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금고위기’가 불거진 시기가 참으로 묘하다. 국내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시중 5대 은행의 독과점 체제를 바꿀 메기로 새로운 시중은행을 추가하기로  결정한 직후이며 국제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 채무초과 구조의 고착화와 때를 같이 한다. 서민을 위한 풀뿌리 협동조합, 상호금융기관인 한국의 새마을금고 위기상황을 너무 거창하게 보는 것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따지고 들면 반드시 과장된 제스처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새로운 시중은행을 연내로 만들자는 것(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전환)은 지난 20년 동안 사실상 카르텔로 운용되어 온 시중은행의 경직성을 개선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이자는 정책적 고려가 반영된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용단’은 이자 장사(예⁃대 마진)로 손쉽게 돈을 버는 능력으로는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저금리로 돈을 푼 상태에서 코로나 19 펜데믹이 덮치자 각국은 앞을 다투듯이 더욱 통 큰 재정 금융확장에 나섰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재편에 따른 상품시장의 혼란이 겹쳐 인플레이션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 세계 경제의 실상이다. 미국이 FRB가 앞장서서 급속한 빅 스텝의 고금리 정책을 펴 온 배경이다.

한국의 시중은행은 이러한 고금리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평가받는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아주 편하게, 천박스러운 표현을 빌리자면 ‘손 안 대고 코를 푼 것’이다. 상업은행(시중은행)은 예금과 대출 이자 마진이 가장 큰 수익원임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임으로 유독 우리 시중은행만을 비판하는 것은 불공평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다른 나라 상업은행은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 금융당국이 메기 역할을 할 새로운 시중은행(전국을 영업지역으로 삼는)을 추가하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코로나19는 여러 부문에 막대한 후유증을 유발했다. 그 가운데서도 금융부문에 끼친 부정적 영향이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60개국 중앙은행을 멤버로 한 국제결재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국장은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았다’면서 ‘금융정책은 물론 재정정책도 한계를 맞았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노동 유연성 등이 긴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부동산 문제가 경제의 큰 변수로 작용하는 국가일수록 건설규제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금융당국이 메기 역할을 할 시중은행을 추가하겠다고 한 정책적 판단은  BIS의 경기와 경제진단과 맥을 같이 한다. 새마을금고 위기 상황을 시각에 따라서는 지나칠 정도로 중요시하는 이유 또 한 여기에 있다.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는 ’금융기관‘으로서는 가장 저변에 있다. 관리 감독도 금융당국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제1금융기관(시중은행)’처럼 돈을 빌려주고 예금을 유치하는 금융영업을 하면서 금융감독 체계 밖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자체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현재 새마을금고의 자산규모(284조원)는 5대 시중은행의 하나로 꼽히는 NH농협은행(488조원)보다는 작지만 신용협동조함(143조원)이나 수협은행(44조원)보다 월등하게 크다. 그런데도 이를 총괄 감독하는 책임자는 금융 문외한인 행정안전부 차관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건은 빈발했으나 뱅크런을 걱정할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운이 좋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실리콘 밸리 은행이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 뱅크런으로 파산한 것이나 스위스 크레디트 은행의 파탄은 따지고 보면 감독 부실에 원인이 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경우 중견 시중은행에 대한 미국의 리스크 관리가 그만큼 소홀했음을 말한다. 스위스 크레디트 은행은 장기에 걸친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 것이 파탄의 원인이다. 미국이나 스위스 모두 금융감독 시스템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를 운용할 인력 부족과 타성을 극복하지 못한 잘못을 범한 것이다. 막대한 자산규모로 활발한 금융 활동을 하는 새마을금고가 금융감독 시스템과는 무관하다는 자체가 중대한 리스크로 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복으로 바꾸는 (전화위복:轉禍爲福)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개미구멍에 둑이 무너지는 참변을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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