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시간 차이로 미국 버라이즌을 따돌리고 일단 ‘세계 최초’로 5G시대 막을 올린 것은 정보통신 분야의 경쟁력이 그만큼 강한 것을 의미한다. 통신 속도는 4G가 초당 1기가비트인데 반해 5G는 10기가비트나 된다.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도 그 만큼 늘어나 사물인터넷(IoT)의 활성화를 기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성되는 데이터양도 커진다.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 확장 현실(AR)등의 활용 역시 광범하게 이용된다.

이처럼 5G기술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게 되며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이른바 대규모 창조적 파괴가 바로 5G의 키워드로 주목받는 이유다. 스웨덴 통신기기 메이커인 에릭슨에 따르면 내년부터 5G시대가 본격화 될 것이며 2024년엔 사물인터넷 기기 수요가 41억 대로 폭발적인 증가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사물인터넷의 본격적인 보급은 산업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교통 방범 등 사회전반에 걸쳐 대 변혁을 몰고 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일단 세계최초를 기록한 우리로서는 본격화될 5G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사명이 있다. 이는 바로 5G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인 동시에 현재 한계 상황에 이른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다른 경쟁국이 손을 놓고 구경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이 한국의 ‘5G개통 세계 최초’에 찬 물을 끼얹으면서 미국의 버라이즌이 앞섰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질투심인 동시에 견제심리의 발동으로 보아야 한다, 미국 역시 아직 5G용 휴대 전화 한 대 없이 기존 4G기기에 모듈을 부착해야 겨우 흉내를 낼 수 있는 데도 5G개통을 서둔 것 역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봐야 한다. 현재 5G는 한국이 선두에 서 있으나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으며 관점에 따라서는 우리를 앞선 부문도 없지 않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5G는 이동통신 만에 국한 된 것이 아니다. 5G의 속도와 접속 범위를 좇아가려면 기존에 확보했던 모든 콘텐츠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쓸모가 없게 된다. 5G에 걸 맞는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며 그 시작은 이른바 ‘창조적 파괴’가 된다. 제조업은 기존의 자동화 수준을 뛰어넘어 인공지능(AI), 확장현실, 사물 인터넷이 융합된 ‘스마트 공장’으로 변모해야 하며 현장에서는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로봇끼리 제어와 감시, 나아가서는 리셋을 통한 기계와 기기의 자기최적화로 공정을 개선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에스토니아 탈린의 에릭슨 공장에서는 확장현실을 고장수리에 도입함으로서 가동 정지시간과 경비 절약을 통해 생산성을 50%나 높인 결과를 얻었다. 가장 기대되는 분야의 하나로 의료가 꼽힌다. 올 해 전 세계 의료업계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약 2천 3백 14엑사 바이트(2.314조 기가바이트)에 이르는데 이를 거의 실시간으로 전송이 가능하다.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웨어러블 단말기를 통하면 실시간으로 의사와 상채를 논의가 가능해 진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따라 5G 시대에 살아남느냐 여부가 결정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해체해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시민단체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의식 개혁이 필요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삼성전자가 미래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인재 확보에 나선 것 역시 5G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일본도 이미 도요타 자동차가 자사 특허를 일본 국내 업체에 무료로 개방, 5G인프라 구축에 시동을 거는 것과 동시에 세계표준을 목표로 미국 GM, 포드와 함께 자율운전 기준마련이 나섰다. 또 아마존은 고속 통신에 참여하기 위해 3천기가 넘는 인공귀성을 발사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빅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민단테의 반대로 홍역을 겪는 상황에서는 5G인프라 구축은커녕 ‘창조적 파괴’는 꿈도 못 꿀 형편이다. 삼성전자가 AI와 빅 데이터 과련 인재 확보에 나선 가운데 유럽이 이 부문의 한국 인재 스카우트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바로 국내의 이러한 규제 때문일 것이다. 부문별 규제를 하나하나 푸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거의 불가능하다. 단번에 혁명적 방법으로 ‘규제파괴’를 통한 5G 생태계 조성에 나서지 못한다면 이번 ‘세계 최초 개통’이라는 기록도 결국은 해프닝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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