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한 달 여 앞둔 정가에서는 비례정당 창당을 두고 들끓고 있다.
거대 여당은 비례대표 선출의 특별한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 패스트 트랙까지 동원하면서 엄청난 힘을 가해 새로운 선거법을 통과 시켰다.
이 법이 실현되면 경험해 보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야당과 일부 지식인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선거법 통과를 위해 엄청난 힘을 쏟았다.
패스트 트랙의 국회통과에 협력했던 소위 4+1의 군소 야당들은 막상 새로운 선거법이 실천 단계에 이르자 예견되었던 부작용, ‘비례정당’이라는 괴물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미래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기상천외의 위성 정당을 만들자, 여당과 함께 패스트 트랙을 탔던 군소 야당은 멘붕 상태에 이르렀다.
여당은 미래한국당을 ‘위헌정당. 꼼수’라면서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야당이면서 여당과 같은 길을 걸어온 정의당 대표는 비례정당을 ‘O물에 뒹구는 것’ ‘더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총선 날짜가 다가오자 ‘우리도 만들자’는 쪽으로 슬그머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친여 세력이 모여서 만드는 ‘비례대표 범여 연합’에 올라타자는 이야기가 매일 흘러나온다.
산중에서 맨몸으로 호랑이를 만난 듯이 결사적으로 저항하던 태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뀌고 있다.
정치인의 거짓말, 정치인의 몰염치한 변신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의도 진실도 없는 ‘별종 인간’의 표본이 정치인이라는 말은 예부터 있어 왔다.
세계적인 철강인으로 한국을 철강 왕국으로 올려놓은 철강 왕 박태준 포스코 창업 회장이 3당이 통합한 민주자유당의 민정계 대표 최고 위원직을 맡았을 때였다.
을지로 입구에 있는 박 회장의 집무실(지금 인권위원회 건물)에 초대 받아 차를 마시러 갔다.
나는 그날 아침 TV뉴스에서 본 기자 회견장 모습이 떠올라 궁금하던 것을 물어 보았다.
“기자 회견 때 여당 모 의원이 급히 회장님 옆에 와서 귓속말을 하던데 무슨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그 사람? 허허허...”
박 회장은 실소를 감추지 않고 말했다.
“오늘 점심 약속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 사람 TV 카메라만 비치면 내 옆에서 얼쩡거려요.”
함께 씁쓸한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군인 출신으로 평생을 경제계에 몸 담아온 그가 정계에 신병으로 들어가 겪은 일들 중에는 황당한 일이 그것뿐일까 하는 생각에 한마디 더 물었다.
“기업 일만 하시다가 정계의 중책을 맡으셨는데, 정치를 해 보니까 어떻습니까?”
박 회장은 서슴지 않고 말했다.
“정치요? 그거 별종들이 모여서 쇼하는 거요. 순진한 사람은 견디기 어려워요.”
그 뒤 박 회장이 정계에서 겪은 일을 보면 그 말이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졸저 <도둑질에도 철학이 있다>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자들은 비례민주당을 정면으로 들고 나오기는 낯이 간지러웠는지, 슬그머니 친여인사 5인으로 구성된 정치개혁연합이 만드는 ‘비례 대표용 범여 연합 정당’에 참여할 것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예언 해온 대로 미례한국당을 창단하자 민주당의 비난은 절정에 이르렀다.
‘가짜정당’ ‘위장정당’ ‘깡패정당’ ‘꼼수정당’으로 비난했다.
그런데 정치인의 말 바꾸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 정당에 참여하면 최소 7석 정도는 차지한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슬그머니 비례민주당에 발을 걸치더니 급기야 ‘비난은 잠시 책임은 4년’이라는 이상한 명분을 내놓고 당원 투표라는 형식으로 비례정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별종들의 쇼가 시작된 것이다.
‘비례정당이나 연대 비례 정당에 참여하는 것은 O물에 뒹구는 것’이라고 하던 정의당도 구미가 당기는지 말을 슬슬 바꾸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관망태세에 있다.
거대 야당의 비례 정당과 범여권의 비례정당의 대결이 이루질 전망이다.
소위 ‘혁신 선거법’이 이런 꼼수들로 운영된다면 당초에 그렇게 당과 정권의 목숨을 걸다 시피 한 ‘정치’는 어디로 갔는가?
정말 ‘별종들의 쇼’를 우리 국민은 더 씁쓸한 기분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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