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에서 정부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오해’에 있다. 공공주도 경제에 중점을 둔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정책당국에게 편리한) ‘오해’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계산된 오해’는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재정을 등에 지고 정부가 마련하는 공공 일자리가 그렇고 소득주도 성장이 어느덧 재정주도 성장으로 모습을 바꾼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모두가 ‘계산된 오해’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은 시장 메커니즘의 오해만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한국민은 토지에 대한 집착이 강하며 이것이 부동산 선호 재테크로 고착되었디는 사실을 놓친 후유증이 컸다. 농업만이 유일한 생산수단이었던 근대까지 합법적인 방법이었든 비합법의 부정적 방법이었든 이재(理財)의 수단과 척도를 토지에서 찾았다. 산업화에 성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으로서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지금도 부동산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이재 수단 차원을 떠나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 이런 사실과 역사적 배경을 오직 이 정부 정책 라인만이 의식적으로 눈을 감았거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이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나온 스물다섯 번의 부동산 정책이 하나같이 시장에서 ‘패잔병 몰골’이 된 이유다. ‘부동산과의 전쟁에는 자신이 있다’고 큰 소리를 되풀이했으나 그 자신 역시 자신이 없어졌다. 오죽했으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조차 ‘한국 정부는 집값 낮추는 데 실패했다. 유권자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보도했을까?
부동산 정책의 뿌리가 썩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동산은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오랜 관습에 근거한 일종의 문화적인 측면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시장 메커니즘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나한테 편리하고 유리하도록 현실을 오해하거나 왜곡하는 풍조는
이제 끝낼 시간이 왔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거의 모든 국민이 울분을 터뜨리게 한 LH 직원의 신도시 예정지 ‘핀셋 투자(또는 투기)’나 성 추문으로 사직, 보궐선거의 단초를 제공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주변 인물과 연관 법인이 가덕도 공항 주변 요지의 상당 부분을 이미 매입한 상태라는 점은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이중성—두 얼굴의 전형적인 사례이며 그 원인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책적 오해’에서 찾아야 한다. 이 이중성 또는 두 얼굴은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눈앞에 둔,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민심의 흐름을 단번에 되돌리려는 야심 찬 히든카드인 ‘신도시’를 사실상 공중분해 시키고 있다. ‘신도시’는 실무 담당 기관인 LH와 그 소속원들에게 그룹을 지어 핀셋 투자(투기)를 할 기회를 제공한 웃지 못할 결과로 이어졌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급속하게 만든 가덕도 공항 특별법도 결과적으로 오거돈 전 시장과 그 주변 인물의 부동산투기 돕기 특별법으로 전락했다. 이런데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은 그만큼 뿌리가 썩고 있음을 의미 한다.
사태가 확산 되자 정부는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수습에 나선 것까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1차 신도시(분당 일산 등), 2차 신도시 때도 투기 세력이 활개를 치자 당시 정부 역시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 핵심에는 검찰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문재인 정부의 신도시 투기 단속에는 검찰이 없다. 그 대신 문제의 핵심에 서 있는 국토부(장관은 핀셋 투기 때의 LH사장)가 끼어 있다. 국토부의 장관은 (일단 사과는 했으나) ‘신도시가 되는 줄 모르고 샀을 수도 있다’는 ‘천연스러운 발언’으로 불난 민심에 부채질한 장본인이다.
특히 2030의 LH 젊은 직원들은 이번 투자(투기)직원이 대부분 퇴직을 앞둔 586세대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들과 한 꾸러미로 엮기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 어느덧 공기업에까지 세대 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이른바 국민의 편가르기가 구석구석까지 번져 있음을 말해 준다. 지금 이 정권의 핵심 그룹이 586세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LH의 2030 세대의 이러한 반발은 부동산 투자(투기) 이상으로 심각한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청와대 직원과 가족까지 조사하라고 지시한 이상 이번 사태의 결과물은 서릿발처럼 ’엄격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부동산 정책의 뿌리가 썩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부동산은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오랜 관습에 근거한 일종의 문화적인 측면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 메커니즘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나한테 편리하고 유리하도록 현실을 오해하거나 왜곡하는 풍조는 이제 끝낼 시간이 왔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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