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의 한 일간신문사 편집국장으로 일할 때인 1988년 일이다. 모 단체의 초청을 받아 이천에 있는 한 연수원에 강연을 하러 갔다. 연사 대기실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는 동안 뜻밖의 연사가 나타났다. 김동길 연세대 교수였다.
“선생님 강연 시간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일찍 오셨습니다.”
안내 스케줄에 내 뒤에 강연을 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물어 보았다.
“오다가 보니까 한 시간이나 빨리 왔네요. 기다려야지요.”
“선생님은 항상 바쁘시니까 먼저 강연을 하시지요. 제가 기다리다가 뒤에 하겠습니다.”
나는 주최 측에 물어 보지도 않고 호의를 베풀 셈으로 제의를 했다.
“아니죠. 내 사정 때문에 공적인 스케줄을 변경하면 안 되죠. 그냥 정해진 대로 합시다.”
그래서 내 제의는 묵살 당했다.
나는 마침 편집국 기자들 사이에 떠돌던 김동길 교수의 여자관계 루머에 대해 물어보았다.
“선생님에 대한 루머 듣고 계시죠? 인기 여가수 J씨와 사귄다는 루머 말입니다.”
“나도 그 루머 들었어요.”
“그거 사실입니까?”
나는 잘하면 특종하나 건진다는 기대를 했다. 김 교수는 빙그레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루머가 많이 퍼질수록 당사자는 더 유명해 지는 것이지요. 사실이건 아니건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내가 유명해지려나 보죠.”
그는 다시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사실인지 아닌지 분간 할 수 없는 기묘한 대답이었다. 이럴 경우 기사를 쓰기란 참으로 애매하다. 지나놓고 보니 그는 루머로부터도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평생을 자유롭게 살아온 김동길 교수는 가정에 얽매이지 않아서 감옥에 가도 큰 걱정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의 자유주의 신봉자다.
그는 몸도 재산도 모두 사회로 환원하고 훌훌 떠났다. 그는 나비넥타이와 함께 멋과 정의와 진실의 힘을 믿는 이 나라의 참다운 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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