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 정지영 씨의 초청으로 대학로 뒷골목에 있는 '장(張)'이란 식당에 갔다. 정 감독 작품 ‘부러진 화살’이 한 달 만에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자축연에 초대되어 축사를 한 일이 있었다.
정지영 감독과는 가까운 사이라서 늘 서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이 영화에서 실감했다는 말을 축사에서 여러 번 강조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안성기 피고인이 져서 유죄를 받았는데도 관객인 나는 너무나 유쾌했어요. 무언가 후련한 것 같았어요. 이 세상의 모든 억울한 사람을 대신해서 안성기가 절대 권력을 향해 통쾌한 화살을 날렸다고 생각하니 속이 정말 후련하더군요. 그래서 관객이 몰리나 봐요."
"정말 그 말이 맞아요. 하하하"
안성기 씨도 유쾌하게 웃었다.
"이 다음에는 부러진 화살 말고 쌩쌩한 화살로 한방 쏘시오!"
"고맙습니다."
우리는 유쾌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이 영화는 정지영 감독의 평소 예술에 대한 이념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주제가 너무 강렬한 작품만 말고 가볍고 유쾌한 영화도 좀 만들어 보시오”라는 내 말에 정 감독은 “예술가의 사명은 시대정신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항상 현실을 비판하는 안목이 필요하지요”라고 답했다. ‘부러진 화살’ 영화도 그의 소신을 잘 나타낸 작품이었다.
“억울하게 사는 사람들, 이 영화를 보세요. 잠깐이라도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나의 말에 안성기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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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언론인·추리소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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