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하나로 우주를 만든다.” 2022년 창설된 <한국디지털문인협회>의 창립 선언에 나온 말이다. 생활필수품이 된 핸드폰이 예술품을 창작하는데도 필수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생성형 인간지능(AI)을 내장한 세계 최초의 핸드폰 <갤럭시S24>를 내놓았다. 영어, 불어, 스페인어를 비롯한 세계 13개 국어를 실시간 통역할 수 있고, 화면에 잡힌 화면의 사물에 손가락으로 표시만 하면 관련 정보를 수돗물처럼 쏟아내 준다.
핸드폰과 진짜 인간의 두뇌가 결합하여 생산하는 사물은 모든 분야를 넘어서서 이제 지적 수준 최후의 영역인 예술 창작에까지 이르고 있다.
일본의 최고문학상의 하나인 ‘아쿠다가와 문학상’ 제170회 수상자가 여성 작가인 구단 리에의 소설 <도쿄도 동정탑>이다. 이 소설은 AI의 도움을 받아 썼다고 작가가 고백했다.
아쿠다가와 상은 일본의 유명 출판사인 <문예춘추>사에서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업적을 기려, 1935년에 그의 친구 기쿠치 간이 나오키 상과 함께 창설하였다. 신진 작가의 등용문이기도 이 상은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수여한다. 1945년에 일시중단 되었다가 1949년에 부활됐다. 유명 잡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서 주관하고 그 잡지에 게재된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설국>(雪國) 작가 가와바다 야스나리를 비롯해 마쓰모토 세이쵸, 엔도 슈사쿠 등이 이상의 역대 수상자다.
<도쿄도 동정탑>은 범죄자가 ‘동정 받아야 할 사람들’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도쿄를 무대로 삼아 창작되었다. 새로운 고층 교도소 설계를 맡게 된 건축가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생성형 AI가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언어에 대한 과도한 자기 통제가 일어나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린 소설이라는 평도 있다. AI와의 대화 내용이 소설 곳곳에 담겨 있다.
AI가 소설 전체를 쓴 것은 아니고 일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저자의 작품이라고 인정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어차피 '챗GPT'는 인간생활의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디지털을 이용한 창작품이 인간생활의 일부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웹툰, 웹소설, 디카시등 웹 창작이 종이문화를 훨씬 앞지르고 있지 않은가.
문화체육관광부는 웹툰, 웹소설 등 인터넷 창작품인 K-콘텐츠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27년까지 만화, 웹툰 산업규모를 4조원, 수출 규모를 2억5천만 달러(약 3339억 원)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 시 필요한 통역과 번역에 필요한 예산도 10억원으로 할당했다. 국가적 대표가 될 만한 웹툰과 기업 육성을 위해 15억을 책정하고 민관 합동 6천억 원 규모로 IP사업화를 위해 투자한다.
이와는 별도로 국무조정실에서는 웹툰과 웹소설 등을 도서 정가제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현행 15%로 되어 있는 도서 가격 할인 한도를 동네 서점에서는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발표했다. 종이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도서정가제는 2003년에 도입되어 3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해왔다.
전자출판물에 해당하는 웹 콘텐츠도 현재 도서 정가제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산업구조상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분명히 산업구조상 다른 특성을 보이므로 종이책과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디지털 문인협회(이사장 이상우, 회장 김종회)는 창설 출발부터 웹 창작품에 대한 법적 지위를 위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종이책에 의존하는 법제도를 빌려다 쓰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을 위한 법령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시대를 앞지르지 못할망정 따라가는 정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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