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근교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채택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 그리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세 가지 문서에는 아시아 태평양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제 질서의 태동을 의미하는 역사적인 무게가 담겨 있다. 이 세 문서에 포함된 분야 가운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래도 굳이 우열을 따지자면 최근 수년 동안 가열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전쟁, 그에 따른 이른바 공급망 재편 영향과 그 대응책일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주목할 점은 한미일 3국의 반도체, 배터리 등 공급망이 위협을 받을 경우, ‘3국 동시 경보’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사실이다. 동시에 이미 미국이 상무부와 법무부 합동으로 구성, 운용하고 있는 ‘혁신기술 타격대’를 한국과 일본도 같은 형태의 기구를 출범시켜 ‘공동 대응’하기로 한 점도 획기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불을 붙인 경제(무역)전쟁은 중국이 미국 기술을 우회적인, 때로는 거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도입하여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데 근거를 둔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하여 휴대전화 등 첨단분야에서 ‘잘 나가던’ 화웨이가 쭈그러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대중국 투자까지 차단하는 강수를 두면서 양국 간의 경제적 대립은 더욱 뜨거워졌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책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에서 공급망이 위협을 받을 때는 3국이 동시 경보시스템을 운용하기로 한 배경이다. 다시 말하면 필수 희토류가 중국의 완전 독점품목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 수출금지 또는 제한의 효력을 줄이자는 (크게 겁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으로 읽힌다. 나아가서 다른 희토류 생산국과의 유대 강화 포석도 들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로 인해 지금 세계 경제는 서방을 중심으로 한 자유 시장경제 체제와 중국 러시아 북한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전제 체제로 양분되는 양상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와 같은 미국과 중국 간 경제전쟁의 1차적 책임, 다시 말하면 주원인이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살상은 그 반대임을 모르고 있는 사람(국가)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지금 중국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총서기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시진핑은 2012년 11월 제18차 중국공산당 대회서 당 총서기로 뽑힌 자리에서 ‘중국 경제가 미국에 점령당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이른바 디커플링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중국공산당 내의 다수 의견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진핑의 이러한 ‘선언’이 중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이슈로 확대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중국 경제는 덩샤오핑의 개혁과 개방 정책으로 고도성장이라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과 개방 정책을 못마땅하게 평가하며 동시에 충실한 후계자인 장쩌민, 후진타오도 좋잖게 여긴다.

‘중국 경제를 미국이 마음대로 주물 수 있게 된 원인은 덩샤오핑의 개방 정책 때문이다’ 는 것이 시진핑의 인식이다. 미국과 유럽 지향의 경제구조가 공산당과 군부의 부패와 배금사상, 나아가서 미 유럽 시스템에 대한 숭배를 낳았다는 것이 시진핑의 기본 인식이다. 그동안 시진핑이 힘을 기울여 온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개도국을 공략한 배경이 기도 하다. 그러나 거대 민간 기업을 ‘적대시’하는 국가와 당 우선 경제정책은 부동산 부문에서 파산과 연쇄 부도 상황을 유발하는 후유증을 앓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분야 기술과 시장은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반자본주의, 반미 정책을 펴 왔다. 이러한 이중적인 자세를 미국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결과가 지금 양국 간의 경제전쟁과 기술전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그리고 3자 협의에 대한 공식 문서는 중국에 대한 최후통첩이라고 보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3국 가운데 중국에게 가장 만만하게 보이는 것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중국의 반격에 펄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비록 ‘3국 공동 대처’가 명문화되어 있으나 모든 것을 거기에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독자적인 대중국 경제정책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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