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칼럼] 미‧중 무역협상 결과 따라 ‘기술냉전’ 시대 도래한다
[이원두 칼럼] 미‧중 무역협상 결과 따라 ‘기술냉전’ 시대 도래한다
  • 이원두
  • 승인 2019.05.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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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시진핑의 ‘국가자본주의’가 양립하기는 불가능한 것일까? 지난 9,10일 워싱턴에서 열린 양국 각료회의의 추이로 미루어 볼 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로 몰린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일 제2차 일대일로 포럼 개막연설을 통해 ‘외자기업에 대한 문호 확대, 지적재산 보호,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양, 비즈니스의 기밀정보 보호’를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해  상품과 서비스 수입 확대, 환율 개입 지양, 불합리한 보조금 폐지‘를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이 문제 삼은 ’불공정 요인‘의 대폭적 수정을 약속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약속이 아니라 국내법으로 뒷받침 할 것‘을 요구하면서 3차 관세 인상 발표로 맞섰다.

결국 워싱턴 각료급 협상은 양측이 ‘결렬은 아니다, 북경에서 다시 논의할 것’임을 밝히는’ 것으로 상황을 얼버무렸다. 시진핑 약속의 핵심인 ‘보조금 폐지’를  중앙정부가 빠지고 지방정부가 대행하는 형식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고 미국은 읽은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협상 대표인 유허 중국 부수상은 법 개정 요구는 내정 간섭이며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반발했다. 각료급 협상이 계속되던 지난 10일에 미국은 트럼프가 밝힌 대로 2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종전 10%에서 25%로 인상한 데 이어  4차 관세인상도 곧 단행 할 것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전 품목을 대상으로 한 4차 관세 인상에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IT제품이 모두 포함된다면 한국, 일본 대만 등도 부정적 영향권에 들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부품을 외국에서 조달하여 중국에서 조립 수입하는 애플의 아이 폰 역시 25%의 관세를 물어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 1~3차 관세 인상 품목은 대부분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었던 데 반해 4차 관세 인상이 전 품목으로 확대되면 미국이 받을 부정적 영향 역시 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중국 양 당사국뿐 만 아니라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온 한국 일본 대만의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이는 세계경제를 지탱 해 온 분업체제인 이른바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의 한 쪽이 붕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관세 3차 인상이 현실화되던 지난 10일 세계증시의 시가총액이 2조 2천 7백 달러나 증발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문제가 무역마찰에 국한 된 것이라면 어렵지 않게 해결책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중 양대 경제 강국 가운데 누가 세계경제와 국제질서를 주도할 것인가 하는 패권주의가 걸려있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고 따라서 장기전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미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제임스 스타인버그시라큐스 대학 교수는 ‘세계는 두 개의 기술 블록으로 갈려 있으며 각각 자립, 자급, 자족을 목표로 최첨단 노하우에 대한 상대방의 접근을 경계하는 기술 냉전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 배경이다. 화웨이를 대표로 하는 중국 통신기업의 서방접근을 차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령 반도체나 통신기기를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경우 뒷문에서 파괴적 행위가 없다고 누가 보장 할 것인가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동맹국은 핵을 중심으로 한 미소 냉전시대의 학습 효과를 살려서 기술안보에 나설 것을 스타인버그 교수는 촉구하고 있다.

또 지금은 지정학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이용하는 이른바 ‘지경학(地經學) 시대라고도 한다. 이는 중국이 남태평양 영유권 주장과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불을 지핀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이 지경학과 기술냉전이 겹칠 경우 상황은 엄청나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기술수준은 국가 경제력과 군사력의 핵심요인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강제기술 이전 금지와 국가보조금 철폐를 법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며 이에 반발하는 중국의 입장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 냉전이 장기화 할 때 이는 ‘기술 쇄국’으로 이어지며 당연히 기술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 경제조사기관이 ‘기술혁신의 겨울’을 세계 10대 리스크 요소에 올려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중의 경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이를 제어하기는 쉽지 않다. 기술냉전은 미국의 관세 25%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양대 경제국 사이에 낀 우리의 선택지가 별로 많지 않음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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