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이사회 중심 경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삼성 그룹은 직급을 완전히 없애고 30대도 임원으로 발탁될 수 있는 인사제도 혁신을, 네이버는 40대 워킹맘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또 상장기업 대부분은 1980년대 출생인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임원 진출이 하나의 트렌드임을 보여 준다. 지난 70년 가까운 압축 성장을 뒷받침해 온 ‘한국적 경영(기업)풍토’가 요동치는 순간이다. 재계의 발 빠른 파격적인 변혁은 두말할 것도 없이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에 대비한 전열 정비와 새로운 기반 다지기 작업이다.
지금 세계의 관심은 일상생활을 포함한 경제사회 전반이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느냐의 여부에 쏠려 있다. 특히 경제계는 앞으로 닥칠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읽어 대비할 수 있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봐야 한다. 2차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압축 고속 성장이 낳은 경영시스템과 기업풍토 특징은 제왕적인 오너경영과 연공서열의 수직적 조직 문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일부이기는 하지만 재계의 변혁은 바로 이러한 한국적 특색에서 벗어나는, 또는 벗어나려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경제 환경이 크게 변형되거나 왜곡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과 동력을 창출하지 않으면 낙오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진통은 비단 한국 기업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GE와 존슨 앤드 존슨, 그리고 일본의 히타치(日立) 등이 분야별 전문화를 위한 기업분할(분사)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트 코로나만이 변혁의 등을 떠미는 것이 아니다. 공급망 재편에 따른 뉴 글로벌화, 디지털화는 가치 창출의 원천이 물품(하드웨어 상품)이 아니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임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경제의 속도, 변혁의 속도 역시 아날로그 시대와는 판연하게 달라졌다. 예를 들면 1차 산업혁명으로 기계설비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 계층이 생활의 안정을 되찾는데 걸린 시간을 학계는 대략 70년으로 잡는다. 그러나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이 인간 노동력을 대신하는 것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인간이 대응하기 벅찰 정도다. 연공서열의 수직 문화와 제왕적 오너경영으로는 결코 맞설 수 없는 ‘강적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재계에서 일고 있는 파격적인 변혁은 극히 긍정적이며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재계가 파격적인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변화가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성공 여부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영진이 심사숙고한 1조 원 규모의 기업 매수에
이사회가(그것도 사외이사가 과반수인) 제동을 건 것은
시각에 따라 부정적일 수도 있다.
또 아직도 우리 저변에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유교 문화 풍토에서 연공서열의 수직 질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데이터 경제 시대, 테크 경제의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탁월한 한 기업의 선제적인 판단과 대응은 사회전반을 바꿀 수 있음을 우리는 미국 포드 자동차가 조립라인에 컨베어시스템을 도입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도축장과 육 가공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컨베어를 자동차 조림라인에 도입, 대당 12시간 걸리던 것을 1시간으로 단축, 완성차 값을 대당 3천 5백 달러에서 8백 50달러로 낮추어 이른바 모터리제이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모터리제이션이 인류 생활에 얼마나 큰 변혁을 몰고 왔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T 포드는 단종 될 때까지 17년 동안 1천 5백만 대를 공급했으며 가격도 대당 2백 90달러까지 낮추었다. 포드 자동차의 성공은 1차 산업력명이 초기에는 섬유공업, 중기 이후에는 자동차 공업으로 대표되는 연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지금 재계 일부에서 일고 있는 파격적인 변혁이 반드시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일부의 의구심이다. 그러나 성공 여부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영진이 심사숙고한 1조 원 규모의 기업 매수에 이사회가(그것도 사외이사가 과반수인) 제동을 건 것은 시각에 따라 부정적일 수도 있다. 또 아직도 우리 저변에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유교 문화 풍토에서 연공서열의 수직 질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데이터 경제 시대, 테크 경제의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밀려날 노동력, 근로자 위기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유럽에서는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꼽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단체와 기업 그리고 대학이 유기적으로 협력, 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노동력 재교육에 집중투자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각종 규제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변혁과 함께 노동력 재교육까지 담당할 여력이 있느냐이다. 이 새로운 문제에 대해 정부 역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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