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를 석 달 정도 남겨 놓은 지금도 3주 연속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레임덕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것처럼 보인,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임기 말 정상외교로 중동 3국 순방길에 올랐다. 일부에서 제기한 ‘새 전용기시승 외유’라는 비판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귀국길에 오르면서 뜻밖의 복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직원(1~9급)과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지도부가 똘똘 뭉쳐 인사에 반발한 사태를 맞았다. 헌법기관의 전 직원과 지방 지도부의 단체행동은 사상 유례가 없다. 지지율 40%대의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부문에서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지지율과 관계없이 임기 말에는 반드시 레임덕이 온다는 사실에는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

다른 정권과 다름이 있다면 모두 사법 관련 기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 만이 아니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외부 인사 검사장 임용 계획을 철회했다. 출범 2년 돌잔치를 비공개로 한 공수처는 지난 1년 동안 자기 위상 확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는 기관이다. 친정부 검사장이라 해서 처장 관용차로 ‘은밀하게 모셔가는 소환’을 한 것이나 법정에서 수사능력이 스스로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자백한 것은 결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양태다. 그러면서도 법과 정권이 쥐어준 칼의 무게에 스스로 도취한 것일까. 거의 전 국민의 통신기록을 조회하는 역대 급 횡포를 부렸다.

역대 정권의 레임덕은 사법 리스크에서 시작됐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외부 인사 검사장 임용 계획을 철회했다.

 법과 정권이 쥐어준 칼의 무게에 스스로 도취한 것일까.

 그 기관 구성원 모두가 이른바 ‘법조인’으로서

‘법조계’라는 특수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른바 ‘초록은 같은 색’이라는 뜻이다.

대법원장은 말하자면 법조계를 상징하는 윗분이다.

대법원장이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법 관련 기관에서부터

레임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따라서 법조계와 법조인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재신임을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법 관련 기관은 그 조직 성격상 다른 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무거움이 있다. 따라서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그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한다. 검찰이 비록 행정부 소속이지만 업무 특성상 다른 행정기관과는 무게가 다르며 역대 정권이 모두 그 무게를 지켜주고 존중했다. 그러나 이 정권의 사법 관련 기관이 유례없이 이처럼 레드라인을 무시하고 폭주할 수 있었던 것은 정권의 신임 때문일 것이다. 임명권자의 신임이 없다면 어떻게 그런 비상식적인 행태를 부릴 수 있었을까?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자기 사람이라고 해서,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시 3년 임기의 비상임위원에 임명했다.

당사자도 ‘공정과 중립’을 지키겠다며 큰소리쳤으나 조직원 전원이 반발하자 ‘세 번째 사표’를 내지 않을 수 없었고 마침내 수리되었다. 법무장관은 임기 말 검사장 인사가 어렵게 되자 외부 인사 기용이라는 명분으로 ‘알 박기’를 시도하다가 검찰총장 반대로 뜻을 접었다. 공수처의 통신자료조회는 법원의 영장에 근거한 것이어서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와대나 법무부, 공수처가 ‘윗분의 뜻’에 집착한 나머지 국민 개개인, 조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분노가 쌓이고 뭉칠 때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가를 잊었거나 무시했다. 그러한 오판이 뜻밖의 레임덕이라는 해머를 유발한 것이다. 민심은 이처럼 무서운 면을 숨기고 있음을 왜 몰랐을까?

사법 관련 기관에서 이러한 일탈이 가능했던 것은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 대법원장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사법 관련 기관에 유무형의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그런데도 지금까지의 언행이 반드시 자리에 걸맞은 것이 아니었음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집권 여당이 추진하는 법관 탄핵을 돕기 위해 ‘공식적인 거짓말’을 한 것도 문제지만 그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행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다는 증거로 본다면 가혹한 것일까? 그는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명예를 지킬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장 직무대리 자격으로 퇴임 며칠 전에 대통령 탄핵 파면을 선고한 이정미 변호사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위헌소송 당사자로 나선 것과는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대법원과 헌재, 중앙선관위는 별개 헌법기관이다. 또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 공수처 행태까지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논리에 어긋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관 구성원 모두가 이른바 ‘법조인’으로서 ‘법조계’라는 특수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른바 ‘초록은 같은 색’이라는 뜻이다. 대법원장은 말하자면 법조계를 상징하는 윗분이다. 대법원장이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법 관련 기관에서부터 레임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따라서 법조계와 법조인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재신임을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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