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테크산업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자 신경질이 난것일까, 중국은 느닷없이 BTS그룹의 벤플리트 상 수상 소감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NYT, FT등 외국 언론이 비판에 나서자 중국 매체(전부가 정부와 당의 지시를 받는 관제 언론)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가 그 책임을 한국 언론과 여론으로 돌리는 비열함을 보였다. 현 상황에서 미국경제를 따라잡는다 하더라도 이류국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노출한 셈이다.

미국과의 경제전쟁, 특히 IT산업에 대한 압박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과 다르지 않다. 비록 화웨이가 5G 이동통신을 비롯하여 세계 정상의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미국의 견제가 가속되면서부터 내리막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중국이 큰소리를 친 것은 반도체 등 하드웨어 부문이 아니라 틱톡, 위쳇 등 소프트웨어 부문이었다.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조차 반도체 부문은 미국에 20년 뒤져있다고 탄식할 정도다. 화웨이뿐만이 아니다, 파운드리 업체인 SNMIC 까지 제재대상에 올려 반도체 생산장비와 소프트웨어 수출을 상무부의 사전승인제로 바꾸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중국의 테크산업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시진핑 중국이 앞뒤를 돌아보지 않는 패권주의-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들어낸 데 대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미국이 신경을 쓸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9년도 중국의 명목상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67% 수준이다. 미소 냉전이 절정에 이르렀던 1970년대 구소련의 경제력이 미국의 40% 수준이었음을 생각할 때 미국이 느낄 위기감 수위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 대응에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도 격차가 두드러진다. 코로나 사태를 감안한 최신 예측은 2030년쯤 양국 GDP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본다. 경제력은 곧 군사력이라는 공식을 대입하면 양국 GDP의 평준화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대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양국이 한발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극제통화기금(IMF)은 2021년 중국 경제는 8% 성장인 데 반해 미국은 3.1% 성장에 머물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양국의 경제 격차는 25%까지로 줄어 들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경제가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 일본을 크게 앞지르는 ‘고성장’할 것으로 보는 것은 미 유럽 일본 경제가 이미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이행한 반면 중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증 대책에 따른 거리두기나 ‘봉쇄’의 피해가 작다는 점을 꼽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강력한 외교력도 미국과의 테크 공방에 유리한 조건의 하나로 꼽고 있다. 중국을 최대 교역 상대로 하는 국가(지역)가 1백 30여 개국이나 된다. 이는 2006년의 70개국(지역)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강력한 외교 파워로 작용한다. 최대 교역 상대라면 경제적인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며 현재 우리나라가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미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중국에)동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중국을 비난하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시진핑 중국이 그동안 공들여 온 ‘일대일로’ 구상이 코로나 확산으로 상당 부분 제동이 걸려 동남아를 비롯한 신생국에 대한 영향력이 이전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일대일로’는 단순히 신생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구상이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 앞에 무너진 18세기 이전 ‘중화제국’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한 야심 찬 반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 인프라 건설에 집중투자한 것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에 고속철도 화력발전소 건설 등에 공을 들여 온 배경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자금확보가 여의치 않아 반발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공들여 온 유럽에서도 이탈리아가 등을 돌리고 있는 것 역시 중국으로는 악재다. 또 위안화가 달러화나 유로의 위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중국몽(中國夢)의 한계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경제 대국은 이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란 가운데 중국이 발표한 3분기(7~9월) 대미무역 흑자는 74억 달러로 분기 통계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 간의 테크 공방으로 각을 세우고 있으나 민간 실물부문이 교역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 결과가 미국의 적자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경제 마찰에서  반도체를 비롯하여 틈새 활로를 찾아야 하는 한국경제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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