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의 근·현대사는 매우 흡사하다. 한국과 베트남은 각각 일본과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념 갈등을 겪었고 남과 북으로 분단된다. 미국과 외국인까지 가세한 치열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었다. 남북에 들어선 서로 다른 체제가 민족사적 정통성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베트남은 통일됐다. 한반도는 여전히 남과 북으로 나뉜 분단 상태이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베트남 통일을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호치민, 민족주의 주체 의식 투철한 지도자  

호찌민(Hồ Chí Minh·胡志明·1890.5.19.~ 1969.9.2.) 베트남 초대 국가주석은 혁명가·독립운동가·정치인이다. 원래 이름은 응우옌신꿍Nguyễn Sinh Cung·阮生恭)이다. 호찌민은 깨우치는 자라는 뜻을 지녔다. 

호찌민은 판보이쩌우 이후 베트남 독립운동의 주요 인물로 일생을 베트남의 독립을 위해 바쳤다. 베트남 공산당, 베트남 독립연맹 등을 창건했다. 1945년 베트남 민주 공화국을 선포하고 정부 수상(1946-1955), 국가주석(1945~1969)과 베트남 노동당 주석(1951~1969)을 지냈다.

호찌민이 베트남을 독립시킬 수 있던 것은 보응우옌잡(Võ Nguyên Giáp·武元甲· 1911.8.25.~2013.10.4.)장군이 휘하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의 장군이자 정치인이다.  호찌민 정부의 내무부장, 비엣민과 베트남 인민군의 총사령관, 베트남 국방부장, 베트남의 정부부수상을 지냈다. 보응우옌잡은 1976년 베트남 공산당으로 명칭을 바꾸는 베트남 노동당의 정치국 위원이기도 했다.

영국의 일간 신문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보응우옌잡을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장군 중 한 명"으로 평가했다. 세계 최강의 국가 프랑스·미국·중국과 차례로 싸워서 모두 승리했다. 

英國 '20세기 영웅' 보응우옌잡 평가. 

베트남이 강력한 외세에 맞서 두 차례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붉은 나폴레옹'으로 불린 전력가 보응우옌잡 장관은 민족의 주체 의식이 투철했다. 1911년 8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베트남 꽝빈성에서 태어난다. 보응우옌잡의 아버지는 1885년에서 1889년 베트남에서 발생한 껀브엉 운동(Cần Vương·勤王運動)에 참여한 소수 관료이자 민족주의자였다. 껀브엉운동은 프랑스인을 추방하고 소년 황제 황응이를 독립된 베트남의 지도자로 추대하자는 것이다. 반란은 실패한다. 보응우옌잡 아버지는 1919년 체포된 뒤 감옥에서 사망한다. 1924년 13세의 나이에 보응우옌잡은 후에에 있는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국립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1925년 14살인 보응우옌잡은 1924년 설립된 지하조직 탄비엣 혁명당에 가입한다.  공산주의에 대해 알게 된다. 1930년 학생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체포된다. 라오보우 교도소에서 2년형을 선고받고 13개월을 복역한다.

하노이대학에서 역사학과 졸업한 후 고등학교 역사 교사와 언론인으로 일한다. 1938년 민 타이와 결혼한다. 1939년 28살 때 프랑스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중국 남부로 건너간 뒤 망명 중이던 호치민(胡志明·1890~1969)을 만난다. 이 무렵 그는 농촌을 근거지로 한 게릴라전을 중시하는 마오쩌둥의 혁명론에 심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중국에 있는 동안 부친과 부인, 여동생 등이 체포된다. 고문·투옥 끝에 프랑스 식민당국에 처형 당한다. 부인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가 15년 형으로 감형되었으나 3년뒤 감옥에서 사망한다. .

1940년 보응우옌잡은 베트남의 실질적인 해방 투쟁을 위해서는 무력 집단이 있어야 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무장투쟁의 길로 나서기 위해 중화민국으로 건너간다. 윈난육군강무학교(雲南陸軍講武學校)에 입학해 기초 전술과 군사전략을 배운다.  이때부터 제 궤도에 올라 제격에 맞게 적극성을 띤 무장투쟁의 길로 들어선다. 원난육군강무학교는  중국 공산당 1세대인 주더(朱德)를 비롯한 중국 근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비롯해 1920년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독립운동가 이범석(李範奭·1990.12.11.~1972.5.11.), 한국 최초 여류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 권기욱(權基玉·1901.1.11.~1988.4.19)등을 배출했다.

1941년 귀국한 그는 베트남 북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베트민(Viet Minh; 베트남독립동맹회)를 창설한다. 그는 당군(베트남 선전해방군)을 조직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당시 그는 중국 공농홍군의 체계를 모방하여 동맹회의 군대를 구성한다. 독립동맹회에서 군을 지휘하는 최고 민간 조직인 군사위원회의 위원이 된다.  당군을 강화하기 위해 토족 게릴라 지도자 츄반탄과 동맹한다. 호찌민과 함께 베트남의 독립을 쟁취하려고 노력한다.

미국 OSS가 호치민의 염원에 따라 베트민을 지원하자, OSS와 협력하여 대일전을 준비한다.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5년 3월 프랑스 비시 정권이 몰락하자 일본군은 베트남에서 명호작전(明号作戰, Operation Bright Moon)을 실행하여 프랑스군을 제압한다.  독립을 선언한다. 베트남 제국을 수립한다. 일본이 군통수권을 장악한 형식적인 국가이다.

호찌민과 보응우옌잡은 베트남의 완전 독립을 위해 일본군과의 전쟁을 치른다. 1945년 여름 일본군의 외곽 초소를 공격하는 작전을 전개한다. 1945년 8월에 호찌민과 함께 군대를 하노이로 진격한다. 일제의 패망 이후 1945년 8월 23일 8월 혁명이 일어난다. 9월 2일 호찌민은 베트남민주공화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국가원수로 취임한다. 10월 호찌민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바오다이는 완전 퇴진한다. 

보응우옌잡이 이끄는 비엣민은 1946년 12월 19일부터 1954년 8월 1일까지 2차 세계대전 정전 직후, 대부분의 식민 국가들은 독립했으나 식민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프랑스와 제1차 인도차이나전쟁((The First Indochina War), 프랑스-베트남 전쟁(the Franco-Vietminh War)을 치렀다. 북은 비엣민이 남은 프랑스군이 장악하여 8년간의 전쟁을 치른다. 보응우옌잡은 비엣민을 암호학을 익힌 정예 보병으로 바꾸어 놓는다. 비엣민은 포병과 병참 체계가 갖춘다. 현대화된 프랑스 극동원정군단을 상대로 전쟁을 치른다.

1954년 프랑스군이 라오스와의 국경 부분에 위치한 교통요지 디엔비엔푸에서 대패한다.  전쟁 시작 55일째 되던 5월 7일 항복한다. 프랑스군은 베트남과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물러난다. 앙리 나바르 장군이 이끈 프랑스군 1만 6000명 중 3000명이 전사한다. 1만 2000명(프랑스군 9000명+베트남 현지인 3000명)은 포로가 된다. 베트민의 전사자도 8,000명이다.

프랑스군은 병사들만 싸웠다. 하지만, 베트민은 병사들과 인민이 동원된 총력전을 펼쳤다. 베트민군은 사방이 산인 분지 지역에 프랑스군을 포위한다. 보응우옌잡은 3개 사단을 투입하해 산 정상에서 중기관총 야포 대공포로 프랑스군을 공격한다. 프랑스의 4배 화력을 확보해 공격자 대비 방어자 승리비율인 3:1을 만든다. 프랑스군은 우기철(5월~10월)이라 프랑스 비행장이 패쇄되어 항공지원을 받지 못한 것도 패인에 원인이다. 

베트민이 결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던 것은 100문이나 되는 105미리 야포의 화력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야포는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이 노획한 것. 1950년 12월 미 10군단과 한국군 1군단이 흥남항에서 급박한 위기감 속에서 탈출하면서 야포와 탄약 그리고 트럭을 고스란히 두고 떠났다. 2개 군단이 사용하던 것이라 수량이 엄청 많았다. 중국은 1953년 정전이 이뤄진 후에, 105미리 야포 100문과 탄약 그리고 트럭을 베트민에게 지원했다. 베트민은 야포 100문을 밧줄로 묶어 병사들이 인력으로, 디엔비엔푸 주변 험한 숲속 산위에 배치한다. 프랑스군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사방이 산인 분지 지역으로 몰아 포위한 채  압도적인 포병 화력으로 공격한다. 프랑스군은 진지 밖 사방 숲속에서 날아와 진지에 쏟아지는 포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프랑스군은 이 전투 패배 후 베트남에서 철군한다.

국제사회는 제네바 회담을 통해 새로운 선거에 의해 베트남 독립을  약속한다. 전쟁이 끝나고 북에는 호찌민을 대통령으로 하는 베트남 민주공화국이 수립된다. 남에는 바오 다이(Hoàng đế Bảo Đại·1913.10.22.~1997.7.31.)황제를 총리로 하는 베트남 공화국이 세워진다.

보응우예잡은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한 이후, 미국을 상대로 치른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베트남전쟁·Vietnam War·1955.11.1.~1975.4.30.)을 치른다. 남북 내전인 동시에 냉전시대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 대리전쟁 양상을 띈 전쟁이었다. 남북으로 갈린 베트남 통일을 위해 북베트남이 게릴라전을 계속하자, 미국의 드와이 아이젠하워, 존 케네디 행정부는 공산당 세력의 '남하'를 우려해 베트남에 대한 군사개입을 노골화한다. 1964년 8월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구실로 개입하면서 국제전으로 확전된다. 1973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3월 미군이 철수하면서 끝난다. 1975년 4월 30일 사이공이 함락된다. 북베트남이 무력 통일을 이뤄 1976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선포된다. 

보응우예잡은 1975년 베트남 통일 이후엔 국방장관과 교육과학담당 부총리 등을 지냈다. 1991년 은퇴 후에는 호치민 사상을 연구하면서 베트남 정부의 고문으로 일했다. 공직생활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청빈한 생활과 불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국민적 존경을 받았으다. 베트남전에서 패한 미국 언론조차 ‘생존하는 20세기 최고의 명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칭송했다. 보응우예잡은 2013년 10월 4일(현지시간) 숙환으로 향년 102세에 별세했다.

보응우예잡은 1998년 한국 기자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군과 싸웠지, 한국군과는 싸운 적이 없다. 한국군이 (미군의 용병으로) 싸운 데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다. 우리는 과거의 일은 다 잊으려고 한다.” 고 했다. 그는 2011년 100세 때 인터뷰에서 프랑스군, 미국군 그리고 중국군과 싸워 이긴 요인은 “조국을 수호하려는 투혼의 의지”라고 했다.

반 티엔 둥, 미군을 쫓아내고 베트남 통일

베트남은 베트남전쟁을  대미항전(對美抗戰·Kháng chiến chống Mỹ)이라고 부른다. 프랑스·베트남이 치른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의 연장선에서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second Indochina war)이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제공권을 장악한 압도적 군사력으로 폭격과 공습, 포격, 수색 섬멸 작전 과정에서 네이팜탄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투하한다.  고엽제 등 화학 무기를 사용하여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희생시킨다. 미군 희생자도 늘어난다. 캄보디아·라오스까지 전선을 확대하고 국제적 군사개입에 대한 정당성에 타격을 입는다.  이 전쟁에서 300만명에서 500만명의 사람들이 죽는다.  미국 내에서 반전 운동을 촉발시킨다.

1969년 강경 반공주의자인 리처드 닉슨이 베트남전 종식을 내걸고 대선에서 승리한다.  1월 취임 한달 뒤 베트남 주둔 미군 2만 5000명의 철수를 발표한다.  ‘미국은 점진적으로 베트남에서 발을 빼고, 베트남전쟁은 베트남인들에게 맡긴다’는 ‘베트남화(化)’ 정책이 시작된 것. 명예로운 철수를 위해서 평화협정을 추진한다. 티우 베트남 대통령이 반대한다. 닉슨은 티우를 달래기 위해 10억 달러 상당의 군사원조를 서둘러 제공한다. "만약 북베트남이 평화협정을 파기하는 행동을 하면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엄숙하게 약속한다. 사이공 주재 미국 벙커 대사가 닉슨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서명한 문서를 티우 대통령에게 전달한다. 티우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서면 약속을 믿고 평화협정 문서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한다. 

베트남 평화협정은 파리에서 키신저와 북베트남 대표 레 둑 토가 확정한 문서에 남베트남 대통령 티우가 서명한다. 1973년 1월 27일 0시부터 발효되었다. 그 핵심 내용은 현 상태로 정전하고, 포로 교환하며, 미군은 60일 이내에 베트남에서 철수한다는 것.

1973년 3월 29일 미군은 전투지원사령부에서 성조기 하강식을 하고 베트남을 떠난다. 장장 8년이라는 전투 기간을 포함해서 지난 20년 동안 군사개입을 계속했던 긴 전쟁은 막을 내린다. 미국은 베트남을 새로운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 자리를 찾기 위해 들어왔다. 존슨 대통령의 오판으로 5만 6,962명의 미군이 전사했다. 케네디 암살로 대통령직에 오른 전쟁광 존슨이 일을 크게 저지른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밀려난 닉슨이 마무리한 것이다. 파리평화협상을 성사시킨 공로로 미국의 키신저와 북베트남의 레 둑 토는 197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반 티엔 둥 장군은 저서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을 통해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한 이유에 대해 “큰 전투에서 한번 승리하게 되면 그 기운이 다음 전투에 원동력이 되는 법"이라며 "미국의 잘못은 최근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패해서 항복한 프랑스군의 자리를 무모하게 물려받았다는 것이 근본적인 실수”라고 말한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 미군과 외국인이  철수한다. 하지만 북베트남군은 남베트남에 상당수 잔류했다. 베트콩의 공세도 계속됐다. 이미 평화협정은 사문화되어 갔다. 남베트남 국민들은 평화가 온 것으로 착각했다.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1974년 12월 중순,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는 평화협정을 위반하고 통일전쟁을 결의한다. 북베트남 정치국 간부들이 하노이의 한 건물에 모여 둥근 나무 탁자 주위에 둘러 앉아 회의를 한다. 국방장관 보 구엔 지압 장군이 “베트남은 반드시 재통일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 제1서기 레두안은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 미국은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의 권위 추락으로 이미 남베트남 방어 의지를 상실한 상태.”라고 분석한다.  지압 장군은 작전 지휘권을 총사령관 반 티엔 둥 장군에게 총공세를 지시한다. 둥 장군은 프랑스를 항복시킨 20년 전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지압의 전략 전술을 탁월하게 수행한 승리의 주역이었다.

반 티엔 둥 장군이 사이공을 공격한다. 북베트남의 공격에 변변한 저항도 못하고 무너졌다. 미국은 침묵한다. 닉슨 정부가 작성한 평화협정 약속을 무시한다. 이미 미국 정보망은 북베트남의 남침 준비를 알았다. 하지만 대응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세계화 전략 속에서 남베트남은 이미 '버리는 패'였다. 파리평화협정은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었다. 남베트남 입장에서 기만과 배신, 신의(信義)와 윤리(倫理)가 없다고 미국을 볼수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워터게이트 사건 후유증 때문에  전쟁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북베트남군은 1975년 4월 30일, 사이공(현 호찌민)을 함락시킨다. 북베트남군의 탱크가 대통령 관저인 독립궁 철문을 짓부시며 돌입한다. 베트남공화국은 그렇게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대신 통일된 베트남사회주주의공화국이 탄생했다.

필자는 1971년 백마부대 포병 중위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진지는 중부지방 투이호아 인근 해변 가까이에 있었다. 멀리 혼바 산이 보이고 다농 강이 진지를 감돌아 흐르는 곳이다. 105 mm 곡사포 포대 전포대장으로 1년간 복무했다. 포병으로 정글 전투에도 참전했다. 포 2문과 포탄을 헬리콥터(시누크)로 미리 만들어 놓은 정글 속 공지로 공수해갔다. 3~5km 정도 근거리에서 벌어지는 보병 전투를 지원하는 임무였다. 직접 사격하듯 포를 쏘았다. 밤에는 예상되는 베트민 접근로에 밤새워 요란사격을 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 생각한다. 베트남 인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참전한다는 구호는 헛소리나 다름없다. 박정희 정부는 차관 마련 등의 경제적, 군사적 이유로 파병을 제안한다.  미국은 처음 베트남전에 한국군을 파병할 경우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중국, 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해 거절한다. SEATO(동남아시아조약기구)중심 베트남 지원 계획이 프랑스, 파키스탄의 반대로 어려움에 빠지자 1964년 5월 9일 남베트남 지원 호소 서한을 발송한다. 전세가 치열해지기 시작한 1965년부터 휴접협정이 조인된 1973년까지 파병한다. 미군의 용병으로 전쟁에 참전한 것. 당시 대략 5만명이 베트남에 상주했다. 장·단기 체류자는 30여만명이다. 한국군은 베트남 참전 대가로 미국 정부로 부터 군 현대화 장비를 지원받는다. 해외 전투수 당과 원조 수당 등 자금을 지원받는다. 박 정권은 경공업 육성에 투자, 수출 장려 정책을 편다. 국토개발사업에도 충당한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지원금으로 사용한다. 미국으로부터 경제개발 차관을 제공받기도 한다. 베트남 파병은 경제발전에는 도움이 됐다. 네델란드 인문학자 에라스 뮈스(Erasmus)는 "겪어보지 않은 자에게 전쟁은 달콤한 것((Dulce bellum inexpertis)"이라는 말한다. 나의 베트남 파병도 같다. 그때 내가 쏜 포탄에 누군가 맞아 죽거나 다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가슴을 저미는 듯이 아프다. 그 대가인지 난 청력을 많이 잃어 대화가 어렵다. 전쟁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달콤한 것일지 몰라도 겪어본 사람에게는 고통인 것이다.

한국군 지도자, 종미(從美) 사대주의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74조 ①항).  헌법에는 대한민국 국군의 '군 작전권'은 대통령에 있다고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전시작전권(戰時作戰權)을 미군 사령관(1978년 창설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갖고 이ㅆ다.  대통령에 있어야 할 작전권이 주한 미군 사령관에게 있다.

주권국가에게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자주권의 유무가 필수 요건이라는 점에서 75년이 넘도록 군 작전권이 없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이는 주권국가로써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의 근본이 되는 군사 작전권을 식민지도 아닌데 외국이 갖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뿐이다.

전작권 환수는 2012년 4월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 합의한다. 인수일은 2012년 4월 17일.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국가 안보 공백을 우려해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환수 1년을 앞둔 2014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이전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한국군의 능력과 주변 안보환경 등 '조건'이 충족되면 전작권을 넘긴다는 3대 조건을 합의한다. △한국군의 연합작전 능력, △초기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 부합하는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과 정세 등이다.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조건에 의한 접근법으로 협의 방향을 돌리면서 전작권 환수를 위해 미국의 부당한 요구 사항조자 모조리 들어줘야 할 종속 국가가 될 처지에 처했다. 실제 전작권 문제로 국군의 구조개편이나 국방개혁 조차 주한 미군의 영향과 협조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우리가 독자적으로 지휘권을 갖지 못한 것은 주권국가로서의 창피한 일"이라고 전작권 회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베트남은 왜 패망했는가?

남베트남은 패망했다. 1975년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의 병력은 각각 66만명으로 비슷했다. 남베트남은 미군이 지원해 준 첨단 현대식 무기와 군수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었다. 물적 요인이 풍부했다. 그럼에도 북베트남의 공격을 받고 이렇다 할 대항도 못한 채 무너졌다.  남베트남의 패망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순한 공산당의 치밀한 계획과 실행, 책동이 아니다. 민심의 이반이었다. 기득권 세력과 정부 인사, 군부의 부정부패가 만든 결과이다. 

①민족의식 부재 남베트남군은  친미 성향이 강해 독립의지·민족의식이 부족했다. 남베트남 정부는 태생이 미국의 '동아시아 분할정책'에 따라 세워진 괴뢰정권이다.

②美 평화회담 패싱 美軍 지원을 받던 남베트남군이 1973년 파리 평화협정에 따라 미군 철수 이후 미국의 지원 약속만 믿고 자주 국방을 외면하다 북베트남군 공격 받았는데 미국이 지원하지 않자 사이공 패망.

③군부의 부패 미군이 지원한 군수물자를 시장에 내다 팔아 사리사욕을 채운 군부의 부패. 미군지원 물자가 북베트남군에 흘러 들어가 전쟁물자가 됨.

④민심의 이반 남베트남 지도층(정치인‧군장교)은 부정부패로 축적한 재산으로 호화로운 생활를 하면서 민심이반에 원인이 된 반면, 북베트남의 호찌민 등은 평생 가난한 삶을 살며 민중의 신임을 받음. 

베트남 통일의 의미:

①외세 굴레서 해방 1858년 프랑스 전함이 다낭에 닻을 내린 이후 외세가 지배하는 식민의 굴레에서 전쟁에서 승리해 스스로 벗어났다.

②자주 독립 쟁취 베트남인 스스로 힘으로 독립을 쟁취했다.  

③베트남땅 주인 베트남인이 베트남 땅의 진정한 주인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