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한국 음식’ 발언으로 중국 소속사에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유튜버 햄지의 먹방 장면 
‘김치는 한국 음식’ 발언으로 중국 소속사에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유튜버 햄지의 먹방 장면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SNS 프로그램이 ‘먹방’이라는 통계가 있다. 먹방 1위부터 5위까지가 1천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고 한다.

먹방이 관심을 끌게 되자 음식의 이름도 진화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우리나라 음식 이름을 외국어로 번역할 때이다.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 번역이 많다.

몇 년 전 중국 명승지인 황산(黃山)에 갔을 때도 안내문이나 간판의 오자나 오역을 수두룩하게 발견한 일이 있었다. 해발 1천5백 미터의 천문산 정상에 있는 천문산사(天門山寺)라는 절 입구에 갔을 때였다. 화려하고 웅장한 사찰 앞에는 오래 된 듯한 스낵 식당이 있었다. 그런데 식당 앞에 높이 걸린 커다란 안내 간판 메뉴에서 아주 희한한 음식 이름을 발견했다.

‘인스턴트 국수’ ‘옥수수’ ‘핫도그’ ‘달걀’ ‘숨이 차서 쌀’

다른 메뉴는 다 알겠는데 ‘숨이 차서 쌀’이라는 음식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메뉴 간판을 유심히 살펴보니 영문표기가 있었다. 영문 표기에는 ‘puffed rice'라고 되어 있었다. 모바일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았으나 그런 메뉴는 없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가격표에서 ‘per cup’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그러니까 ‘숨이 차서 쌀’을 컵에 담아서 파는 듯했다.

영한사전에서 ‘puff’를 검색해 보았더니 비슷한 음식은 없었다. 단어 설명은 ‘훅 불다’ ‘부풀리다’ ‘자화자찬’ ‘분첩을 바르다’ 등의 단어기 나오다가 뒷부분에 ‘숨이 차서 헐떡이다’라는 해석이 있었다. 그렇다면 ‘숨이 차서 헐떡이는’ 음식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혹시 팝콘 즉 팝 라이스, 튀긴 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튀밥은 영어로 ‘popped rice’라고 한영사전에 나와 있다. 아마도 이 단어의 스펠을 잘못알고 사전을 찾다가 ‘숨이 차서’라는 어휘가 나오니까 그렇게 쓴 것 아닌가 하고 추리할 수가 있었다.

한참 궁리를 하고 식당에 들어가 ‘숨이 차서 쌀’을 주문했더니 추리한대로 종이컵에 튀밥을 담아 주었다. 우리는 너무 우스워서 웃다가 숨이 차서 사레가 들려 튀밥을 ‘훅 불어내고’ 말았다. 

중국 황산 산사 옆 식당의 메뉴판-밑쪽 왼편에 '숨치 차서 쌀 5엔'이라고 적혀 있음.
중국 황산 산사 옆 식당의 메뉴판-밑쪽 왼편에 '숨치 차서 쌀 5엔'이라고 적혀 있음.

코로나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아지자 한국 식당의 메뉴에도 외국어 번역이 많이 등장했다. 그 중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엉뚱한 영어 번역이 있어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육회’를 six times로, ‘곰탕’을 bear soup으로, ‘미숫가루’를 MSGR로 표기해 놓아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
어떤 식당은 아예 한글 메뉴판은 없고 모두 영어로만 적어 놓은 곳도 있다.
어르신들은 요즘 카페에 들어가기를 겁낸다. 우선 들어서면 “뭣을 드실지 도와 드리겠습니다”하고 종업원이 친절한 미소로 묻는 것이 아니고 꼬부랑글씨가 잔뜩 튀어나오는 키오스크가 마주선다. K-컬쳐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 영어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청담동 한 레스토랑은 점심, 저녁 10만 원 대 식사 메뉴를 영어로 적어 놓았다. 그중 메인 메뉴는 ‘Hanwoo wellington'이다.” (김아진 기자)
한우(韓牛)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종류란 뜻인가 본데 ‘wellington’이 요리 이름인지 미국, 뉴질랜드에 있는 도시 이름인지, 영국의 장군 이름인지 알 수가 없다. 정말 세종대왕께서 이마를 찌푸리실 일이다.
정부나 공공기관, 또는 사회단체 등에서 ‘한국 음식 외국어 번역 통일 사전’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 더 이상 웃음거리가 되는 메뉴는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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