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일부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 최초로 3nm(1 나노 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 반도체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11박 12일간의 유럽 출장에서 귀국한 지난 6월 18일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면서 전문기술의 안정적 확보를 강조한 직후에 이루어진 3nm 양산으로 파운드리 1위 대만의 TSMC 추격에 탄력이 붙었다. 현재 이 분야에서 TSMC의 시장점유율은 49.5%, 삼성전자는 16.3%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삼성이 개발한 GAA(Gate All Around)공정의 3nm가 양산에 들어간 것은 기술적으로 ‘마침내’ 대만을 일단 추월한 것을 의미한다. 대만 언론이 삼성의 GAA 공정 3nm 반도체를 ‘별것이 아니다’라고 낮춰 평가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삼성이 개발한 GAA공정은 기존 공정보다 전력을 45% 절감하면서도 성능은 23%, 제품 면적은 16%나 줄인 획기적인 기술이다. 초미세 공정 기술력이 세계 최고임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방한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함께 평택 캠퍼스를 찾았을 때 ‘방문 서명’을 한 웨이퍼가 바로 3nm용임을 상기할 때 삼성은 오래전부터 기획해 온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양산 발표 직전까지 일부에서는 안정적인 수율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문제 삼은 품질확보가 삼성이 너머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이는 GAA 공정 3nm 반도체의 고객 확보와 직결된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대만 TSMC의 오랜 고객까지 끌어드릴 수 있어야함으로 사실상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번 3nm 양산에 즈음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초미세 공정에서 지속적으로 TSMC에 1년~6개월 정도 뒤져있었다. 따라서 한 번이라도 1등을 하는 경험이 필요했다’고 그동안의 절박성을 고백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는 청사진과도 궤를 같이한다.
3nm 반도체는 현재 서버 업체와 모바일 업체서만 활용하는, 말하자면 수요가 제한된 첨단 제품이다. 삼성이 우선은 고성능 컴퓨팅(HPC)용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역시 이와 같은 시장(수요)흐름을 감안한 대책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3mn 이상의 초미세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시장의 크기를 지금 가늠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은 군사안보 전략 산업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산업정책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하이닉스,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 등의 삼파전이지만, 인텔은 자체 생산시설이 없다. 따라서 인텔의 파운드리 반도체는 외주를 줄 수밖에 없으나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삼성과 TSMC정도다. 따라서 삼성의 3nm가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정도의 품질이 보장되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밖에 없다.
철(鐵)은 산업의 쌀이라고 했으나 반도체는 산업의 심장으로 불린다. 구동하는, 움직이는 모든 장치는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심장 없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앞으로 반도체가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등 국방 분야에서도 필수 요소로 보는 이유다. 2021년 현재 반도체의 영향력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에 달할 정도이며 앞으로 이비중은 급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삼성전자의 GAA 공정 3nm 양산을 계기로 반도체 지원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산업정책 수준이 아니라 안보를 포함한 학계, 기업, 군부, 정책당국이 일사불란한 팀을 구성, 지원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높지만 장비, 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인력은 중국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1위, 특히 고도 기술의 첨단 분야에서의 세계 1위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숟가락 들고 잔치판만 찾아다니는 안이한 지원정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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