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신년초. 12, 12 사태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 시절. 만화가 안의섭은 현실이 괴로웠다.

"안 박사. 우리 먼 미래로 함 가볼까?"

한국일보에서 사회면 4콤마짜리 시사만평을 그리던 안의섭 화백은 모두 안 박사로 불렀다. 50년대 KBS라디오의 인기프로 ‘재치문답’에 출연해 박사로 불렸기 때문이다.

숨 막힐 듯 답답한 공기 속에 뒷짐 지고 편집국을 왔다 갔다 하는 두꺼비 안 박사를 보고 내가 말을 걸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언론을 콱 누르고 있는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은 것이 당시 언론인들의 심경이었다.

"미래? 아주 멀찌감치 가자구. 21세기로."

그래서 두꺼비 안박사가 그린 만평은 <서기 2000년>이었다. 당시로서는 30년 후의 세계였다.

나는 그가 그린 컬러 만평 6장과 제목 등 7장을 40여 년 동안 보관하고 있다.

며칠 전 챙겨보니 2장은 일실하고 제목과 4편이 남아 있어 4회에 걸쳐 여기 연재 할 수 있었다.

작품 뒤에 <人間은 <人間의 시작>에로의 신앙이 시작되다>라라는 설명이 친필 연필 글씨로 쓰여 있었다. 아마도 21세기에는 이 답답한 현실에서 멀리 떠나 아담과 이브의 발가벗은 세계로 돌아간다는 뜻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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