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인접 주민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허가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4일 ‘건설허가 처분은 위법하지만 공공복리 측면에서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허가 취소로 공사가 중단되면 공사 기간(4년) 약 1조 원의 손실과 이에 따를 사회적 비용 손실이 매우 클 것임을 지적했다. 이와 때를 거의같이 하여 한빛 2호기의 발전도 재개되었다. 이로써 지난 2년간 꽉 막혔던 정부의 ‘탈원전 벽’에 작지만 의미 있는 숨구멍이 뚫린 셈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시행과정에서 절차상의 하자론 등이 끊이지 않았음을 생각할 때 이번 판결은 비록 1심이기는 하더라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적어도 20조~30조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해 온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영업적자 2조 4천억원, 당기순손실 1조 9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비상경영 추진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십조 원 흑자 기조가 불과 2년 만에 수조원의 적자로 전락한 원인은 원전가동 차질과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확대 등이라고 한전은 밝히고 있다. 결국 탈원전에 따른 부담이 그만큼 방대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가 궁금한 것은 ‘원자력 발전이 정부가 방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내하면서 까지 추진해야할 만큼 위험한 사양산업인가, 아니면 다른 한 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차세대로 이어질 캐시카우인가’ 이다.

1950년 대 초 미국 아이젠하워 정부가 제창한 원자력 평화이용의 핵심 프로젝트로 떠 오른 원전은 숙명적으로 ‘핵에 대한 공포’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60년 동안 인류에게 충격을 준 사고는 단 3건뿐임도 사실이다. 79년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 2호기, 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4호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이다.  이 가운데 스리마일과 후쿠시마 원전은 가동은 성공적으로 중지했으나 노심이 녹아내려 중대 사고로 이어졌고 체르노빌은 출력제어 실패 등이 겹쳐 노심의 열이 폭증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스리마일과 후쿠시마의 경우는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으나 체르노빌은 대량 유출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당시 이 세 나라에서 가동 중이던 원전이 모두 164기였음을 감안 할 때 사고율은 2%미만이며 이는 2000년의 항공기 사고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또 사고 이후 원자력 설계, 시공, 운영 기술 향상 등으로 위험도는 인간이 ‘충분히 감당할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다시 말하면 사고방지 기술과 시스템이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갖추어졌다는 뜻이다. 그래도 탈원전을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거기에는 명확한 설명이 따라야 한다. 다만 그 이유를 방사능 위험도에 두는 것은 삼갈 필요가 있다.

사이언스지는 지난 11일호 사설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원전을 확대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방한 중인 핀란드 국회부의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핀랜드도 ‘한국처럼’ 원전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자력 분야 노벨상으로 알려진 ‘로런스 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인 장윤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석학연구원은 탈원전한 유일한 국가인 독일도 프랑스 원전의 전력을 수입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현재 중동 산유국인 사우디를 비롯하여 앞으로 10년간 34개국에서 100기 이상의 원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음을 들어 ‘탈원전의 불합리성’을 비판했다. 신규원전 시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어 자칫하면 다음 세대 핵 관리 주도권까지 넘겨야 할는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대목이다.

현재 원전 건설에 뒤쳐진 나라는 그동안 원전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기피 풍조의 영향으로 기술과 인력 기반이 붕괴, 터키와 영국에서 수주한 물량조차 포기한 상태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전 비율을 20~30%로 잡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고도 탈원전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탈원전’ 2년 만에 기록한 수조 원의 한전 적자는 요금인상이나 재정에서 메워야 한다. 어느 것이든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것임에는 다르지 않다. 정부는 보다 값싼 청정 에너지원을 선택하거나 개발하고 관련 기업은 안전기술을 높여갈 의무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불법하지만 공공복리 측면에서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판결에 함축된 뜻을 바로 읽는다면 국민의 물음, ‘원전은 사양산업인가 아니면 차세대로 이어질 캐시카우인가?’에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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