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늦여름 뉴욕에 출장을 갔다가 밤 시간 틈을 내서 6번가에 있는 래디오시티 뮤직홀에 갔다.
마침 율부린너 주연의 뮤지컬 <왕과 나>를 공연하고 있었다. <왕과 나>는 마거릿 린든의 소설로 1965년 월터 랭 감독이 뮤지컬 영화로 만든 이후 수십 년 동안 공연을 이어온 뮤지컬의 걸작이었다.
2층에서 공연을 잘보고 내려와서 홀 문을 막 나서려고 하다가 “아차!”하고 돌아섰다. 뒷주머니에 꽂고 있던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여권과 전 재산 1800달러가 들어 있었다. 2층 좌석이 좀 불편해서 여러 번 고쳐 앉은 사이에 지갑이 의자에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되돌아서서 2층 계단 앞으로 갔다. 넓디넓은 계단에 구름처럼 관객이 밀려 나왔다. 인파 가운데에 한 할머니가 내 지갑을 높이 쳐들고 흔들면서 내려왔다. 어떻게나 반가운지 사람 속을 거꾸로 헤치고 올라가서 지갑을 받았다. 나는 미처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그냥 도망치다시피 극장 문을 나섰다.
그때 속으로 “이 극장 관객들 정말 수준이 높은 교양인들이구나. 뮤지컬 감상하는 관객은 역시...” 감탄했다.
뮤지컬은 어떤 장르인가. 근원이 오페레타에 있다는 설이 있다. 오페라가 너무 수준이 높고 정적이라서 어렵게 느껴져 좀 더 재미있게 스토리와 무용을 섞어 넣자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근엄한 전통 문학에서 한 계단 내려서 보다 재미있고 파격적인 ‘장르문학’이란 콘텐츠가 생긴 것과 같은 이치다. 고전(오페라) 음악과 대중음악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 <캐츠>, <에비타> <오페라의 유령>등의 선풍적 인기를 끈 명작이 수두룩하다.
최근 한국에서도 뮤지컬 바람이 거세어, <명성황후>, <레미제라블>, <그날들>, <삼총사>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뮤지컬은 스토리와 연기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음악입니다. 음악의 고전과 대중성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박카린, 장소영 씨 같은 음악 감독이 독특한 연출을 보이지요.”
언론계에서 ‘연예기자 1호’로 불리는 정홍택 씨의 논평이다.
장소영 감독(하남문화재단 대표이사)이 음악 연출을 한 <그날들>을 필자도 지난달에 관람했는데, 대중 가수의 음악을 예술성 짙게 승화시켜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이루어냈다고 할 수 있었다. 인기가수 김광석 씨의 곡을 여러 편 편곡 삽입하여 오페레타의 대중화에 성공하였다.
지난10일 경정공원에서 열린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등 16개 단체와 대중 가수(트롯 가수 정동원, 팝송 라이브 가수 권용욱 등)출연한 공연에서 장소영 음악 감독이 직접 지휘봉을 들고 1만여 관중 앞에서 지휘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하남문화재단의 대표이사로서 운영을 맡고 있는 장소영 감독의 지방 문화 예술에 대한 애정과 노력으로 지방의 문화 예술이 부흥하고 있는 것 같다.
중앙에 집중되어있는 문화 예술을 지방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1980년대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전국에 166개의 문화예술회관이 있다. 중앙과 지방의 문화예술 수준을 평준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 지방에서 ‘생활의 문화화’가 상당히 이루어졌다는 평이다. 지방 문화를 고르게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나서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뮤지컬은 음악, 연극, 무용의 3박자로 이루어지는데 역시 본질은 음악이다.
‘직원의 신뢰성이 높을수록 관객 만족도가 높았고 공연상품의 우수성이 높을수록 관객 만족도가 높았다.’(이창민-<예술경영연구>)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작품성이 관객의 다소를 좌우하는 것은 맞다. 주의해서 볼 것은 ‘직원의 신뢰성‘이다. 하남시의 경우는 공연예술의 책임자가 톱클래스 급의 뮤지컬 감독이기 때문에 관객의 만족도도 높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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