 대출이자가 제1금융권과 고신용자보다 이자율이 더 낮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제 금융이 금융시장 질서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이는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한국은행법(제2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출범하면서 소주성(소득주도 성장)을 들고나와 고용과 산업구조에 중대한 장애를 유발한 이 정부지만 운 좋게도 그 책임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가 대신 져 주었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가 대세가 된 지금 공급망 정책에 순응하지 못하고 전략 물자 비축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댓가를 요소수 파동을 통해 뼈아프게 지불하고 있다. 경제와 정치를 구별하지 못한 한국판 (문재인 판) 정경일치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심하게 왜곡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자세로 지금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인플레 광풍을 이겨낼 수 있을까?

요소수 파동의 데자뷰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파동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국내 제조가 가능했던 마스크는 조달청이 납품받은 약국을 통해 배급제로 분배할 수 있었던 반면 요소와 요소수를 국내 생산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가격경쟁력을 잃은 국내 제조업체가 거의 전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요소를 비축하거나 국내생산 길을 막은 (경쟁력을 앓게 만든)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오각성, 국내비축과 생산장려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한계에 달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봉사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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