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마침내 승리 선언을 함으로써 트럼프의 몽니로 곡절을 겪던 미국 대통령선거는 일단 막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패자가 승복하지 않은 최초의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권의 앞날이 반드시 순탄만은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개연성도 함께 남겼다. 바이든의 당선은 민주당이나 바이든에 대한 기대가 컸다기보다는 트럼프로는 더이상 안 되겠다는 정서에 힘입은 바가 컸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1945년 2차대전 이후 13차례에 걸친 미국의 경기후퇴 국면 가운데 10회는 공화당 정권 때 일어났던 것처럼 경제 정책 면에서는 ‘작은 정부’의 공화당보다는 ‘큰 정부’를 선호하는 민주당 정권이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내년 1월이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함과 동시에 그가 내걸었던 경제 공약에도 시동이 걸린다. 첫째 최대 과제는 바이든이 공약한 코로나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경기 되살리기다. 감세와 규제개혁을 내세웠던 트럼프와는 달리 바이든은 부유층과 기업의 증세를 통해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하여 고용을 창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공공 인프라 부문에 앞으로 4년 동안 2조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것이 바이든의 계획이다. 여기에 사회보장 급여확장을 포함하면 앞으로 10년간 10조 달러의 세출증가가 예상된다. 이러한 천문학적 규모의 세출증대 실현 여부는 의회 설득에 달려 있으나 크게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세출증대 규모는 국내총생산(GDOP)의 5%에 해당하지만 정권 출범 이듬해인 2022년의 경제성장률을 3% 가까이 끌어올릴 견인 역이 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또다른 과제는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은 소득 격차(빈부격차)해소 여부이다. 연 수입 4만 달러 미만 세대의 40%가 실직을 한 현실에서 이들의 의료비와 교육비 지원을 위해서라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바이든 진영의 논리다. 트럼프가 세제개혁으로 1조 5천억 달러를 확보한 데 반해 바이든은 증세를 통해 4조 달러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청사진은 선거전이 시작되자마자 월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 모금 규모가 7천 4백만 달러를 기록, 트럼프의 4배가 된 배경이다. 다시 말하면 바이든이 증세를 통해 소득격차(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정책은 중산층 이하와 함께 월가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부각 되는 것이 트럼프가 몽니를 부려 탈퇴한 국제기구에의 복귀 또는 관계 개선 여부다. 이미 공약한 것처럼 파리 기후협약에는 취임과 동시에 복귀할 것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환태평양경제협약(TTP),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세계무역기구(WTO)와의 관계복원은 반드시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중국 경제압박은 트럼프 정권이 깔아 놓은 궤도를 그대로 이용할 가능성과 개연성이 높다. 일각에서 한국의 TTP참여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는 것도 대 중국 압박의 하나일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거대 대형 IT 기업에 대한 규제강화가 어디까지일까이다. 미 의회는 선거전 종반부터 이 문제에 대한 볼티지를 높여 왔음을 감안할 때 바이든 정부 역시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거대 IT 기업의 분할까지 염두에 두고 새로운 디자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바이든의 경기대책이 제조업과 사회간접자본을 중심으로 한 ‘고전적 발상’에 중점을 둔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 중국경제가 타국을 앞질러 성장궤도에 접어든 것은 경제구조 자체가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IT를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행함에 따라 고용 없는 성장에 발목이 잡혀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공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에 착수할 경우 미국 경제는 새로운 탄력을 받게 되며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유발하게 마련이다. 바닥을 헤매는 국제유가가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며 탄소중립화(이산화 탄소 배출 제로)에 따른 새로운 수요 창출 등은 수출주도 형인 한국경제에도 상당한 호재로 작용한다. 당장은 원화의 고평가 등 환율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없지 않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이 확산 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기회를 어떻게 살려 나갈지 거국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은 대미 경제외교부터 새롭게 판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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