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는가?
민주화 이후 30년이 넘는 동안 한국 사회는 눈부신 변화와 성취를 일구었으나
승자독식(winner-takes-all) 원리에 기반한 진영정치(camp politics)와 정치 양극화 등
심각한 모순과 폐해도 안고 있다.
민주주의를 주로 다수제적 모델(majoritarian democracy)에 기반해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큰 한계이며,
지금껏 한국 민주주의가 ‘환희’와 ‘실망’의 나쁜 사이클을 반복해 온
한 가지 중요한 이유이다.
한국교원대학 서현수 교수-‘인문360’
국회의원 172석의 절대 다수를 가진 더불어 민주당이 공수처법에 이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통과 시키려고 한다. 반수가 넘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안 될 일이 없는 ‘법률공장’을 가진 여당에서 안 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사소한 장애물이던 법사위의 여야 동수 소위는 무소속 의원 1명을 불러 들여 교체함으로써 제거했다. 소위에서는 상정되자마자 통과시킬 고속도로를 완공했다.
남은 과제는 본회의에서 소수인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시하는 일이다. 국민의 힘은 필리버스터로 20여일 남은 정권 교체 순간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이 바뀐 뒤는 거부권 행사를 할 테니 쉽게 법률이 공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이 전략에 대해서도 또 다른 전략인 ‘끊어치기 본회의’로 맞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법률공장’을 운영하면서 놀랄만한 꼼수를 많이 부려왔다. 공수처를 만들 때도 꼼수가 큰 효과를 보았다.
법안 통과를 위해 정의당을 끌어 들이는데 선거법 개정을 연계하는 방안을 썼다. 정의당이 이 가짜 미끼에 물렸다는 것을 안 것은 총선이 끝난 뒤였다.
공수처법이 법률공장에서 속성 제품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가장 중요한 운영자의 임명 법안이 문제였다. 거대 여당은 서슴없이 이 문제도 꼼수로 해결했다. 여야에서 각각 추천하여 대통령이 낙점하기로 되어 있는 법안이 문제였다. 야당도 놓칠세라 꼼수를 동원했다. 처장 후보를 추천 않고 마냥 시간을 끌 태세를 보였다.
거대 여당은 이것도 다수당의 법률공장에서 야당은 추천 안 해도 되는 법으로 바꿔버렸다. 법률공장은 주문만하면 뚝딱 ‘제품’을 내 놓는다.
집권을 20여 일 앞두어 곧 여당이 될 야당은 ‘검수완박’에 대항해 새 법무장관 후보로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인식되는 사람을 임명하여 거대 여당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검수완박’을 온 힘을 다해 완성시키려는 여당의 목적은 집권 5년 동안에 저질러 놓은 일로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서’ 어떻게 하든 막으려는 것이라고 야당에서는 주장한다. 현재 진행되다가 대선으로 잠깐 멈추어 있는 대장동 사건, 울산 부정선거 사건, 경기도 지사 비서실 법카 사건 등을 본격적으로 수사하면 무엇이 나올지 모를 일이란 것이다.
정치판에서는 금기가 되다시피 한 ‘정치보복’을 막기 위해 집권당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 훤히 비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의 법무장관은 상설 특검을 구성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수사 못 할 일이 없다.
법률공장에서는 이것을 또 막는 법을 만들 수도 있기는 하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원칙을 모든 수단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다수 주의는 문제 해결의 묘수이기는 하지만 모순도 있다. 반대한 사람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정당혁신추진위가 발표한 당 혁신안에 ‘선출직 공직자의 발언 때 도리도리 금지’를 적시해 논란이 일었다. 대선 기간에 ‘도리도리’가 윤석열 당선인이 말할 때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습관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유머를 가끔 활용 하지만 이번은 좀 심한 것 같다.
이러다가 국회에서 ‘도리도리 금지 법’이라도 만들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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