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말 청와대서 열린 확대경제장관 회의를 통해 올 성장률을 2?4%로 제시했다. 비록 직전(작년 7월)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춘 것이지만 작년 성장률(2%)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이처럼 작년대비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제시한 배경은 그 동안 수출의 발목을 잡았던 해외요인이 상당부분 개선 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실제 13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수출 감소세가 작년 4분기에는 한자리로 줄어들었다.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가 수출이 회복 곡선을 그리는 것 이상으로 반가운 것은 없다. 이런 추세에 고무된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연 초 현대자동차 친환경차 수출기지를 찾은 자리에서 수출지표의 플러스 전환에 총력을 기울여 2030년엔 세계 4대수출국으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세계 6위수출국에서 작년엔 7위로 떨어진 것을 감안할 때 4위 도약은 장밋빛 청사진이다.

수출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로 보복관세로 맞서 온 미?중국의 무역마찰이 일단 해소됨으로서 가장 큰 불안 요소가 풀린 것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적 해결이 미 중 무역마찰을 근본적으로 푼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익 우선을 앞세운 독주로 인해 무역환경의 흐름이 보호주의로 바뀌고 있는 점, 이로 인 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사실상 식물상태에 빠진 점 등을 감안할 때 우리가 바라는 만큼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그 동안 우리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상당히 잃어버렸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신 성장 동력 확보나 육성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은 무관심도 문제가 된다.

특히 정치권, 특히 여권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민간기업의 인수 합병에 까지 ‘간섭하고 나선 것은 이른바 ‘4+1’이라는 범여권의 힘을 믿고 폭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유니콘’인 배달민족과 독일의 딜리버히어로가 4조 5천억 원에 인수 합병에 합의, 공정위의 심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느닷없이 ‘시장독점’운운하면서 반대의견을 낸 것은 공정위에 압력을 가하는 정치적 행위이다. 경제에 정치가 덧씌워질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그 동안 수 도 없이 경험하고 있다. ‘4+1“로 세를 불린 여권이 강력하게 추진할 것은 민간기업의 인수 합병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3법을 비롯한 신 산업관련 법체계 정비에 나서야 올바른 정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G를 주도할 AI기업은 겨우 26개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는 정보화진흥원이 비교한 8개국 가운데 꼴찌이며 미국의 2천 28개 10% 수준이다. 이러고도 10년 뒤에 4대 수출국이 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비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야 한다.

세계 경제는 지금 광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과정에서 기득권을 고수하려 드는 것은 결코 공평한 것이 아니다. 택시 업계를 지키려고 모빌리티를 외면하는 것은 일종의 자해행위라고 봐야 한다. 세계 경제에 불고 있는 것은 기술적 변화만이 아니다. 선진국 중심으로 인구 감소가 두드러지는 반면 남서 아시아, 동아프리카 지역의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77억으로 추산되는 세계인구가 2050년엔 90억을 넘어 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중심에 남서 아시아와 동 아프리카가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경제의 중심이 그 지역으로 쏠리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는 잠재적인 생산력인 동시에 소비시장이기도 한 것을 감안 할 때 이 지역과의 연결고리 마련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0개국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말레이지어의 대형 의료기관 IHI에 일본은 이미 2천 3백억 엔을 투자하는 등 한 걸음 앞서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원격의료는 논란만 무성할 뿐 실상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올 성장률이 2?4나 2?3%인 것도 좋고 수출지표가 플러스로 전환되고 10년 뒤엔 4대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것도 고무적인 비전임에는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이룩하려면 해외 요인과 같은 ‘남 탓’만 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등잔 밑을 살피고 내 발밑을 다지는 등 국내 요인 개혁이 없다면 새로운 경쟁력 확보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장밋 빛 비전을 제시한 우리 경제는 ‘현실을 직시 할 때 이상이 모습을 나타낸다’는  독일 문호 괴테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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