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유사가 유동성이 악화된 저가항공사에 급유를 중단하자 다른 정유사가 곧 바로 그 항공사에 기름공급을 시작했다. 장기간 ‘단골’이었던 항공사가 ‘코로나 19’(우한폐렴)직격탄을 맞자 유류공급을 끊은 것이나 이를 기회로  다른 정유사가 유류공급을 시작한 것을 두고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 기업의 경영 판단에 관한 사항이며 그 근거가 되는 시장논리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공급을 주축으로 한 이익 확보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에서는 어느 누구도 시장논리에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할 때에만 비로소 그 순기능의 극대화, 다시 말하면 잠재성장력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대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 우리나라 경우 정치색으로 시장 논리가 왜곡되고 있음을 자주 보게 돼 그 결과가 경제실적의 저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경제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자 정부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상의에서 주요 그룹 총수와 간담회를,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19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은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재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지역 상생 일자리 확보에 활용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세제감면과 규제특례를 당근으로 제시했다.

또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메르스 사태 때와는 달리 지금은 경기가 바닥을 지나 회복단계라는 낙관론을 밝혔다. 이 주열 한은 총재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부인했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의 이러한 (낙관적인)견해는 중요그룹 충수와 간담회에 임한 대통령의 인식과는 체온차가 있다. 물론 대통령의 인식은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갓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이 정부 출범과 거의 때를 같이 한다. 2018년 말부터 격화되기 시작한 미중 무역마찰로 인한 국제경제 환경의 혼돈이 수출주도형인 우리경제 구조에 상당한 충격을 가한 것이 컸다. 그러나 이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비롯한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결국에는 ‘제정주도 성장’으로 이어져 민간부문의 활력을 상당부분 훼손한 것도 이에 못 지  않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 주도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고용시장의 왜곡이다. 재정이 감당하는 노인 일자리는 사상 최고로 늘어난 반면 기업이 주체가 되는 청장년 일자리는 축소 일로에 있다. 이를 두고 ‘고용사정 호전’이라고 자평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정책당국의 경제 진단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기업의 목을 옥죄는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을 꼽을 수 있다. 올부터 국민연금은 주식투자를 ‘보유목적’이 아니라 ‘일반투자’로 공시함과 동시에 중점관리 대상 기업으로 56개사를 선정,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기업 경영에 간여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 사외이사의 연임기간을 정함으로서 3월 주주총회에서는 적어도 5백 66개사에서 7백 18명을 바꿔야 하는 태풍 급의 ‘사외이사 대이동’을 겪게 되었다.

지금은 기업은행에 국한 된 문제이기는 하지만 ‘노조 추천 이사’가 언제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지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다. ‘사외이사 임기’의 법제화는 유례가 거의 없다. 이처럼 가이드라인과 자본시장법 등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업을 옥죄는 바탕에는 이 정부의 ‘친 노동―반 기업’ 정서가 깔려있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기업을 옥죄면 자율성이 떨어져 경제 전반의 탄력 또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재정주도로 성장과 고용을 꾸려가는 이 정부에서 세수(稅收)가 2년 연속하여 줄어 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 결과 국가부채가 7백조를 넘어섰으며 외국 신용평가회사가 ‘부채가 계속 늘어난다면 국가 신용을 재평가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총선을 두 달 앞 둔 지금은 ‘경제의 정치화’가 아니라 ‘정쟁 화’를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진실로 경제의 탄력회복과 잠재성장력 제고를 바란다면 기업을 옥죄는 목줄부터 풀어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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