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야당 의원들의 단독 의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상) 감표위원들이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투표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하) @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야당 의원들의 단독 의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상) 감표위원들이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투표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하) @뉴시스

‘탄핵소추’는 헌법이 규정한 국회 고유권한이며 따라서 우선 옷깃부터 여며야 하는 근엄한 제도다. 우리 헌정 사상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받은 것은 노무현 (헌재서 기각), 박근혜(헌재 인용) 두 사람뿐이며 각료 가운데는 작년 이태원 참사 책임 문제로 행정안전부 장관을 소추했으나 헌재서 기각된 적이 있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살펴보면 보수정당이 주도한 탄핵은 노무현 대통령 1건뿐이며 그 이외는 전부 진보정권과 정당이 주도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보수 정권은 ‘탄핵 동원’에 신중한 반면 좌파 진보정권은 아주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신분이 보장된 고위 공무원을 다른 법률로는 소추하기 어려울 때 법이 심판할 길을 열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따라서 아주 신중하게 운용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그 여세를 몰아 정권을 잡은 86세대 중심의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20년, 50년 집권’을 장담할 정도로 오만함을 들어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국가 에너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 탈원전을 비롯하여 경제를 포함한 거의 모든 정책을 ‘우리만의 리그’로 운용하는 오만의 늪에 빠졌다. 그 결과는 야당으로의 전락이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권토중래(捲土重來:힘을 길러 다시 돌아온다는 뜻) 카드로 꺼내 든 것이 ‘탄핵’이다. 특히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에 집착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 때 완성한 ‘좌파중심 언론 시스템’을 총선까지 그대로 유지하여 득을 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86세대가 80년대 운동권 수준에 잠겨 있는 동안 국민과 보수세력은 열 걸음도 더 앞서가고 있음을. 몰랐거나 알고도 가볍게 여긴 것일까, 그 결과는 이동관 탄핵안을 한 회기에 세 번이나 제출하는 과오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여당이 필리버스터를 접는 바람에 표결할 본회의가 증발하자 의안을 돌려받아 일사 부재 원리에 금을 낸 잘못을 저질렀고 두 번째는 검사와 함께 묶어 논의하는 바람에 정신이 나간 것일까, 이동관 위원장 탄핵소추안에 ‘검찰법’을 동원한 ‘어이없는 짓’(실무자가 복사해서 붙이는 과정의 실수라고 하지만 지도부가 얼마나 안일했으면 그대로 넘어갔는지에 대한 사과는 없다)을 저지른 끝에 가까스로 의안 제출에 ‘성공’했다. 마침내 본회의 통과가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쾌재를 불렀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에도 소수 여당이 열 걸음은 앞서갔다. 탄핵 대상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지붕만 쳐다보게 된 것이다. 
 
탄핵제도는 프랑스에서 시작, 영국에서 발달하여 여러 나라로 퍼졌으나 내각책임제인 영국에서는 사실상 없어졌다, 미국은 하원이 소추, 상원의 심판을 통해 공무원의 자격만 박탈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 소추를 법원이 심판하는 나라(독일)도 있다. 우리는 헌법 제65조에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헌법 제111조 1항 2호는 헌법재판소가 심판권을 가지도록 규정, 국회와 헌법재판소 공동 탄핵제도도로 운용되고 있다. 대상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 각부의 장, 헌재 재판관, 법관, 중앙선관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을 때 소추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기각했을 때 소추한 국회에 대한 페널티 규정은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다수를 앞세워 ‘탄핵 놀이’에 열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검찰이 기소한 사안이 계속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그 검사가 과연 무사하게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까?

고대 사회에서도 ‘탄핵’이 존재했다. BC 1300년대 중국 갑골문자(甲骨文字), 금석문(金石文)에 등장하는 탄핵은 주술적 의미의 살풀이와 액땜 행사다. 탄핵의 탄(彈)은 활시위를 튕겨 그 소리로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로 쓰였으며 핵(劾) 역시 액을 막아주는 신령한 힘을 가진 동물을 가리킨다. 따라서 탄핵은 언제나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살풀이와 액땜에 정성을 다했다. 나폴레옹 프랑스는 국가가 소추권을 확보함으로써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로 도입된 것이 탄핵이며 고대 동양에서는 살풀이 액땜으로 관민(官民)의 안녕을 도모한 신성한 행사가 탄핵이다. 

AI가 휘젓고 다니는 21세기인 지금 갑골문자에 새겨진 주술을 되살리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헌법이 정한 근엄한 제도를 특정 정당이나 정파 이익에 맞춘 ‘놀이’로 전락시키는 것만은 삼가야 마땅하다. 그들이 후임 방통위장이 임명되면 줄줄이 ‘무한 탄핵’에 나서는 것 (꼴)만은 보지 말자는 뜻도 담겨 있다. 궁극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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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두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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