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탈석탄’의 대안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지지했던 환경단체가 이번엔 그 LNG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면서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는 세종시의 환경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자신들이 ‘청정에너지’라고 주장한 LNG발전소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이유다. 또 전국 LNG발전시설의 가동률이 50%도 안 되는 데 굳이 이천과 청주에 각각 5백 85만mw의 새 발전소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이들이 주장이다.

새로 발전소를 짓겠다는 SK하이닉스는 공장증설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예비발전소 건설은 필수적이며 발전소 건설이 안 되면 공장증설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비발전소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은 전력 수급에 그만큼 불안감이 있다는 뜻이 함축되어있으며 그 이면에는 탈 원전―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몇 분간이라도 일단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위크 포인트임을 생각할 때 비상발전 체제를 갖추려는 기업의 전략은 당연한 자구책이다.

환경단체의 LNG발전소 반대에서 보듯이 탈원전의 목소리를 높인 이들도 소속 집단이나 단체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그 주장을 뒤엎을 수 있음도 드러났다. 탈원전 집행 기관 격으로 주목을 받고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해 감사에 나섰던 감사원이 감사종료 시한을 두 달이나 넘기면서도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국회 결의로 감사에 나선 감사원조차 몸을 사린다면 감사결과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설비 전문 기업인 두산 중공업이 마침내 45세 이상 2천 6백 명에 대한 명퇴를 핵심으로 한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하기 나름으로는 탄력을 잃고 있는 우리 경제의 유력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기업이 최근 3년 동안 매출이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은 오로지 무책임한 탈원전에 그 책임이 있다.

탈원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가 기반을 굳혀 경쟁력을 확보하여 ‘대체 산업’으로 성장 기미를 보인다면 그래도 아쉽기는 하더라도 자위라고 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총력을 기우리다시피 장려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사업은 전문 지식이 부족한 정부 여당 주변 단체나 인물이 중심을 이루어 추진하는 바람에 실적 대신 추문만 낳고 있는 것이 현주소다. 특히 최근 들어 태양광 소재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줄도산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재생에너지는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비바람에 휘청대는 나무 꼴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다시 원전 수출을 위해 영국과 접촉을 시작했다. 국내서는 탈원전으로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는 데 외국에 대해 우리 원전을 사 달라고 나선 것은 아무리 점잖게 말해도 모순이거나 위선으로 비칠 것이다. 그동안 탈원전에 앞장섰던 독일은 재생에너지가 46%로서 화석에너지를 앞서게 되었으나 전력 단가가 비싸 원자력 발전 국가로부터 전력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등 탈원전에 대한 후회와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유렵의 분위기다. 이런 시점에서 비록 브렉시트로 유럽연합과는 결별을 했다 하더라도 지정학적으로는 유렵에 속하는 영국에 원전 수출을 모색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 기구(IEA)는 중장기 보고서를 통해 ‘원전을 다른 전력원으로 대체할 때 2040까지 3천 4백억 달러를 부담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0억 톤을 기록할 것’이라고 원전을 소홀히 하는 국가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러나 원전을 소홀히 하더라도 우리처럼 하는 나라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서 볼 수 있듯이 탈원전 집행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심하게 말하면 전문가를 배제한 채 정권 기호에 맞추어 그때그때 주먹구구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 에너지 정책은 원전과 신재생을 다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정책과 자세로는 에너지의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 에너지는 어느 특정 집단이 좌우할 정도로 가벼운 대상이 아니다. 국민생활,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백년대계와 직결되어있는 기본 중의 기분이다. 이 기본에 내일이 없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큰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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