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당파 싸움은 서인(西人)과 동인(東人)의 두 신진 사림의 대립에서 시작되었다. 두 당파는 핵분열이 시작되어 흔히 말하는 4대 당파로 절정을 이루게 된다.
 동인의 거인은 윤두수, 심의겸 같은 선비들이고, 동인의 주축은 유성룡, 김성일 등 관료들이었다.

당파의 시작은 벼슬아치를 추천하는 권한을 가진 이조정랑(吏曹正郞) 자리에 누구 패거리를 앉히느냐는 싸움에서였다.

동쪽 패거리가 인사권자가 되느냐, 서쪽 패거리가 인사권자가 되느냐 하는 다툼에 불과했다. 백성을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거나, 사직을 위해 어떤 충성을 하겠다는 아이디어나 정책, 공약의 경쟁이이 아니었다.

이 두 당파는 여러 차례 분열하여 25개 분당을 낳게 된다. 서인에서 14개, 동인에서 11개 파벌을 만든 것이다. 당파가 가장 많을 때는 서인의 노론, 소론, 원당, 낙당의 4개 분파와 동인이 뿌리인 골북, 육북, 탁소북, 청소북 등 여섯 분파가 생겼을 때였다. 이렇게 엄청난 세포 분열을 가져온 시발점이 조정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당파는 조선 왕조 내내 사화(士禍)라 부르는 참극을 일으켜 사람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갔다. 심지어 죽은 사람의 시신도 꺼내 능지처참을 하는 비극적 보복도 일어났다.

당파가 늘어나고 당쟁이 가장 심각했던 때는 광해군 시대였고, 서인이 비대해진 권력을 과도하게 휘두르던 영정조 시대도 국사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왕조 시대 국가의 주인은 왕이었기 때문에 왕권을 행사해서 정리를 한 경우가 많았다. 영조의 탕평책이 그래서 나온 것이었다. 조선 왕조의 당파는 후기에 숨이 죽었으나 결국은 세도 정치로 망국의 길을 걷게 된다.

4.15 총선이라는 결승점을 눈앞에 둔 정가에서는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정당이 생겨 투표용지에 70여 개의 당명이 등장할 판이다. 조선의 당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혹시 닮아 가지 않을까 걱정 된다.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술수가 난무하기 때문에 생기는 기우다.

당파가 어지럽게 정사를 흔들 때 나라의 주인인 왕이 나서서 왕권으로 사태를 수습했듯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이 정당을 심판해야 한다.

현대 국가의 정당과 왕조 시대의 당파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왕조 시대의 정파는 권력을 휘둘러 자기 사람을 많이 등용하자는 인맥 정치가 유일한 정쟁 목표였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은 이념과 정책을 중요시해서 더 좋은 정책, 더 편안하게 주인(국민)을 모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당(黨)의 영어는 party 이다. party는 정당, 내각, 무리, 동아리는 뜻도 있지만 파벌, 패거리, 공범이라는 좋지 않은 뜻도 있다.(webster사전)

총선을 준비하는 우리나라의 정당 들은 연일 국민이 깜짝 놀랄만한 일을 연출하고 있다.

‘4+1’이라는 이상한 연합체가 패스트 트랙이라는 쾌속정을 타고 전쟁터를 통과해서 나오더니 아주 근심스러운 법 하나가 실력자로 나타났다. 여야 모두 이 ‘괴물’(야당 대표의 표현)이 나쁜 칼을 뽑으면 큰일이라고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앞 다퉈  나쁜 칼을 뽑고 있다. 여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위성 정당으로 ‘비례정당’을 만들고 있다.

정당의 원래 목적인 정책 대결이 아니라 자신의 편을 더 만들기 위한 패거리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 싸움에는 체면도 공중도덕도 없다. 패거리가 분열해서 또 패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 있었던 ‘왜 정랑 자리에서 심의겸을 뺐느냐? 왜 김효원을 정랑자리에 앉히지 않느냐’는 싸움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거대 두 정당은 목불인견의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는데 그 진흙 밭을 만들어준 소위 급조 소수 정당들 모양 또한 국민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결혼미래당’, ‘억울한당’ 등 이름도 기발한 군소 정당들이 내건 정책도 아주 다양하다. 모두가 국민이 엄청나게 잘 살게 해 주겠다고 하는데 현실성이 어느 정도인지 미지수다. 그러한 군소 정당이 유권자에게 돌리는 선거 공보 비용 2억 원이나 제대로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또한 최소 3%의 유권자 지지를 얻어내야 비레의원을 배출 할 수 있는데 과연 이 소원을 이룰지 관심이 간다.

유권자들은 한 달 이내에 세상에 둘도 없는 희한하고 걱정스러운 선거를 맞이하게 되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