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경남 창원의 국가산단을 방문, 연관 기업을 격려했다. 방문 기업 가운데는 대표적인 입주 기업의 하나로써 정부의 탈원전 직격탄을 맞고 구조조정 중인 두산중공업도 포함되었다. 문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것은 창원 산단을 그린 산단으로 변혁시켜 한국판 뉴딜의 상징으로 육성하기 위한 의욕의 일단으로 읽힌다. 그러나 창원 산단을 그린 산단으로 변신시키려면 적어도 두 가지 선행조건의 충족이 필요하다.

첫째 창원산단은 지난 70년대 중반 가발과 봉제품 중심의 경공업 경제에서 기계공업 중화학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단안으로 조성된 창원 기계공업단지가 그 모태다. 바로 옆에 봉제품 보세공단이 가동되고 있는 임해공단이라는 입지 조건의 유리함도 있었으나 무엇보다도 연관 기업이 적극호응한 점이 컸다.

현재 구조조정 중인 두산중공업의 전신은 한국중공업(공기업)이며 한국중공업의 전신은 현대가에서 분리되어 설립한 현대양행이다. 현대양행이 70년대 당시 한국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발전설비 등 과잉투자로 부실화되자 80년대 들어 이를 한국중공업이 인수, 두산중공업으로 넘긴 것이다.

현대양행의 과잉투자가 두산중공업에 이르러 발전설비, 특히 원전 설비의 세계적 기업으로 꽃을 피우다가 정부의 탈원전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구조조정이라는 아픔을 겪고 있다. 창원 기계공단으로 오늘의 국가산단 기초를 닦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록 일각이기는 하지만 여권에서는 친일파라면서 국립묘지 파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 두가지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짚음 없이 한국판 뉴딜을 앞세운 그린 산단으로 변신시킨다면, 또 이에 편승하여 연관부처와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대국민 홍보에만 주력한다면 아무리 잘 봐줘도 선후가 뒤바뀐 일종의 시행착오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여권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규제 3법이다. 비록 3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라 할지라도 사안에 따라서는 의결권을 3%로 제한함으로써 감사 선출을 비롯하여 이사회 구성 절차에서 권리행사의 손발을 묶음과 동시에 사모펀드 등 경쟁 상대방에겐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상법 개정, 세계적인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글로벌 밸류체인(GVC)이 무너진 현실에서 내부 거래를 더욱 옥죄는 공정거래법 개정,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 삭제 등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 등은 이 정부 들어서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미끄러져 내리는 비탈‘로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김종인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권의 기업규제 3법에 대한 동조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진보정권이 박정희 정권에서 기반을 다진 기업에 대해 반감을 노출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색이 보수 야당의 대표라는 김종인 위원장의 태도는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물론 ’경제민주화‘를 신조로 삼는 그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를  했다가 다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레일을 까는 등 정치적 변신의 배경에도 지론인 ’경제민주화‘의 실천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의 개념부터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경제민주화란 시장이 공정하게 기능하는 것으로 이해 하는 것 이외에 다른 개념이 있다면 김 위원장이 직접 밝혀야 한다. 

최근 배터리 분사를 발표한 LG화학이 소액주주(동학 개미)의 반발에 크게 당황,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을 계기로 다른 대기업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 바로 전형적인 경제민주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 기능의 공정성 극대화는 법과 제도로 시장의 일원인 기업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자정 기능에 맡겨 두는 것이 민주화 달성의 지름길일 것이다.

여권의 기업규제 3법은 지금까지 추진해 왔거나 추진할 경제정책―소주성, 탈원전, 부동산 시장의 혼돈 등―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 힘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고 동조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불모지에서 국내외의 온갖 수모를 감당해 가면서 산업화의 길을 닦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의 도약 발판이 된, 산업화 주역의 하나인 대기업을 보수 야당까지 시류에 영합하느라고 ’팽‘하려는 것은 이해  여부를 떠나 결코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된다. 기업계의 고충을 경청, 최대한 돕는 것이 보수정당의 의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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