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도 절묘하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원의 대우조선 독 점령 농성사태 해결과 국회가 허송세월에 종지부를 찍고 원 구성에 성공한 것이 거의 때를 같이하여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국회와 민노총이 사전에 짜지 않은 것은 천하가 다 안다. 또 민노총을 국회와 동일 선상에 올려놓는 것도 부당한 일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에는 얼마간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민노총의 행태가 틀에 박아 찍어낸 붕어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닮음은 자기 행동이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데 연유한다. 정당이나 노총은 이 나라와 사회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따라서 당연히 그 위상에 걸맞는 책임과 사명감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민노총이 책임을 졌다는 말은 유감스럽지만 들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원 구성을 둘러싼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한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를 지배하는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 책임이 더 무거움도 부인할 수 없다. 자기주장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불법 농성을 일삼는 민노총 역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 이는 당사자인 민주당이나 민노총도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민노총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불법 농성사태 해결 협상 때 노조 측은 손해배상 관련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거나 소송을 말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협상 타결 때도 이 부분은 빠져 있는 것을 보면 민노총 금속노조 지회는 자신들의 불법 농성에 따른 원청회사와 하청회사 손해배상 따위는 처음부터 생각지도 않았음을 말해 준다. 처음부터 책임지지 않을 작정으로 극단적 행동(이 경우는 원청회사 독 불법 점거 농성)을 한다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주의일 뿐이며 이는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근본 원인이 된다. 이런 투쟁에서 이겼다고 해서 득 볼 일은 하나도 없다.
민노총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을 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검수 완박’ 관련, 헌재에 제기한 헌법소원을 취하해달라는 조건을 내거는가 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더불어민주당과 전 정부 관련 수사를 중단하면 협치에 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검수 완박’관련법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허둥지둥 처리하면서 기상천외한 편법까지 동원한 민주당이 이제 와서 헌재 소원을 취하해 달라는 것이나 수사 중단 요구는 천박하게 표현하면 ‘뻔뻔하기’ 짝이 없다. 그러는 한편에서는 ‘운동권 신분 세습법’을 다시 추진하는 ‘용단’을 내린 것이 민주당이다. 운동권의 민주화 투쟁이 아무리 숭고하다고 한들 일제와 맨주먹으로 싸운 독립투사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독립유공자 후손 가운데는 광복과 건국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끼니 걱정을 할 정도의 극빈한 삶을 이어가고 있음을 민주당은 모르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정도라면 웃고 넘어갈 수도 있다. 운동권 세습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일단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기회만 있으면 호통치듯이 외치는 ‘대통령 탄핵’ 주장이다. 취임 1백일도 채 안 되는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을 의미한다. 이를 좀 더 유추한다면 5년 전의 촛불집회나 박근혜 탄핵을 통해 정치적으로 재미를 봤으며 그 재미를 한 번 더 즐겨보자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는 대우조선 불법 농성이 협상으로 막을 내리자 농성한 노조원을 격려하기 위해 71개 단체가 ‘희망 버스’ 6대를 동원, 서울에서 옥포 현장을 찾는 것과 비슷한 발상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8천억 원 가까운 손해를 끼친 불법 행위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희망 버스’라는 이름의 격려행사를 치르는 것이나 입만 열면 ‘탄핵’을 주장하는 야당 지도부의 의식구조나 발상 메커니즘을 평범한 국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외부와의 통로를 차단한 채 자 주장, 자지 이익에만 집착하는 것이 어쩌면 특정 행동을 반복하고 언어 의사소통 장애가 있는 ‘자폐증’의 시초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책임 있는 정당과 노총이 자폐증에 걸린다면 그 결과는 등골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다. 민주당과 민노총은 이쯤 해서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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