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년을 맞은 지난 10일 대국민 특별연설을 통해 경제위기의 실체와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가 1930년대 말 미국의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은 비단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미국연방준비제도(FRB) 파월 의장은 ‘소비와 고용 등 경제가 복원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사실상 무제한 매입을 합리화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제 정상화’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원과 정책을 총동원하여 새로운 일상으로의 전환을 경제 활력 높이는 전기로 삼겠다’고 한 것은 시의적으로 적절한 대국민 약속이다.

문제는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할 한국판 뉴딜’의 실체와 그 추진 주체가 누구냐이다. 동시에 국가프로젝트의 전제조건이 되는 현실진단이 얼마나 정밀하고 중립적으로 이루어졌느냐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행투자라는 점을 분명히 한 데서 읽을 수 있듯이 그 중심은 IT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5G를 비롯하여 혁신 벤처와 스트트업이 주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혁신벤처와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대응력을 감안할 때 과연 대통령이 밝힌 것과 같은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인가에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타다’를 중심으로 한 공유경제에 대해 정부는 상당히 애매한 입장을 취해 온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코로나19로 인해 공유경제가 뿌리 채 흔들리는 위기를 맞은 것은 결과적으로 다행한 일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요행이 따른 결과론일 뿐이다.

혁신적인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세계경제는 생명을 지키는 분야의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건강, 식품, 위생, 디지털, 물류, 클린 에너지,교육 문화 등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50~60%를 차지하는 이 분야에 대한 국민적(소비자)관심은 더 높아 질 것이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들 고전적 분야와 디지털 분야의 접목을 유력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코로나19 대책으로 테크놀로지가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됨에 따라 이를 전체주의의 도구화냐, 아니면 이타적인 공감의 수단으로 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단언한 프랑스 경제학자 아타리씨의 논리를 참고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연설에 담긴 또 하나의 주제는 고용확대문제다. 어쩌면 이번 연설의 주목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실업사태에 대한 국민적인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것은 통계청이 4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기 사흘 전인 10일이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특별연설을 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물론 취임 3주년 되는 날이 공교롭게도 일요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판 뉴딜’과 함께 전 국민 고용보험의 기반을 닦겠다는 각오를 밝힌 점, 그리고 국민취업지원제도 실행으로 고용안전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말한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현행 고용보험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의미하며 국민취업지원제도 역시 ‘6개월간 월 50만 원씩 지원’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예상되는 고용악화, 높은 실업률을 무마하려는 목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뉴딜 정책’의 원조는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와 세계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고용이 확대 된 직접적인 요인은 뉴딜정책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호황을 맞은 군수산업 덕분이다. 이는 경제를 되살리고 고용을 확대하는 주체는 정부 정책이 아니라 이를 현장에서 현실에 맞게 구체화하는 기업임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비록 결과적으로 방역에는 한발 앞서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그렇다고 코로나19를 완전 정복한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계기로 다시 불길이 치솟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을 앞세워 선제적 대응에 목소릴 높일 것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의 주체가 될 기업이 겪고 있는 정책적 난관, 예를 들면 높은 법인세의 인하를 비롯하여 각종 규제라도 완화해주는 것이 실질적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연설을 ‘정치적 구호’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