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가를 포함한 민생경제 안정 대책을 새 정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3월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년 3개월 만의 최고치인 4.1%로 치솟는 등 민생부문 동태가 심상치 않게 흐르는 데 대한 주의 환기 성격이 짙다. 윤 정부가 물려받을 경제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가장 큰 부정적 유산은 방만한 재정 운용에 따른 정부와 가계 빚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증가 속도가 현재 세계 1위라는 사실이다. 특단의 대책 없이 문 정부처럼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다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가 ‘재정 건전성은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현재 국제경제 환경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나쁘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냉전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급등과 글로벌공급망 붕괴로 인한 생산위축과 실업자 증대 등, 어느 것 하나 낙관할만한 요인이 없다. 여기에 미국연방준비제도(FRB)의 금리 인상과 긴축이 겹쳐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신흥국은 신흥국대로 ‘내 살기’에 급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악재와 함께 정권교체기까지 겹쳐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물려받은 가계와 정부 빚 가운데 일반정부(정부+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비율이 2020년 47.9%에서 2026년엔 18.8포인트 오른 66.7%가 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 재정보고서는 경고한다. 같은 기간 중에 이 비율이 15% 이상 증가할 나라는 체코와 한국뿐 이다.
문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의 하나로 코로나 감염증의 대유행을 꼽는다. 이른바 소주성(소득주도 성장)과 재정에 의존한 일자리 조성 등으로 물꼬가 터진 상황에서 코로나가 덮쳐 돈 풀기 명분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문 정부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알고도 모른 채 한 것일 수도 있다. 돈을 풀 적마다 저항했던 경제부총리가 결국엔 번번이 굽히고 들어가는 바람에 생긴 조어 ‘홍두사미’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특히 작년 4월 총선거 직전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살포가 대표적이며 올 대선을 전후한 시점에서도 재난지원금 논란이 가열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는
수출시장의 여건이 상당히 악화되어 있음을 본다.
국내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이,
밖으로는 수출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시점이다.
인수위는 말할 것도 없고 물러나는
문재인 정부도 대국적 입장에서 적극적인 협치에 나서야 할 때다.
문제는 지금까지 코로나를 방패로 삼아 각국이 푼 돈으로 발생한 관민 합계 채무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백 50%나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급속한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에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세계 경제 기반이 취약하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오르면 경쟁력이 강한 달러로 자금 환류 속도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유가격 급상승과 원자재 난 등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국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미 일부에서 경기둔화 속의 물가 상승이라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이유다. 이런 위기 상황인데도 통화정책의 수장인 한국은행 총재 자리가 비어있다. 국내에 들어온 외자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자면 금리를 미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은행 총재가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4월중에 금리를 올리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인수위가 50조 원 규모로 추진하려던 추경을 30조 원으로 줄이되 국채발행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하나같이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리 인상과 긴축 기조에도 실업률이 극히 낮은 미국은 그렇다 치고 여전히 제로 금리와 금융완화를 고집하는 일본은 엔화 환률이 급등 (엔화 저평가)하고 중국은 중국대로 상하이 봉쇄 등으로 국내 경제가 마비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무역 자체를 논할 상황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 가운데 일본은 엔화 환율문제로 우리 수출경쟁력을 흔들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는 이 처럼 수출시장의 여건이 상당히 악화되어 있음을 본다. 국내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이, 밖으로는 수출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시점이다. 인수위는 말할 것도 없고 물러나는 문재인 정부도 대국적 입장에서 적극적인 협치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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